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는 게 지금까지의 상식적인 의료 서비스다. 그러나 아파서 병원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병이 깊어 고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처럼 병원 치료는 ‘사후 약방문’ 식이 되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비쿼터스 기술의 발달은 의료 서비스를 근본 개념부터 바꾸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개인의 몸상태를 계속 체크하고 있다가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알려줘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해준다. 개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콘시어지서비스가 도입되는 것이다.
질병 대신 건강상태 돌봐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단계다. 생활공간 곳곳에서 개인의 건강을 돌봐주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주목을 받는 장소는 인간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인 가정이다.
가정에서 개인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건강진단 의료기기는 이미 개발돼 있다. 혈압, 맥박, 혈당치, 체지방률, 심전도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의료기기는 아무래도 사용이 번거롭기 때문에 대부분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돼버리기 십상이다.
그 대안으로 건강진단 의료기기를 반지나 셔츠처럼 만들어 무선으로 건강상태를 알아서 모니터링해주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는 혈압, 맥박, 체온 등을 측정하는 반지가 개발됐다. 몇몇 회사는 심전도, 호흡,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는 센서가 달려있는 셔츠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런 장치들은 지니고 있는 동안만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고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닌다.
진정한 의미의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는 가정생활에 불편을 전혀 끼치지 않고 건강을 돌봐줘야 한다. 미국 로체스터대의 스마트 의료홈 프로젝트나 일본 마쓰시다전기산업의 재택 헬스케어 시스템 등이 이런 예가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못지 않은 수준의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기술이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1월 24일 서울대 의대 박광석 교수팀은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인체가 내보내는 생체신호를 자연스럽게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인체가 내보내는 다양한 신호를 센서로 측정해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박 교수가 만든 실험주택에 들어가보자. 거실에서는 적외선 센서가 움직임을 확인하고, 음성 센서가 목소리를 인식한다. 이와 같은 정보는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때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뇌출혈이나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질 경우 움직임을 계속 감시하고 있던 센서가 비상사태를 외부에 대신 알려준다.
침대에서 잠자는 동안에는 호흡, 맥박, 심전도 등이 측정된다. 여기서 심전도는 심장의 수축에 따른 활동전류를 말하는데, 이 정보를 분석하면 심장의 이상유무를 쉽게 알 수 있다. 심전도는 침대에 깔려있는 전도성 시트를 통해 측정된다.
신체안의 물질을 내놓는 화장실은 유비쿼터스 헬스케어의 핵심적인 장소다. 아직 연구중이지만 마치 병원의 소변검사처럼 소변을 통해서 혈당, 혈압, 혈뇨 등 중요한 수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혈당은 당뇨병 환자에게는 아주 중요한데, 이 정보에 따라 인슐린을 투여하면 일반인과 거의 똑같이 생활할 수 있다. 좌변기에 앉아 일을 보는 동안에는 몸무게가 측정돼 비만으로 이어지기 전에 경고해준다. 목욕을 할 때에는 호흡, 심전도 등 정보가 분석된다.
가정 곳곳에 위치한 다양한 센서를 통해 수집된 생체 신호는 집안에 설치된 개인 의료 상담 시스템으로 전송된다. 개인 의료 상담 시스템은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개인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파악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조언을 해주게 된다. 개인 의료 상담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몸에 이상이 발생하면 즉각 알 수 있다. 인체에 이상이 발생하면 인터넷망을 통해 병원의 의사에게 바로 알려준다. 의사는 곧바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박 교수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의 도입은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질병(illness) 치료에서 건강상태(wellness) 관리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병원에서는 실제 이상이 있는 환자만 집중적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 전체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서울의대 근처에 마련한 실험주택에서 단계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아파트처럼 비슷한 주거형태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스템을 정착시키는데는 다른 나라보다 유리한 상황이다”고 말한다.
유비쿼터스 헬스케어가 가정에 도입될 때는 노년층부터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길 원하는 여유로운 노년층에게서 시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급상황을 알려주는 적외선 센서 등 일부 기술이 이미 우리나라 실버타운에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는 궁극적으로 도시 전체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센서를 도시 곳곳에 설치하면 사스나 조류독감 등 병균이 발견됐을 때 즉각 조치를 취해 전염병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건강 안심사회가 유비쿼터스 기술을 통해 꿈이 아닌 현실이 되는 것이다.
콘시어지 서비스
요즘 서비스 산업의 추세 중 하나다. 콘시어지(concierge)는 관리인이라 뜻을 지닌 영어단어다. 콘시어지 서비스는 마치 관리인처럼 이용자의 상황을 미리 파악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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