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비운 사이에 뻐꾸기가 와 알을 놓고 간줄도 모르는 종달새는 자기 새끼를 밀어낸 뻐꾸기 새끼를 열심히 키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곤충세계에도 있다. 미니 말벌과 양배추나비가 그들.
몸길이가 0.5mm밖에 안되는 미니 말벌은 짝짓기가 끝난 암컷 양배추나비의 다리에 붙어 있다가 나비가 알을 낳으면 얼른 그리로 이동한다. 나비의 알속에 자신의 알을 낳기 위해서다. 깨어난 말벌의 애벌레는 나비의 유충을 먹고 자란다. 그런데 말벌은 어떻게 짝짓기를 한 나비를 알아낼 수 있을까.
독일 프라이이대 모니카 힐커 박사팀은 짝짓기 중 암컷의 몸에 묻은 수컷의 분비물질에 주목했다. 이 물질은 암컷의 성욕을 떨어뜨려 추가로 짝짓기를 못하게 한다. 수컷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한 전략이다. 연구자들은 짝짓기를 하지 않은 암컷에 이 분비물질을 묻혀주자 말벌이 찾아옴을 확인했다고 ‘네이처’ 2월 17일자에 발표했다. 결국 암수가 나눈 사랑의 ‘흔적’이 천적을 불러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