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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수학] 소시지 추측으로 크리스마스 선물 싸기

오늘은 조금은 슬픈 날이에요. 피터팍의 맛있는 수학이 대망의(?) 마지막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그동안 사랑해주신 여러분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요리를 준비했어요. 영롱한 유리알 사탕에 담긴 제 마음을 확인해주세요!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야~↗.”


작별 노래로 배경음악을 깔고 시작합시다. 마지막 요리 교실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요리 면에서 아무것도 늘지 않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주신 여러분을 위해 야심찬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메시지를 담은 유리알 사탕입니다.


마침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 이번 요리는 특별히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드릴 생각이에요. 그래서 음식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종류인 사탕으로 골랐지요. 또 건강을 책임질 수 없으니 먹지 않아도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품으로 쓰실 수 있도록 여러 가능성을 고려했답니다. 어때요, 독자 여러분을 생각하는 피터팍의 마음이! 와하하~.


선물이니만큼 그동안은 플레이팅에 전혀 신경 쓰지 않던 저도 이번엔 아주 예쁜 포장지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준비한 포장지는 한 장뿐인데 생각보다 유리알 사탕의 크기가 너무 커서 문제예요. 포장을 아주 잘 해야겠어요. 최소한의 포장지만 써서 최대한 많이 담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려면 당연히 ‘수학’이 필요하겠죠?

 

 


포장의 수학, 소시지 추측


평면에서 원을 포장할 때, 공간에서 구를 포장할 때 가장 적은 부피가 되려면 어떤 형태로 포장해야 할지 결정하는 수학 문제가 있습니다. 1975년 헝가리 수학자 토트 라슬로 페예시가 발표한 ‘소시지 추측’입니다. 5차원 이상에서는 구의 수에 상관없이 가장 작은 부피를 가지는 압축 포장 방법은 소시지 모양으로 길쭉하게 포장하는 것이라는 추측이죠. 이 추측은 사실일까요? 또 5차원 이상에서는 소시지 모양이라면 2, 3, 4차원에서는 어떤 모양이 최소 부피를 차지할까요?  


그럼 상상하기 힘든 5차원으로 나아가기 전에 먼저 2차원부터 차근차근 접근해보겠습니다. 아, 참고로 소시지 추측에서 다루는 모든 공간은 유클리드 공간입니다. 


2차원 평면에서 같은 크기의 원이 여러 개 있을 때 이 원들을 가장 짧은 끈으로 포장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쉽게 연상하기 위해 납작한 동전 초콜릿을 예로 들어볼게요. 초콜릿은 납작해도 부피가 있지만 지금은 살짝 무시하기로 해요. 


납작한 동전 초콜릿 여러 개와 그걸 둘러쌀 포장끈이 있을 때 어떻게 포장해야 끈으로 둘러싼 안쪽의 면적이 가장 작을까요? 답은 ‘초콜릿 개수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반지름이 1인 원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직접 계산해보세요. 6개까지는 소시지 모양으로 길게 한 줄로 세우는 것이 가장 작은 면적을 갖고, 7개부터는 벌집 모양으로 둥글게 뭉쳐 배치하는 게 가장 작은 면적을 갖습니다. 100개, 1000개로 늘어나도 이 답은 변하지 않죠.  

 


그렇다면 3차원 구는 어떨까요? 3차원에서도 2차원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까지는 소시지 모양으로 나열하는 것이 좋고, 특정 개수 이상부터는 빽빽하게 뭉치는 것이 좋습니다. 일일이 계산하려면 손이 많이 갈 텐데 다행히 이미 수학자들이 증명을 마쳤어요. 3차원에서 소시지 모양 포장의 경계는 56개입니다. 즉 유리알 사탕이 56개 있을 때까지는 소시지 모양으로 포장하는 것이 좋고, 57개를 넘어서면 중심을 기준으로 빽빽하게 뭉쳐서 포장하는 것이 좋죠. 

 


 
4차원 이상에서의 소시지 추측


문제는 4차원에서부터입니다. 2, 3차원까지는 어떻게든 상상도 되고 학교에서 배운 수준으로 복잡해도 계산해볼 만했지만 4차원, 5차원, 6차원으로 쭉쭉 나아가면 구가 어떻게 생겼을지 그려지지도 않고 계산은 더더욱 힘들어지죠. 수학자들에게도 이 문제는 쉽지 않았습니다. 토트의 추측처럼 정말 소시지 모양이 항상 나을지 증명하는 것은 오랜 시간 미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우선 4차원의 경우, 사탕이 5만 개 이하일 때는 소시지 모양으로 포장하는 것이 최소 부피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10만 개가 넘어가면 빽빽하게 배열하는 것이 나았습니다. 


그럼 4차원의 경계는 몇 개냐고요? 그건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4차원에서는 5만 개와 10만 개 사이 어딘가에 소시지 모양과 빽빽한 모양의 경계가 있다는 사실만 알 뿐 몇 개인지 정확히는 모르죠. 


5차원부터는 조금 다릅니다. 만약 토트의 소시지 추측이 사실이라면 5차원 이상일 때는 항상 소시지 모양이 최소 부피로, 경계가 되는 개수도 구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차원마다 소시지 모양과 빽빽한 모양을 나눠 계산할 필요도 없고, 5차원 이상에 사는 사람들은 언제든 고민 없이 소시지 모양으로 선물을 포장하면 되는 거죠! 과연 이 추측은 사실일까요?

 

 


1998년 울리히 베트케 독일 지겐대학교 교수팀은 소시지 추측에 힘을 싣는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베트케 교수는 42차원 이상에서는 항상 소시지 모양 포장법이 최소 부피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죠. 

 


하지만 여전히 5~41 차원에서는 소시지 추측이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5~41차원 세계 산타들이 마음 편히 선물을 포장할 수 있도록 빨리 밝혀지면 좋겠네요. 그럼 3차원 주민인 저는 풀린 문제의 답으로 유유히 유리알 사탕을 포장하러 가보겠습니다. 룰루~.♬

 

※폴리매스 홈페이지(polymath.co.kr) [선물 이벤트] 게시판에 피터팍의 마지막 요리를 받고 싶은 이유와 애정 어린 작별 인사를 남겨주세요. 추첨을 통해 사탕을 보내드려요!

 

2019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박현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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