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에서는 치열한 협상 끝에 문제의 점수를 결정합니다. IMO 집행위원회는 대회 전 IMO 출전 경험이 있는 대학생, 대학원생으로 코디네이션 팀을 꾸립니다. 코디네이터는 문제 채점 위원이라고 보면 돼요. 시험이 끝나면 각 코디네이터가 담당하는 나라와 채점해야 할 문제가 결정돼요.
시험이 끝나면, 대표들은 답안지뿐 아니라 연습 종이도 제출합니다. 그러면 바로 이 종이는 스캔돼서 코디네이션 팀과 단장, 부단장 등에게 전달됩니다. 코디네이터는 담당하는 문제의 답안지를 열심히 분석해 학생별로 대략 점수를 생각합니다. 동시에 대표단도 대표의 답안지를 보며 어떻게 점수를 높일 수 있을지 전략을 세웁니다.
대표단이 전략을 짜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답안지부터 연습 종이까지 작성한 모든 내용이 답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답을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작성하지 못했더라도 연습 종이에 적힌 내용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아이디어라면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풀이 속에 숨어 있는 핵심 아이디어나 접근법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소한 내용이 틀려도 점수를 깎지 않아요. 그래서 대표단은 학생의 연습 종이를 샅샅이 살펴보며 문제를 풀 당시 대표들의 사고 과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부단장으로 참가한 유화종 서울대 교수는 “학생 대표가 쓴 내용을 이해하는 데 3시간이 걸렸다”고 했어요. 코디네이션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점수 확정 전에 국가대표와 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없어요.
그런 뒤 본격적으로 코디네이션이 시작됩니다. 코디네이터와 대표단은 정해진 시간에 만나요. 제한된 시간은 단 30분. 시간 내에 서로 점수 합의를 이뤄야 합니다. 30분 내에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다시 코디네이션을 하는 시간을 정합니다. 여러 번 코디네이션을 했는데도 점수 결정이 안 되면 폐막식 전날 최종 단장 회의에서 해당 코디네이션이 안건으로 올라옵니다.
기자는 7월 10일 한국 대표단의 5번 문제 코디네이션 시간에 참가해봤습니다. 코디네이터는 2명, 대표단에서는 3명이 참여했죠. 코디네이터는 한 대표의 답안지를 들며 “답안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낮은 점수를 줘야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한국 대표단의 남경식 KAIST 교수가 “모든 내용이 여기에 있다”면서, 6장의 답안지와 연습 종이를 보여줬습니다. 종이를 한 장씩 넘겨 가며 대표가 적은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중간중간 코디네이터가 “그 설명의 근거는 어디에 있나”라고 물을 때마다 남 교수는 특정 부분을 가리키며, “이거다”라면서 바로 대응했어요.
어느덧 30분이 흘렀고, 코디네이터는 “한 번 더 대표의 답안지를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니 해당 답안지를 영어로 번역한 것을 보내달라”고 대표단에 요청했습니다. 남 교수는 바로 방으로 들어가 답안지를 번역해 제출했습니다. 다음날 다시 해당 문제에 대한 코디네이션이 진행됐고, 남 교수가 작성한 답안지를 본 코디네이터는 만점인 7점을 주었습니다.
재밌게도 이렇게 점수가 결정될 때마다 코디네이션 장소 앞에 있는 모니터에는 점수가 실시간으로 반영됩니다. 어느 국가대표가 어떤 문제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 바로 알 수 있죠.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나라의 대부분 시험에서 서술형 문제를 채점하는 방식과 매우 달라 놀라웠어요. 우리나라 시험에서는 채점자가 알아보기 어렵게 쓰거나 작은 용어의 철자라도 틀리면 바로 틀린 문제로 간주하는데요. IMO 집행위원인 송용진 교수는 “코디네이션에 수학 문제를 풀 때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어요. 또 수학 문제는 얼마든지 여러 풀잇법을 가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대표들이 적은 각각의 풀이를 존중한다는 의미도 있어요.
코디네이션 마지막 날인 11일 늦은 저녁 8시에 최종 단장 회의가 열렸어요. 여기서 각 메달의 점수 커트라인을 정하고 나라별 순위 등 결과를 확정해요. 전체 메달 수상자가 참가자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하고 전체 참가자 가운데 상위 12분의 1은 금메달, 그다음 12분의 2에게 은메달, 12분의 3은 동메달을 받게 해요. 그런데 이 비율이 학생 수에 맞게 딱 떨어지지 않아 회의를 통해 각 메달의 커트라인을 정합니다. 최종 투표 결과 금메달은 32점 이상, 은메달은 25점 이상, 동메달은 18점 이상으로 정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