중국과인도를 잇는 실크로드가 다시 열렸다. 중국 칭하이성(靑海省)의 거얼무(格爾木)와 티베트(西藏, 시짱)의 수도 라싸(拉薩)를 연결하는 칭짱(靑藏)철도가 지난 7월 1일 5년 동안의 공사 끝에 개통됐다. 중국이 낙후된 서부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눈보라와 영하 35℃의 강추위, 희박한 공기, 사막의 모래 바람 등 무수한 악조건을 딛고 추진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철도
칭짱철도는 평균고도 4000m가 넘는 티베트 고원지대를 달린다. 최고 높이가 5072m에 이르러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인 페루 철도의 4817m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도가 됐다. 거얼무에서 라싸까지는 1142km, 이 가운데 4000m 이상의 고산 구간이 960km나 된다. 칭하이성 시닝(西寧)에서 라싸까지 전체 노선의 길이가 장장 1956km에 이르는 대역사다.
중국 당국은 곧 인도 국경을 넘어 네팔, 부탄까지도 노선을 연결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지난 7월 6일에는 티베트와 인도를 잇는 고갯길이 44년 만에 재개통됐다. 1500년 전 상인들이 비단과 유리, 종이를 싣고 험준한 고개를 넘어가던 길 위로 다시 ‘철의 실크로드’가 열리는 셈이다.
칭짱 철도가 개통되자 티베트를 찾는 관광객의 수가 급증했다.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늘어난 26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의 22개성(省) 가운데 티베트에만 철도가 연결되지 않았던 탓에 여행객들은 비행기나 위험하고 힘든 육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철도가 놓이자 상황이 급변했다. 며칠씩 걸리던 여행 시간을 26시간 30분으로 크게 단축시켰고, 종전의 수백 배에 이르는 인원이 안전하면서도 편하게 여행할 수 있게 됐다.
티베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지역경제에도 호황이 불었다. 베이징에서는 티베트산 광천수와 화장품이 대량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티베트에 매장된 원유와 천연가스, 구리, 크롬 등 총액 119조원으로 평가되는 막대한 자원을 종전 비용의 1/3만 들이고도 실어올 수 있어 중국 전체의 경제지형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화물수송에서는 베이징~라싸 구간의 운반비용을 절반 가까이 아낄 수 있고, 중국~인도 간의 물류비용도 20% 정도 절약될 전망이다.
칭짱철도는 고산지대에 철로를 놓는다는 점 때문에 공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영하 30℃가 넘는 강추위 속에 공기도 희박해 산소통을 메고 작업했고, 희박한 공기 속에서 열차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연소 효율을 높이는 산소 공급시설을 차내에 설치했다.
동토 위를 가로지르는 고가 철로
굴착기도 파들어 가기 어려울 만큼 꽁꽁 얼어붙은 땅 위로는 아예 긴 고가를 건설해 철로를 깔았다. 열차에는 고산지대의 강한 자외선을 막기 위한 차단막까지 마련돼 있다. 중국은 칭짱철도가 극한 환경을 이겨낸 중국 기술력의 상징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물론 문제도 있다. 개통한지 2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기온이 상승하며 동토가 녹는 바람에 지반이 내려앉아 철로와 콘크리트 구조물에 금이 갔고, 사막에서는 모래폭풍이 불어와 철로가 망가지는 등 문제점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얼어붙은 땅이 점점 녹으면 칭짱철도의 안전성은 크게 위협받는다. 오염되지 않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차내에 오물수거 시스템까지 설치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끈질기게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티베트에 한족이 대거 밀려옴으로써 독립운동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란 예측도 있다.
개발 광풍에서 자유로웠던 티베트에 경제개발 바람이 불면서 환경 보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문제를 생각하기에 앞서 악조건 속에서 공사를 강행하는 것에 먼저 초점을 맞췄던 중국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고산지대의 생태계는 급격한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더욱 걱정스럽다.
칭짱철도는 고립된 오지가 철도를 통해 겪을 수 있는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실험장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철도가 앞으로 범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미리 배울 수 있는 반면교사다.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우리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구간을 돌아보면 알 수 있다. 미래 철도 기술의 핵심 키워드는 ‘자연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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