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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 교수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그는 평생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왔다. 학창 시절에는 수학적 이해가 빨랐던 ‘영특함’으로, 수학자가 되어서는 분야를 넘나들며 수십 명의 공동연구자와 동시에 방대한 연구를 하고,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내는 ‘독창성’으로 늘 주목 받았다.

 

평범해지려고 노력했던 남다른 아이

 

 

타오 교수는 1975년 호주 남부에 위치한 도시 애들레이드에서 태어났다. 유치원에 다니며 초등학교 수학을 모두 이해했고, 7세 땐 아벨군 같은 대학 수학 개념 일부까지 이해했다. 그는 명확한 규칙이 있는 게임을 좋아했으며 깨끗하고 추상적이며 단순하다는 이유로 숫자와 기호를 사랑했다. 

 

당시 타오 교수는 미국 영재교육 전문가가 연구했을 정도로 남달랐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아들이 지나치게 빨리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도록 결정했다. 주변에선 “타오 정도는 초등학생 때 학사학위를 딸 수 있다”고 성화였지만, 그의 아버지 빌리 타오는 먼저 가족, 지역 사회, 호주라는 환경에 아들이 먼저 완벽히 적응하길 바랐다. 

 

아들을 위해 열심히 영재교육을 공부하던 그는 일부 부모와 영재교육 전문가가 아동의 IQ나 성취도에 집착하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또한 어린 시절 남들보다 빨리 학위를 받은 영재가 커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례도 목격했다. 그리고 대학생활에 아들이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스러웠다. 

 

아버지의 신념에 따라 타오 교수는 8세 때 초등학교를 다른 친구와 똑같이 다니면서 수학과 물리학만 고등학교에 가서 배우고, 9세 때도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시에 호주 플린더스대학교에서 수학 강의만 들었다. 14세가 돼서야 집 근처에 있는 플린더스대에 공식적으로 입학했다. 그리고 플린더스대 측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그와 가스 고드리 플린더스대 교수, 여러 연구자를 만나게 해 그가 학업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철저히 도왔다. 물론 남들보다 빠르게 학교에 진학한 건 맞지만, 타오 교수의 재능에 비하면 서두르지 않는 편이었다. 

 

타오 교수의 부모는 2007년 호주 잡지 <;더 오스트레일리안>;의 인터뷰에서 “영재 아동을 둔 많은 부모는 자녀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학업 성취 시기를 앞당기기를 원한다”면서, “하지만 그보다 수평적 사고(상식기성 관념에 근거를 두지 않는 사고 방식)와 창의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천재란 계산 능력이 빠른 사람이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시도하고, 행동하고, 상상하는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직접 개발한 알고리듬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든다든지, 자신만의 생각을 담은 보고서를 쓰는 등 창의적인 활동을 할 때 크게 격려했다.

 

 

 

타오 교수가 9세 때 가족 전체가 한 달 가까이 미국에서 지냈다. 그의 부모는 자녀들에게 필요한 교육 방법을 찾고 동기 부여를 해주기 위해서 이 같은 선택을 했다. 그때 여러 영재교육센터를 둘러보고, 유명 수학자와 교육 전문가에게 직접 연락해 만나서 조언을 들었다. 필즈상 수상자인 찰스 페퍼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엔리코 봄비에리 미국 고등연구소 명예 교수도 그중에 있었다. 

 

헝가리의 세계적인 수학자 에르되시 팔과도 인연이 있다. 에르되시가 지인을 만나기 위해 애들레이드를 찾았을 때, 10세였던 타오 교수는 지인의 소개를 받아 에르되시와 만났다. 당시 에르되시는 집도 없이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들과 수학 이야기를 나눴는데, 수학 영재에겐 영재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수학 문제를 내주곤 했다. 

 

타오 교수는 “에르되시가 준 문제를 아직 풀지 못했다”면서, “대화 내용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 굉장히 흥미로웠고, 그가 나를 어린이가 아닌 동등한 수학자처럼 대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에르되시는 훗날 타오 교수가 프린스턴대 대학원에 입학할 때 ‘나는 그가 일류 수학자, 어쩌면 정말 훌륭한 수학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추천서를 써줬다.

 

 

“저는 자라면서 수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수학자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타오 교수는 2015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원 때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껏 수학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수학을 해왔지만, 수학자가 하는 수학을 접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수학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학자의 수학은 수학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이론을 창조하고 여러 분야를 연결 짓는 등 일종의 예술과 같았다. 

 

그래서 그는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했다. 밤마다 대학원 컴퓨터실을 찾아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근처 만화책 가게를 방문해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연구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이때 타오 교수를 기억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가 훗날 성공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박사과정 때 논문 3개를 썼지만, 모두 평범한 내용이었다.

 

그러다 마음을 다잡게 된 계기가 찾아왔다. 대학원에서 한 시험을 봤는데,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시험이 끝난 뒤 지도 교수인 앨리아스 스타인 교수가 그를 따로 불러 “성적이 실망스럽다. 수학 지식을 확고히 갖고 있어야 한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다. 그때 타오 교수는 “스타인 교수의 조언이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내용이었고, 다시는 지도 교수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었다”고 2018년 자신의 블로그에 밝혔다. 

 

이후 타오 교수는 자신이 한때 수학 신동이었던 사실을 잊고 묵묵히 공부했다. 그렇게 2004년 ‘그린-타오 정리’를 발표하며 수학계에 의미 있는 결과를 처음 내게 되는데, 박사 과정에 들어선 지 딱 13년 만이었다. 

 

 

이후 조화해석학을 전공한 타오 교수는 전공 분야를 기반으로 여러 분야의 난제에 거침없이 도전했고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여러 분야를 연결하고 넘나들며 성과를 만들어냈는데, 타오 교수의 부모님이 바라던 ‘진짜 천재’의 모습이었다.  조화해석학은 함수와 그 함수의 푸리에 변환의 성질을 파악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또한 공동연구를 즐겨했던 그는 한 번에 한두 개의 공동연구를 하는 것도 힘든데 십여 개를 항상 동시에 진행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연구 성과를 쌓아 필즈상을 31세라는 어린 나이에 거머쥔다. 당시 필즈상을 수여하는 국제수학연맹은 “그는 여러 수학 분야에 영향을 미친 뛰어난 업적을 세운 최고의 문제 해결사다. 그는 엄청난 기술력,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초자연적인 독창성, 자신만의 관점을 결합해 성과를 냈다”고 평했다.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 성과를 내는 학자

 

◆ 조화해석학의 대표 난제 부분 해결 

단순하게 서술하면 2005년 길이가 1인 선분이 평면에서 이동(회전이동과 평행이동)해서회전한 후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올 때 자취의 최소 면적이 얼마인지 추정한 ‘카케야 추측’과 다른 추측들의 연결성을 발견해 추측의 일부를 해결했다.

 

◆ 소수 분포에 대한 이해 확장 

2004년 타오 교수는 벤 그린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와 그린-타오 정리를 발표해 ‘소수로만 이뤄진 임의의 길이의 등차수열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였다. 이 정리로 소수 분포에 대한 이해가 괄목할 만큼 확장됐다.

 

◆ 수학의 힘으로 의학 발전 

타오 교수는 엠마누엘 캉데, 데이비드 도노호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와 2006년 ‘압축센싱’이란 혁신적인 개념을 고안했다. 압축센싱은 N개의 미지수를 가진 신호에서 0이 아닌 값이 k개가 있을 때, N개의 측정값이 아니라 k logk개에 비례하는 적은 측정값만을 가지고 원신호를 복원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를 활용해 MRI 장치의 측정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 확률의 핵심 ‘보편성’ 증명 

각 성분이 확률 변수인 ‘랜덤행렬’ 중 한 행렬의 크기가 커질 때 나타나는 분포는 이 행렬을 이루는 각각의 분포와는 무관하다는 ‘보편성’을 증명했다. 많은 수학자가 도전해온 문제이며,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상당히 까다로운데 타오 교수는 반 부 미국 예일대학교 교수와 함께 해결해냈다.

 

◆ 편미분방정식 난제를 해결할 핵심 아이디어 제공 

타오 교수는 조화해석론적인 관점으로 파동 현상에 관한 편미분방정식 난제를 연구했다. 끈적끈적한 점성을 포함한 유체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과 양자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나타내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해결할 핵심 아이디어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타오 교수의 최근 연구는?

고차원에서 ‘주기적인 타일링 추측’ 거짓이다

 

지금도 활발히 공동연구자들과 연구하는 타오 교수는 지난해 말 타일링에 관한 기하학 분야의 연구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했다. 이번에 서울대에서 강연한 주제가 바로 이 논문의 내용이다. 타일링이란 유한 가짓수의 조각으로 각 조각이 겹치지 않으면서 특정 공간을 꽉 채울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타일링 기법에는 2가지가 있다. 조각을 평행이동하며 배치했을 때 같은 모양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주기적인 타일링’이라 하고, 똑같이 평행이동으로 조각을 배치했을 때 모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만 그 간격이 일정하지 않은 것을 ‘비주기적인 타일링’이라고 한다. 

 

 

그런데 타일링을 연구하는 수학자에게 중요한 난제로 ‘주기적인 타일링 추측’이 있다. 이 추측은 하나의 조각을 평행이동하며 계속 배치하면 항상 주기적인 타일링이 된다는 내용이다. 즉, 비주기적인 타일링이 되는 조각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7년 전 이 추측이 2차원에서 성립한다는 사실이 증명돼, 고차원에서도 이 추측이 옳을 것이라 대부분 예상했다. 그래서 타오 교수도 5년 전부터 레이첼 그렌펠드 고등연구소 연구원과 이 추측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이들은 추측 자체가 틀렸을지 모른다고 의심했고, 반례를 찾았다. 고차원에서 조각을 평행이동 해 반복해서 배치했을 때, 비주기적인 타일링이 되는 조각을 찾은 것이다. 

 

이 결과는 아직 학술지에 발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명료하게 쓰여 있어 수학자들 사이에서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3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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