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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시간, 하늘을 넘어 기계로 알아본다

조선의 시계 발전은 일성정시의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서양의 과학이 들어오면서 조선은 새롭고 독창적인 시계를 개발하게 됐죠. 그 시계가 어떤 것인지 알아봅시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고려대학교 박물관 2층에 들어서면 작은 장롱 같은 물건이 유리장 안에 전시돼 있습니다. 바로 1669년 조선의 천문학자 송이영이 만든 혼천시계(오른쪽 사진)입니다. 혼천시계는 조선의 전통적인 천문기기 혼천의에 서양식 자명종을 결합한 시계로 1985년 8월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입니다. 박유민 고려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혼천시계의 가치로 볼 때 국보 지정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오히려 외국의 여러 과학자가 일찍부터 혼천시계를 뛰어난 유물로 평가하고 연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사가 조지프 니덤은 ‘혼천시계를 복제해 전 세계 박물관에 전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하늘의 움직임도 찾는 혼천시계

 

혼천시계 옆에 붙어있는 동그란 기기는 혼천의라고 합니다. 혼천의는 해와 달을 비롯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위치를 측정합니다. 혼천시계가 제작된 당시에 행성은 5개밖에 알려지지 않았으니 알려진 모든 천체의 위치를 측정한 셈이죠. 이런 혼천의를 통해 태양과 달 그리고 태양계 행성의 움직임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해시계는 태양의 그림자로, 물시계는 물의 운동으로 작동합니다. 반면 혼천시계는 추 2개의 운동으로 동력이 발생하고 진자의 주기로 추의 낙하속도가 결정됩니다. 여기에서 발생한 동력은 톱니바퀴를 통해 혼천의와 시계장치로 연결됩니다. 혼천시계의 전면부에는 시간을 적은 나무패인 둥근 시패가 있어 2시간마다 시간을 알려줍니다. 추의 동력을 이용한 톱니바퀴의 운동이 시간지시장치를 작동시켜 시패가 보이게끔 한 것이죠. 이는 오늘날 뻐꾸기시계나 괘종시계가 매시간을 소리로 알리는 것과 유사합니다.

 

 

시계 주기의 비밀은 바로 진자

 

우리나라에 혼천시계가 있다면 서양에는 1657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만든 진자시계가 있습니다. 두 시계는 만들어진 시기뿐만 아니라 작동법과 구조가 비슷해 자주 비교되곤 합니다. 혼천시계의 자명종 시계는 일정한 주기로 작동하며 시간을 잽니다. 이는 하위헌스의 진자시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시계들은 어떻게 일정한 주기로 작동할까요? 이는 1583년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발견한 ‘진자의 등시성’과 관련 있습니다. 진자의 등시성이란 진자가 한 번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흔들리는 폭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하며, 그 시간은 진자의 길이와 관련 있다는 원리입니다. 이는 식으로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진자의 등시성을 이용해 ‘탈진기’라는 기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탈진기란 진자에 톱니바퀴를 결합해 톱니바퀴가 회전하는 속도를 일정하게 만드는 기구입니다. 진자가 흔들리는 주기에 따라 톱니바퀴가 맞물려 일정하게 회전하는 것이죠. 혼천시계의 자명종 시계와 하위헌스의 진자시계는 모두 탈진기를 이용한 시계로, 인간이 해와 별, 물과 같은 자연이 아닌 기계적 요소에서 동력을 얻어 작동한 시계라는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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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윤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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