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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해서 유명했던 아이가 자라 성공을 했고, 심지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똑똑한 아이가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타고난 재능이 아닌 노력에 박수를 보내주세요”

 

Q. 교수님은 초등학생 때 고등학교 수업을 들었을 만큼 나이보다 앞선 교육을 받았습니다.

 

맞습니다. 학창 시절 대부분을 저보다 4, 5살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생활했어요. 나이마다 발달시켜야 할 사회성이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는 쉽지 않지요. 전 비슷한 또래의 형제가 둘이나 있었고, 동네에 같이 놀던 친구들이 있어서 그나마 괜찮았어요. 물론 나이에 맞는 사회적 경험을 하지 못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고등학생들끼리 하는 사교 모임이 있었는데, 전 어리니까 참여하지 못해서 속상할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프린스턴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 학부생들과 많이 교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영화 동아리에도 가입했고, 만화방에서 카드 게임도 열심히 했어요. 

 

Q. 다른 사람과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가요?

 

인간은 굉장히 사회적입니다. 소통해야 더 나아갈 수 있어요. 내가 무언가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질문을 주고받거나 이야기를 하는 등의 소통을 하며 아니었다는 걸 아는 경우가 많아요. 대학에서 기초 수학을 강의할 때 제 수학적 지식에 빈틈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는답니다. 

 

그리고 소통하다 보면 혼자서 생각할 때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생각하고, 새로운 접근을 떠올릴 수 있어요. 과거에 한 부등식과 관련해 증명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어요. 특수한 경우에서 증명은 성공했지만, 일반적인 경우에서 증명하지 못해 막혔었어요. 이에 대해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한 청중이 “먼저 일반적인 경우에서 반례를 찾아 보았나요?”라고 무심히 물었어요. 제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접근이었어요. 강의 이후 새로운 방법으로 이 문제에 시도해 성공했어요.

 

그리고 함께 일하는 게 더 재밌잖아요. 혼자 작업하면 아무도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여럿이 하면 적어도 한 명은 내 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장할 수 있어요(웃음). 

 

Q. 교수님은 IMO에서 최연소로 메달을 땄어요. 경시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까요?

 

지나치게 경쟁에 집중하지 않길 바라요. 경시대회는 스포츠에 가까워요. 수학 연구보다 호흡이 훨씬 짧아서 경시대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훗날 연구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일부 나라나 혹은 부모가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데 좋은 성적을 받으라고 강요합니다. 여기에 너무 지쳐서 다시는 수학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좋은 현상이 아니에요. 저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분위기일 때 IMO에 나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너무 재밌었거든요.

 

 

타오 교수가 건네는 영재교육에 대한 4가지 조언

 

1. 특정 기준에 지나치게 집착해서는 안 돼요. 

 

IQ나 어떤 학위를 몇 년 만에 취득했는지 등의 기준은 장기적으로 볼 때 경력에서 결정적인 도움이 되지 않아요. 오히려 이 목표를 위해 과도하게 노력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겨 사회적, 정서적, 신체적, 지적, 학업적 발달을 고루 하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2.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내 일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힘입니다. 재능이 있는 일을 하라고 지나치게 강요하지 마세요. 스스로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할 기회를 주세요.

 

3. 타고난 재능이 아닌 노력과 성취에 대해 칭찬하세요. 

 

재능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안돼요. 무언가 배우려는 노력보다 똑똑해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타고난 재능은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죠. 이러한 믿음은 자신의 실수를 개선하려고 하지 않고, 실패에 쉽게 좌절해서 도전을 두려워하다가 자신감을 확 잃기 쉬워요. 

 

4. 목표를 유연하게 설정하세요. 

 

처음에는 A 분야에 재능이 있는 것처럼 보여도 나중에 B 분야가 더 즐겁거나 잘 맞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분야나 사람들에게 더 알려지지 않은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어요.

 

“미래의 제 자신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일해요”

 

Q. 수학자가 되지 않았으면 어떤 일을 했을 것 같나요?

 

개발자나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둘 다 저와 잘 맞지 않았을 것 같아요. 

 

수학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어서 좋아요. 하나는 언제나 문제를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다른 분야에서는 드문 일이죠. 기자님이 개발자라 제가 이 프로그램을 개발해달라고 부탁한다면, 기자님은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쉽게 말할 수 없어요. 의사라면, 누군가 이 병을 치료해 달라고 물었는데 다른 병을 치료하고 싶다고 말할 수 없죠. 그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수학에서는 문제가 어렵다면 문제를 더 쉽게 만들어 다른 문제처럼 보이게 해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수학에서 실패에 드는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거예요. 의사가 수술 도중에 큰 실수를 하거나 엔지니어가 다리를 잘못 만들었을 때 큰 문제가 생기죠. 반면 수학에서는 문제를 깔끔하게 풀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으니까요. 약간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다른 방법을 시도하면 됩니다. 

 

문제의 절반을 풀 수 있다면 큰 진전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머지 절반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수학에서 실패는 거의 매번 일어나고 다시 도전하면 돼요. 컴퓨터 게임을 할 때 이기려면 여러 번 죽고 플레이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요. 

 

Q. 반대로 수학자로서 성공해도 큰돈을 얻을 수 없다는 것 아닐까요? 

 

그렇긴 하죠.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지 않다 보니 경쟁이 적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초전도체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운데요. 실제로 초전도체가 만들어지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엄청난 명성과 돈을 얻을 수도 있죠. 그러다 보니 누가 논문을 먼저 썼냐, 누가 먼저 개발했냐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죠. 

 

하지만 수학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떤 논문이 나오더라도 대부분 20명 정도의 사람만 이 논문에 관심이 있을 겁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논문을 아무리 빨리 내더라도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손해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경쟁이 적어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Q. 당신의 삶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떨 것 같아요? 

 

푸하하하하(머리를 싸매며). 여러분이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전적으로 지원해주시는 부모님과 매 순간 좋은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또 인생 목표를 많이 달성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고 가족이 있잖아요. 굉장히 평범하고 행복한 삶입니다. 영화에서는 엄청난 갈등이 있고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이 중요하잖아요. 관객들도 그걸 원하실 텐데 저는 그러한 것이 없어요. 저는 영화의 좋은 소재가 아니에요(웃음).

 

Q. 교수님은 현재 어떤 일에 가장 열중하고 있나요?

 

경력에 따라 하는 일이 계속 바뀌고 있어요. 젊을 때는 종신 교수직을 얻어야 하고, 연구에 대한 압박이 많기 때문에 논문을 쓰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집중했어요. 저녁 8시까지 퇴근하지 않고 계속 연구실에 있었죠. 지금도 계속 공동연구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멋진 문제를 발견하고 잘 풀 것 같은 사람에게 넘겨줍니다. 다른 연구자가 문제를 풀 때 도울 방법을 제안하지요. 

 

이번에도 서울대학교에서 류경석 교수와 만나 이야기하던 중, 그가 제게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마침 시차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자고 있어서 그 문제에 대해 고민을 계속했고 이를 도울 방법을 떠올려 제안했습니다. 아직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Q. 수학 대중 활동, 수학 위원회 활동, 학회 참가 등 다양한 일을 하는 비결이 있나요?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이 일정을 관리합니다. 시간을 쪼개서 쓰는 거죠. 30분 정도 걸릴 일이 있다고 생각하면, 캘린더를 쫙 훑고 ‘아, 여기 작은 공간이 있네. 여기에 넣을 수 있어’라든지 ‘이 일은 하고는 싶은데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다른 날 빈 공간에 채워 넣어야지’라고 하는 거죠. 

 

너무 피곤해서 깊은 생각을 할 수 없을 때는 이메일 확인 같은 크게 집중할 필요가 없는 것을 하죠. 

 

Q.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목록)가 있나요?

 

아뇨. 저는 목표를 크게 정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저는 우연을 믿습니다. 눈앞에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가 재밌는 게 생기면 방향을 바꿀 뿐이에요. AI가 좋은 예입니다. 2년 전만 해도 AI로 연구할 줄은 전혀 몰랐어요. 가족과 함께 여행을 최대한 많이 다니고 싶긴 하네요.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Q. 이미 놀랄만한 업적을 이뤘는데, AI 등 계속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이유는 뭔가요?

 

저는 언제나 미래의 제 자신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일을 합니다. 언젠가 필요할 것 같은 일에 시간을 투자하도록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거예요. AI도 이런 의미에서 미리 공부하고 있어요. 세상이 변할 때 미래의 제가 과거의 저에게 고마워할 거예요. 인간은 자신의 일이 언제 AI로 대체될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경력을 계속 재창조해야 하잖아요.

 

전 특별한 목표는 없습니다. 단지 기회가 왔을 때 무언가를 잘 해낼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싶어요. 

2023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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