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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 수상 후 1년] 변화 없는 일상으로 수학 연구에 집중

“필즈상 수상 전과 똑같아요.”

 

필즈상 수상 이후에 어떻게 지냈냐는 물음에 허 교수가 짧게 답했어요. 사실 대답을 듣기 전부터 1년 전과 변함없는 스타일의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그의 수수한 옷차림을 보고 답변을 짐작할 수 있었지요. 수학자에게 큰 영예로 여겨지는 필즈상을 받은 사건이 허 교수에게는 지나가는 일 중 하나인 것 같았습니다.

 

필즈상 시상식 직후 허 교수는 한국에 들어와 2달간 바쁜 일정을 소화했어요. 토크 콘서트, 강연, 서울대학교 졸업식 축사 등 학생들을 위한 활동을 많이 했지요. 2022년 8월 말 허 교수가 프린스턴에 돌아간 다음부터는 허 교수에 대해 이렇다 할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올해 2월에 EBS 장학퀴즈 50주년 기념 축사로 30초가량 출연한 방송을 제외하고는 말이지요.

 

“방송 출연은 최대한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하는데 저희 아이가 장학퀴즈를 좋아해서 출연에 응했어요. 일요일 저녁마다 가족이 다 같이 모여서 보거든요.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요. 한 1분 정도 놀라고 대단한 반응이 있지는 않았지만요.”

 

그 일 외에는 1년 전과 비교해 허 교수의 일과표에 변함이 없어요. 저녁 9시에 자서 새벽 3시에 기상하고, 아침 9시부터 낮 12시까지 3시간 동안 연구에 몰두하지요. 동일한 일과표대로 지내는 것은 허 교수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수학에 집중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필즈상 수상 이후 확실히 연구할 시간이 줄어들기는 했어요. 적극적으로 들어오는 요청에 방어하지 않으면 이전처럼 연구하긴 어렵더라고요. 그전에는 할 필요가 없었던 종류의 일을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으니까요. 최근엔 사람들이 1년 전 있었던 일을 다 까먹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부터 2주 동안 완전한 휴가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수학 연구를 할 거예요. 연구는 업무가 아니고 즐거운 일이거든요.”

 

 

허 교수는 공동연구, 수업 준비, 학생 지도도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허 교수를 포함해 5명의 수학자로 구성된 그룹이 4년째 함께 연구하고 있는데요. 우연한 계기로 서로가 대수학, 조합론 등 다양한 수학 영역과 연관성을 가진 위상수학 대상인 ‘교차 상동’에 관심을 갖는다는 걸 알고 결성한 그룹이래요. 지난 5월 말에는 다른 4명의 교수가 허 교수 연구실을 찾아 일주일 정도 집중 연구를 했습니다. 허 교수는 여전히 조합론 문제를 대수기하학의 방법으로 푸는 연구를 하고 있답니다.

 

“필즈상 수상자들은 한 분야에서 자신을 증명했으니 새로운 분야에서 능력을 보이고 싶어 하기도 해요. 그렇게 야심이 있는 수학자는 연구 분야를 크게 바꾸지요. 하지만 분야를 바꾸는 것도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어요. 저는 배우는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라서 제가 지금 와서 다른 분야로 바꾸면 아마 한 10년은 있어야 논문 한 편이 나올 거예요(웃음).”

 

필즈상 수상 이후 아직 허 교수가 내놓은 새로운 연구는 없어요. 지난해 인터뷰에서 출판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던 연구가 올해 ‘미국수학회보’에 실렸어요. 1980년대 제기된 조합론의 추측인 ‘브리로스키의 추측’과 ‘로슨-콜번의 추측’을 대수기하학의 방법으로 해결한 거예요.

 

변함없이 수학 연구에 몰두하는 허 교수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목표는 없어요. 목표가 일시적으로 동기 부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목표 설정 자체가 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어려운 목표라면 분명히 언젠가 가까이 가기 어려운 지점이 생길 텐데 그런 지점을 맞닥뜨렸을 때 마음이 힘들고 잡념이 생기잖아요. 목표를 가지지 않는 게 앞으로 나아갈 때 산만해지지 않는 방법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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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미국 프린스턴=김진화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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