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험날이 밝았어요. 시험장은 마쿠하리 멧세의 한 홀에서 열렸어요. 참가자 전원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크기였어요. 시험은 오전 9시부터 시작이었어요.
시험장에 도착한 국가대표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어요. 3회째 출전하는 배준휘 학생만 “떨리지 않아요! 저, 사진 찍어 주세요”라며 조금 여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손에 모두 커다란 투명 지퍼백을 들고 있었어요. 시험장엔 필기도구, 음식, 음료수, 물통, 그 밖의 작은 물건만 지퍼팩에 넣어 들고 갈 수 있어요. 각도기, 핸드폰, 종이, 스마트워치, 계산기, 책, 가방 등은 가져갈 수 없습니다.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국가대표들의 물품은 가지각색이었어요. ‘캔커피 3캔과 초콜릿’, ‘휴지와 초콜릿 4개’, ‘이온 음료와 물’, ‘물티슈와 간식 통’ 등 다양했어요.
시험인데 이렇게 많은 물품을 가져가는 모습이 생소한데요. IMO 시험에선 심지어 시험 시간 중간에 화장실도 계속 갈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하루에 치르는 시험 시간이 무려 4시간 30분이기 때문이에요. 최상의 컨디션으로 오래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국가대표들이 모두 시험장으로 들어갔는데, 이들을 응원하던 각 대표단의 일부 주관 조교와 부단장 등은 시험장 근처에 따로 마련된 한 홀로 우르르 들어갔어요. IMO의 재밌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는데요. 국가대표를 제외한 IMO 참석자들은 원하면 대표가 시험을 치르는 시각과 같은 시각에 똑같은 문제를 풀어볼 수 있거든요.
무시무시한 사실은 대표와 마찬가지로 이 공간에 들어오면 시험이 끝날 때까지 절대 나갈 수 없다는 거예요. 사실 이들은 이 시간에 관광을 가도 돼요. 그런데도 이곳에서 문제를 푸는 이유는 2가지예요. 문제 푸는 것 자체가 정말 재밌거나 다음날 있을 채점 과정을 미리 준비하기 위함이에요. 기자도 시험 둘째 날 이 행사에 참여했는데요. 그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번 호 ‘수동24’(114쪽)와 온라인 기사를 읽어주세요.
IMO 문제는 총 6개로 한 문제당 7점 만점, 총점은 42점입니다에 출전한 김홍녕 주관 조교는 “보통 1, 4번이 쉬운 문제, 2, 5번이 난도가 조금 높은 문제, 3, 6번은 쉽게 풀리다가도 마지막에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하는 창의적인 문제가 나온다”고 설명했어요. IMO 주최 측은 이 난이도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학생들도 시험장에서 이에 맞게 풀이 전략을 짭니다.
이번 6번은 기하 문제로 전체 참가자 중 단 6명만 완벽히 풀었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배준휘, 최우진 대표가 문제를 풀었는데요. 배준휘 대표는 “문제를 풀면서 그 과정을 손으로 그릴 수 있고, 실시간으로 어떻게 풀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기하 문제를 정말 좋아한다”면서, “이번 문제도 흥미롭다는 생각으로 풀었다”고 말했어요. 최우진 대표는 “5, 6번을 동시에 여러 번 왔다 갔다 시도해보면서 둘 다 풀었다”며, “서로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도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서로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