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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수학 잘하는 방법이 궁금한 수학자

젊은 수학자를 만나다



“어떻게 하면 수학을 더 잘할 수 있을까요?”
권순식 KAIST 교수의 고민 중 하나다. 수학과 교수님도 우리랑 같은 고민을 한다는 사실이 재밌다.
겸손한 성격으로 인터뷰 내내 본인을 낮췄지만, 권 교수는 대한수학회에서 업적이 뛰어난 젊은 수학자에게 주는 상인 ‘상산 젊은 수학자상’을 받은 유능한 수학자다.


수학자 중에는 물리학이나 컴퓨터 과학을 연구하려다 수학으로 전공을 바꾼 사람이 꽤 있다. 권순식 교수가 그중 한명이다. 원래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려고 했지만, 결국 수학자가 됐다. 언뜻 보면 둘 다 직관과 논리력이 필요하고 수식을 도구로 사용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는데, 무엇이 다를까?

“제가 생각했을 때 물리학은 직관이 더 중요하고, 수학은 논리력이 더 중요해요.”

물리학에는 엄밀하게 검증하지 않고 넘어가도 되는 부분이 있다. 실험으로 타당성을 증명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수학은 매 단계를 확실하고 엄밀하게 증명해야 하는 학문이다.

“물리학적으로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 중에 수학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게 많아요. 증명하지 않고 넘어가는 게 성격상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권 교수가 수학을 좋아하게 된 이유다. 이후 권 교수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다니다가 카투사에 지원해 주한미군 부대에서 군복무를 했다. 카투사 는 주말에 부대를 나올 수 있어 권 교수는 군복무 중에 미국 유학 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다.

“미군과 생활했던 게 유학 시험 준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미국에 가서는 처음부터 영어로 편하게 말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음식 주문을 못해서 굶지는 않았지요.”

권 교수는 미국 UCLA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지도 교수는 천재로 유명한 테렌스 타오 교수였다.

타오 교수와의 첫 만남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만큼 설레고 떨리는 일은 없다. 더욱이 평소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난다면? 그것도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로 만난다면 어떨까? 권 교수가 UCLA에 지원했을 때, 타오 교수는 이미 수학계의 스타였다.

“UCLA에 입학한 뒤에 시험을 치렀어요. 그런데 앞에 앉아 있는 시험감독이 노트북으로 키보드를 계속 두드리고 있는 거예요. 너무 신경 쓰여서 시끄러우니 자제해 달라고 말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시험감독이 바로 권 교수의 지도 교수가 될 타오 교수였다. 권 교수와 타오 교수의 첫 만남이었다. UCLA의 최연소 교수일 정도로 나이도 젊을뿐더러 외모도 어려 보여 조교쯤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타오 교수는 권 교수의 요청에 흔쾌히 노트북을 접었다.

“두 번째 만났을 때 타오 교수는 강의 준비를 위해 프로젝터를 연결하고 있었어요. 다행히 그때는 타오 교수를 알아봤어요.”

테렌스 타오는 역시 대단한 수학자였다. 현대 수학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화돼 있어 한두 분야가 아니고 여러 분야에 걸쳐 연구하며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그런데 타오 교수는 여러 분야에 걸쳐 뛰어난 성과를 냈다. 권 교수는 그런 수학자는 100년 전의 수학자 힐베르트 이후 타오 교수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타오 교수님은 다시 생각해보고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물론 공부한 책을 다시 공부하라는 것은 아니지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라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저도 실제로 잘 해결되지 않던 문제의 본질을 찾기도 했어요. 교수님 본인도 아마 그런 경험이 많았을 거예요.”

같은 나라, 다른 분위기

이공계에서는 박사 과정을 마치면 대부분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밟는다. 권 교수도 몇 군데에서 제안을 받았다. 제안이 들어온 곳 중에 프린스턴대가 있었다. 프린스턴대는 미국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대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권 교수는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밟게 됐다.

“그런데 박사 과정을 했던 UCLA와 분위기가 너무 달랐어요. UCLA는 자유로운 분위기인데, 프린스턴대는 경쟁도 심하고 조금 경직된 분위기였어요.”

미국은 동부와 서부의 학풍이 다르다. 프린스턴대가 있는 동부 지역은 대체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반면에 서부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다. 특히 UCLA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도 가장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지역으로 유명하다.

“UCLA에서는 학생들이 타오 교수를 ‘테리’라고 격의없이 불렀어요. 프린스턴대에서는 ‘◯◯교수님’이라고 부르는 게 일반적이에요. 명성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들이 많아 경쟁도 심했어요.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는 UCLA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더 좋았어요.”

재밌는 사실은 권 교수와 타오 교수의 관계다. 권 교수는 UCLA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밟았다. 타오 교수는 프린스턴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UCLA에 교수로 임명됐다. 두 사람 모두 같은 학교를 경험해 본 것이다.

“박사후 연구원을 마치고 타오 교수에게 UCLA와 상반된 분위기에 당황했던 것을 말했죠. 타오 교수도 똑같이 느꼈다며 동감하더라고요.”



수학자의 특별한 여가?

교수님의 학생 시절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제 현재가 궁금해졌다. 권 교수는 수학자이고, 10살과 8살 두 아이의 아빠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면서 여가를 보낸다. 권 교수의 아이들이 아빠 같은 수학자를 꿈꾸는지 궁금해졌다.

“직업에 대한 개념은 아직 없어요. 게임에서 직업에 따른 연봉을 보고서는 의사가 가장 높으니까 의사가 되겠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까지 배드민턴을 하다가 요즘 들어 수영을 배우고 있다. 괜히 수학자가 운동을 한다면 다른 사람보다 쉽게 배울 방법을 알 것 같다. 배드민턴을 칠 때 힘의 크기와 방향을 미리 계산하거나 수영할 때 앞으로 빨리 나아갈 방법을 계산할 수 있지는 않은지 궁금했다.

“똑같아요. 다른 사람처럼 공이 오면 그쪽으로 달려가서 보내고 싶은 방향으로 칩니다. 액체의 운동을 다루는 유체역학을 안다고 수영을 잘하는 것도 아니에요. 원리는 알지만 실전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하하.”

마지막으로 수학을 잘하는 비법을 알려달라고 슬쩍 부탁해봤다.

“저도 늘 고민이에요. 어떻게 하면 수학을 더 잘할 수 있을까요?”

수학자도 수학 잘 하는 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권 교수처럼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게 수학을 잘하는 비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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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조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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