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수학 찾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느 나른한 오후, 멍하니 앉아 있는 앨리스 앞으로 흰토끼 한 마리가 뛰어간다. 늦었다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조끼 주머니에서 시계도 꺼내 보는 이상한 토끼다. 마침 심심했던 앨리스는 토끼를 쫓아 토끼 굴로 따라 들어갔다가 그만 끝도 없이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그런데 그곳은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는 세상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1865년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이 발표한 동화다. 루이스 캐럴의 본명은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으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그는 수학자답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구석구석에 수학이야기를 숨겨 놓았다.
앨리스의 기상천외한 곱셈법
토끼 굴로 들어간 앨리스는 물병에 있는 액체를 마시고 아주 작아진다. 다시 케이크를 먹고 몸이 길게 늘어난 앨리스는 자신이 정말 앨리스인지 확인해보기 위해서 자신이 알고 있던 것들을 확인한다.
그런데 앨리스가 외우는 구구단이 이상하다. 45가 20이 아니라 12라니? 그리고 왜 20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걸까?
앨리스는 10진법을 이용하지 않았다. 곱셈마다 다른 진법을 사용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 다양한 진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요일은 7진법이다. 만약 11월 1일이 일요일이라면 7을 더한 8일도 일요일이다. 같은 원리로 달력은 12진법, 시계는 60진법을 쓴다.
4×5 를 18진법으로 계산하면을 21진법으로 계산하면을 24진법으로 계산하면 14가 된다. 따라서까지 계산해봤을 때 숫자가 1씩 커지는 규칙을 따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의 정답은 20이 아니다. 42진법의 20을 10진법으로 바꾸면 52가 아니라 84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앨리스가 ‘20까지 절대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작가의 42 사랑
캐럴은 숫자 42를 매우 좋아한 듯하다. 작품 여기저기 42를 숨겨 놓았다. 대표적인 예로 여왕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장미를 빨간색으로 칠하는 정원사인 트럼프 카드 세 장을 들 수 있다. 카드 세 장에 그려진 숫자는 각각 2, 5, 7이다. 이는 소수로 이뤄진 수열에서 3만 빠진 형태다. 2, 3, 5, 7 네 수를 가지고 계산을 하면 42를 구할 수 있다. 2, 5, 7을 모두 더한 뒤 3을 곱하면 된다.
또한 후속작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태어난 날이 같은 붉은 여왕과 흰 여왕이 살아온 날수를 더하면 42가 된다. 그런데 이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부터 꼼꼼히 살펴봐야 겨우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모험을 겪은 건 5월 4일이다. 이날은 실제 앨리스의 생일이다. 앨리스는 1852년 5월 4일에 태어났다. 이는 매우 중요한 단서다. 앨리스의 생일과 나이를 알아야 거울 나라에서 여왕과 이야기를 나눌 당시 날짜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앨리스의 나이가 정확히 7살 반이라고 했으므로, 이날은 1859년 11월 4일이 된다.
그렇다면 1859년 11월 4일에 나이가 101살 5개월 1일인 두 여왕이 살아온 날수는 얼마일까? 101에 365를 곱하고 해당하는 달에 맞게 30일이나 31일을 더해서 계산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4년에 한 번꼴로 윤년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완전히 1바퀴 도는 데 365.242일이 걸린다. 따라서 1년을 365일로 하면 달력에 오차가 생긴다. 이를 맞추기 위해 4년마다 2월에 1일을 추가한다.
여왕이 태어난 날은 1758년 6월 3일이다. 이때부터 1859년 6월 2일까지 101년 동안 총 24번 윤년이 있다. 따라서 101년은 (77×365)+(24×366)으로 계산한다. 여기에 6월의 남은 날수 28일, 7월·8월·10월은 31일, 9월은 30일, 11월은 4일까지 전부 더하면 37,044가 나온다. 여기에 2를 곱하면 두 여왕이 살아온 날수인 74,088이 된다. 이 수는 42의 세제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