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허준이 교수 연구실은 미니멀리즘 그 자체! 공책, 다면체 모형, 그리고 모래시계

허 교수가 집 다음으로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인 연구실은 생각보다 단출했어요.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떠날 수 있을 정도로 딱 필요한 물건만 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몇 없는 물건 중에서도 연구에 주로 쓰는 것은 깔끔한 필체로 정돈된 공책과 15년 전부터 쭉 쓰고 있는 샤프 펜슬, 15분짜리 모래시계가 다지요. 허 교수의 말로는 본인의 집중력이 약해서 모래시계로 15분을 설정해놓고 그 시간 동안에는 최대한 연구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대요.

 

한쪽 벽면 칠판에는 ‘WELCOME(환영합니다)’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몇 주 전 가족들이 연구실에 놀러 왔을 때 첫째 아들이 남기고 간 거래요. 허 교수는 동료 수학자와 연구 이야기를 나눌 때만 칠판을 사용하는데 연구실 내 칠판은 작아서 잘 사용하지 않아요. 대신 프린스턴대 수학과 건물인 파인홀의 공용공간에 있는 큰 칠판을 사용해 수학 아이디어를 주고받지요.

 

책이 듬성듬성 꽂힌 책꽂이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다면체 모형이 여러 개 놓여 있어요. 허 교수는 이 모형을 모으는 게 취미예요. 허 교수의 박사 과정 시절 첫 연구 주제가 다면체와 관계가 있어 좋아하게 됐대요. 작년 가을 아들의 학교 반 친구 7명 앞에서 수학자가 하는 일을 설명하는 짧은 강연을 했을 때도 다면체를 소개했지요. 초등학교 저학년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다면체 모형을 가지고 다면체의 꼭짓점, 모서리, 면의 개수의 관계를 나타내는 ‘오일러의 다면체 정리’를 설명했답니다.

 

연구실 한쪽 구석에는 요가 매트와 청소기가 있었어요. 허 교수는 연구하다가 잠시 쉬고 싶을 때는 요가 매트에 누워있기도 하고, 공부하기 싫을 때는 청소기를 돌립니다. “청소하는 걸 좋아한다기보다는 청소라도 하면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허 교수에게서 인간적인 면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3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미국 프린스턴=김진화 기자 기자

🎓️ 진로 추천

  • 수학
  • 교육학
  • 미술·디자인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