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먹는 이야기부터 시작할게요. 혹시 친구들 중에 고기반찬은 좋아하지만, 같은 고기라도 생선은 싫어하는 친구가 있나요? 물론 수학동아 친구들은 반찬을 골고루 먹는 훌륭한 친구들이 더 많겠지만요. 그런데 요즘 고기와 햄 종류만 편식하듯 수학 공부도 편식한다는 친구가 있어 찾아가 봤습니다. ‘요즘 자꾸만 소홀해지는 수학 단원이 있어 큰일이다’라는 고민이 있는 서울 미동초 6학년 4반 친구들을 만나볼게요.
골라 푸는 재미는 안 돼!
저는 1학기 때는 거의 100점을 놓치지 않거든요. 그런데 2학기만 되면 수학시험이두려워요.
저는 도형이 나오는 단원처럼 그림을 그려 푸는 문제는 자신 있어요! 하지만 계산 문제만 나오면 자신이 없어져요.
단원평가에서 100점을 받으면 엄마가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그런데 도형관련 단원은 70점을 못 넘어 혼나기 일쑤예요.
문장제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스스로 못 푸는 문제가
많아지니 점점 싫어하게 돼요.
수학동아는 미동초 친구들에게 “여러분은 여러 종류의 수학 반찬(단원)이 있다면 가장 먼저 어떤 반찬을 먹고(공부하고) 싶나요?”라고 물었어요. 6학년 4반 친구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수학 단원이 달랐어요. 물론 모든 단원을 좋아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잘하는 단원만 열심히 하게 되고, 자신 없고 어려운 단원을 공부할 때는 꾀가 난다는 친구들도 꽤 있었지요.
같은 질문에 ‘오늘 급식 반찬 중 어떤 반찬이 가장 맛있을까?’를 고민하듯 진지하게 단원을선택해준 두 친구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왔어요. 두 친구는 수학 문제도 ‘아이스크림처럼 좋아하는 단원의 문제만 골라 풀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대요. 동준 친구는 좋아하는 맛 아이스크림을 직접 골라 먹을 때 가장 신이 난다고 했어요. 수학 공부도 골라 푸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하지만 수학은 좋아하는 단원의 문제만 풀게 되면 당장은 어려운 공부를 피할 수 있어 좋지
만 나중엔 부작용이 생기죠. 수학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같은 내용을 공부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살을 붙여 점점 어려운 내용을 배워야 하거든요.
혹시, 친구들도 비슷한 고민을 해본 적 있나요? 학교 급식에 좋아하는 반찬이 나온 날 밥이 더 맛있는 것처럼, 수업 시간에 자신 있는 과목이나 단원을 공부할 때는 신나잖아요.
이렇게 좋아하는 단원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증상을‘단원편식증’이라고 합니다. 단원편식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친구들과 속상해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수학동아가 전문가 선생님을 만나 뵙고 왔어요. 선생님을 모셔 볼게요. 이현호 선생님~!
선생님, 도와 주세요!
선생님, 보통 우리 친구들에게 단원편식증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학생들은 잘하는 것만 하고 싶어 하는 특성이 있어요. 누구나 좋은 결과로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칭찬받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학생들은 익숙한 단원을 공부하기 좋아합니다. 쉽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때 선생님과 부모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잘하는 단원은 더 잘할 수 있도록, 그렇지 못한 단원이라도 아이가 실망하지 않도록 꾸준히 맞춤 학습을 권해 주세요. 어려워하거나 재미없게 생각하는 단원을 공부할 때는 기초부터 하되 질리지 않도록 매일 30분 이내로 10문제 정도만 풀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 수학은 크게 수와 연산, 도형, 측정, 확률과 통계, 문자와 식, 규칙성과 함수와 같이 6개 영역으로 나뉘어요. 어느 한 영역에서 자신 있는 학생들도 처음 보는 새로운 영역의 문제가 나오면 먼저 두려운 마음이 생기죠. 이 마음을 이겨내지 못하면 새로운 공부에 흥미를 잃게 돼 단원편식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6학년 1학기 때 배우는 ‘비와 비율’ 단원은 2학년 때부터 배웠던 분수에 대한 개념을 기초로 해요. 하지만 비례라는 개념이 처음 나오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이 단원을 어렵게 생각합니다. 이처럼 새로운 개념을 배울 때는 기초가 되는 단원을 먼저 찾아 관련 내용을 다시 한 번 훑어 보세요. 이미 배웠던 내용을 떠올리며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면 잃었던 흥미를 되찾을 수 있을 거예요.
단원편식증이 생기면 어떤 부작용이 생기나요?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으면 영양소에 불균형이 생겨 몸이 허약해지는 것처럼 수학도 모든 단원을 골고루 공부하지 않으면 단원편식증이 생겨 수학 실력이 줄어들죠. 저학년일 때 가볍게 여기는 단원편식증이 고학년이 되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수학 교과 과정은 고등학교 1학년까지 계단식으로 돼 있어 전 학년 공부가 다음 학년에도 영향을 미치니까요.
만약 어느 한 단원에 집중해 단원편식증이 생기면,대표증상으로는 연산에 대한 자신감 부족 현상과 도형기피증상, 단위에 대한 이해 부족 증상 등이 나타나죠.
이현호 선생님의 맞춤 처방
선생님, 우리 수학동아 친구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단원편식증을 이겨낼 수 있는 맞춤 처방을 내려주세요!
❶ 싫어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음식과 섞어 먹었을 때, 전보다 맛있게 느껴졌던 경험이 있나요? 수학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단원을 연결 지어 풀어보세요. 예를 들어 ‘문제 푸는 방법 찾기’ 단원에는 자신이 없지만, 연산에는 자신 있다면 식 세우기까지는 부모님 또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연산은 스스로 하는 연습을 해 보세요. 어느덧 식도 스스로 세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거예요.
❷ 자신 없는 단원은 그 단원의 특징과 공부 방법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입체도형’ 단원을 공부할 때, 상상력이 부족해 문제 푸는 어려움이 있다면 전개도를 그려 도형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머릿속으로만 상상해 문제를 푸는 것보다는 직접 만져보고 돌려보며 도형의 성질을 이해한다면 ‘입체도형’ 단원과 친해질 수 있어요.
❸ 잘 풀리지 않는 문제는 자신이나 친구의 이름을 넣어 풀어보세요. 문제를 잘 풀려면, 우선 문제와 친해지는 것이 중요해요. 어려웠던 문제를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문제로 바꿔 다시 한 번 풀어보면 전보다 더 친근한 문제가 돼 편식증 극복에 도움이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수학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누구나 한 번쯤은 ‘이 골치 아픈 수학 공부를 왜 해야 할까?’라고 생각해 본 적 있겠죠. 수학은 고유의 내용을 가진 과목이자 다른 과목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초 도구가 되는 과목입니다.
만약 수학이 없었다면 친구들이 좋아하는 게임기나 TV, 컴퓨터, 인터넷도 모두 없었을 거예요. 그만큼 수학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과목이랍니다. 또한 모든 과목의 공부를 잘하려면 ‘수학적인 힘’이 필요해요.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한 모든 과학기술이 수학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통해 수학은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