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받고, 다시 적외선 형태의 열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해 에너지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대기중에는 적외선을 흡수하는 가스가 존재해 우주로 방출되는 양을 줄이는데, 이를 온실가스(GreenHouse Gases, GHGs)라 한다. 온실가스에는 자연상태로 수증기(H₂O), 이산화탄소(CO₂), 오존(O₃),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가 있다. 이외에 인간의 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염화불화탄소(CFCs), 수소불화탄소(HFCs), 육불화황(${SF}_{6}$)도 온실가스다.
대기중에 포함된 온실가스는 지구의 열이 전부 밖으로 흘러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를 통해 지구의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킨다.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약 15℃인데, 만약 온실가스에 의한 온실효과가 없다면 -18℃ 정도로 낮아진다. 적정한 양의 온실가스는 지구의 에너지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19세기 후반 산업혁명 이후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와 산림벌채 등 인위적인 활동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급격히 증가했다는데 있다. 이산화탄소가 지표면에서 반사되는 태양열을 흡수하는 양이 늘면 지표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온실효과가 증대된다.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즉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2만년 동안 전례가 없는 일이다.
높아지는 지구의 체온
이산화탄소는 온난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기여도(1980-1990년)가 55%에 이른다. 염화불화탄소는 24%, 메탄은 15%, 아산화질소는 6% 정도다. 이산화탄소는 주로 화석연료가 연소되면서 발생된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1992년 59억탄소톤(TC, Tonnes of Carbon)으로 인간이 배출한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화석연료 외에도 채광과 가공, 그리고 수송, 분배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화석연료 다음으로 중요한 이산화탄소의 배출원은 삼림의 파괴다. 삼림이 농경지 등으로 개발될 때 불태워지거나 분해되면서 나무 속에 있던 탄소가 대기중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최대 26억t의 탄소가 매년 이런 이유로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온실가스 중 염화불화탄소는 냉각제, 분사제, 발포제, 세척제로 사용되면서 인공적으로 배출된다. 메탄은 소, 돼지 등 가축의 소화관에 있는 미생물이 음식을 분해하는 장의 작용에 의해 발생된다. 또한 쌀의 경작, 쓰레기와 하수의 처리과정에서도 발생한다. 화학비료의 사용은 질소와 관련된 흙 속 박테리아와 세균들을 활성화시켜 아산화질소의 배출을 증가시킨다.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전세계적으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1세기에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2천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참여해 2001년 발표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3차 평가보고서는 21세기에 지구평균기온이 최대 5.8℃, 해수면은 88cm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21세기 지구온난화는 자연생태계는 물론 인간의 건강과 사회경제적 활동 등 인간의 모든 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농림수산업뿐 아니라 산업 전분야와 수자원, 대기, 연안지역 등이 관련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포기하기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세계 도처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최근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1/30 정도 크기인 북극에서 가장 큰 빙산이 사라졌다. 호주 근처의 섬나라인 투발루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국토가 줄어들면서 결국 26㎢의 면적인 자국의 국토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주민을 이주시킬 곳이 없어 호주와 뉴질랜드에 이민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변화는 심각한 기상재해 형태로도 나타나고 있다. 1997년 가뭄으로 동남아시아는 산불과 짙은 연기로 몸살을 앓았다. 1998년에는 중국의 양쯔강에 대홍수, 미국에 불볕더위, 유럽에 대홍수가 발생했는데, 기상재해는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자주 발생하고 있다. 1950년대에 전세계적으로 발생한 거대한 기상재해는 32건이었으나 1990년대 들어서는 거의 3배에 가까운 1백11건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지구온난화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반도에 지구온난화와 연관되는 각종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온과 해수면 상승, 황사현상 빈발, 호우 강도 증대, 각종 기상재해 발발, 태풍 등에 의한 연안지역의 범람, 냉수성 어족의 격감, 농업생산성의 변화, 강수 양상의 변화로 인한 홍수 및 가뭄, 전염병의 증가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75년 동안 평균기온이 1.1℃ 증가했으며, 2060년경에는 현재보다 2℃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백년 뒤 한반도 전체면적 중 2%인 44만5천1백77ha가 사막화되리라 예상되는데, 이는 서울의 7.4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아울러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의 상승도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리라 예상된다. 지난 10년 동안 한반도의 해수면은 4cm 정도 높아졌는데, 앞으로 상승 속도는 2.2-4.4배 정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1백년 동안 해수면이 1m 정도 상승하고, 태풍과 해일의 피해도 서해안 지역에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의 최대 환경 이슈
지구온난화로 인해 야기되는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 차원의 공식적인 논의는 1979년 2월 개최된 1차 세계기후회의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 회의에서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가능성과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선언했다.
198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이상기후에 의한 자연재해가 빈발하면서 지구온난화의 논쟁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1988년 지구온난화에 관한 미국 상원 공청회에서 미항공우주국(NASA)의 한센 박사는 20세기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증가가 확실한 원인임을 밝혔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은 1988년 UN총회의 결의에 따라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설치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0년 IPCC는 전세계 70여개국 1천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작업반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의 메커니즘과 영향,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대응전략 등에 관한 기존의 연구를 종합해 1차 평가보고서를 완성했다. 이를 토대로 기후변화방지를 위한 세계기후협약 제정을 촉구했다.
결국 UN의 주관으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국제기후변화협약(UNFCCC)이 채택돼 1994년 3월에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1993년 12월 47번째로 가입했는데, 2000년 9월까지 1백86개국이 가입을 마친 상태다.
기후변화협약은 기후시스템에 대해 인류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위험하고 인위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안정화시키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 선진국이 현재의 기후변화에 주된 책임이 있다는 당사국들의 인식에 따라 선진국에 대해서 이산화탄소 감축과 재정지원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도국에 대해서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포함한 특별한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개도국의 경제체제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에너지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이용 효율 또한 매우 낮은 상태여서 이산화탄소의 대기중 농도 상승기여도는 점차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도국이 기후변화협약상의 의무면제를 지속한다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동시에 21세기 가속될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은 전세계 국가들이 기후변화협약에 적극 참여토록 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임이 예상된다.
최근 기후변화협약 실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주요 개도국의 이산화탄소 감축의무 불참을 주요 결함으로 내세우면서 기후변화협약의 불참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향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국을 포함한 주요 개도국의 감축의무 조기참여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실에 비춰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에너지 관련 기술개발이 해결책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지구환경의 변화를 초래하므로 지구온난화 자체는 범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후변화협약의 이행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요구한다. 이는 직접적으로 에너지 소비와 공급은 물론 필연적으로 가계, 기업 등 모든 에너지 소비자의 경제활동 변화를 초래하므로 결국 경제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철강, 화학, 시멘트 등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소재산업의 비중이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산업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이산화탄소 배출과 경제활동은 선진국보다 더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는다.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의 연소로부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절약사업 위주로 정책의 틀을 짜고 있다. 에너지기술개발을 위해 풍력과 태양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저탄소연료 사용 확대 등에 관심을 갖고 추진 중이다. 에너지 부문에서 기후변화 관련 대응책은 대체로 전력소비 감소, 석탄소비 감소, 신재생에너지 이용과 개발 촉진, 천연가스시장의 활성화, 대체에너지 개발, 이산화탄소 감축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서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조세감면, 재정지원과 직접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중 이산화탄소 기여도가 88%고, 이산화탄소의 96%가 화석에너지의 소비에 의해 배출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 구조가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에너지부문이 기후변화협약 대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대규모 에너지 수요가 있으며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자원 빈국이라는 점이 기후변화협약 대응을 위한 적절한 대안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우리는 우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저배출 연료로의 대체, 에너지이용효율 향상, 대체에너지이용 확대, 그리고 배출기준이나 조세제도 등의 정책 수단을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술개발과 저배출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중 산업구조 전환은 경제기반 자체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적인 환경기술시대에 대비한 에너지기술의 개발은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핵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7월 과학기술부 21C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으로 ‘이산화탄소 저감 및 처리 기술개발 사업단’이 출범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