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학부 마지막 학기 때, 서울대에 석좌교수로 초빙된 일본의 세계적인 수학자이자 1970 필즈상 수상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수학자가 되기로 결심하셨다고요.
A. 네. 중학교 때 히로나카 교수님의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을 인상 깊게 읽었고, 워낙 유명한 수학자니까 어떤 분인지 알고 싶어서 먼저 식사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어요. 나중엔 거의 매일 점심 식사를 함께했어요. 그때 교수님은 두서 없이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수학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이전까지 수학은 아래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만 배울 수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히로나카 교수님은 언제 어떻게 쓰일지 모를 퍼즐 조각을 하나씩 주는 방식으로 가르쳐 주셨어요.
이후 히로나카 교수님의 권유로 서울대 수리과학부 석사과정에 들어갔어요. 전공은 역시 히로나카 교수님과 같은 대수기하학으로 정했지요. 실제 히로나카 교수님이 준 퍼즐 조각 중 하나인 ‘특이점’을 응용해서 석사 학위 논문을 썼고, 그게 훗날 여러 추측을 해결하는 기반이 됐어요.
Q. 히로나카 교수님의 강의는 어땠나요?
A. 히로나카 교수님은 강의를 체계적으로 하는 분이 아니셨어요.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내용을 말씀해 주셨어요. 물론 저도 강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전 히로나카 교수님 자체를 탐구하고 싶어서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열심히 강의에 들어갔지요.
Q. 2009년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12곳에 지원했는데, 딱 한 곳만 되셨다면서요.
A. 처음엔 다 떨어졌어요. 그래도 필즈상 수상자이신 히로나카 교수님의 추천서가 있으니까 어딘가 한 곳은 되겠지 했는데, 합격 이메일이 하나도 오지 않았어요. 워낙 대학교 때 학점이 나빠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자다가도 일어나서 이메일 창을 계속 새로고침 하고 계속 마음을 졸였지요. 나중에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대학원에서 추가 합격 연락이 와서 정말 기뻤어요.
Q. 박사 졸업 전인 2012년에 조합론의 난제인 ‘리드의 추측’을 해결한 논문이 <;미국수학학회지>;에 실렸어요. 본래 조합론을 좋아하셨나요?
A. 부끄럽지만, 할 쉔크 당시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님을 만나면서 조합론을 처음 알았어요. 쉔크 교수님은 조합적 대수기하학을 연구하셔서 자연스럽게 조합론의 난제들을 알려주셨는데, 문제를 듣자마자, 석사 시절 특이점 이론에서 밝혀낸 규칙을 적용해서 문제를 풀 수 있겠더라고요. 그 문제가 바로 ‘리드의 추측’이에요. 이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알고 있었는데,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상황이었지요.
Q. 조합론의 매력은 뭔가요?
A. 어떤 분야는 오래전에 만들어져서 어느 정도 이해하려면 엄청난 양의 자료를 수년에 걸쳐 읽고 공부해야 해요. 하지만 조합론은 현대에 와서 체계화된 학문이에요. 또 연구하다 보면 사람과 수학 사이가 굉장히 밀접하다는 것을 가장 느끼게 해 주는 분야예요. 그게 최고의 매력이었어요.
Q. 어떤 계기로 미국 미시간대학교 대학원으로 옮기게 되신 건가요?
A. 2010년 미시간대로부터 아직 학술지에 게재된 건 아니지만 ‘리드의 추측’을 푼 내용을 발표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책에서 보던 유명한 수학자들이 미시간대에 많았는데, 그들 앞에서 발표한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신났어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발표가 끝난 뒤, 세르게이 포민 미시간대 교수가 “우리 학교는 조합론과 대수기하학을 연구하는 교수들이 많아서 수학자로 성장하기 좋을 거다”라면서 미시간대로 옮길 것을 제안했어요. 그래서 학교를 옮겼습니다.
사실 2009년에 미시간대 박사과정에 지원했었는데 떨어졌거든요. 이 사실을 이야기하니까 포민 교수가 “내가 너를 떨어뜨렸을 리가 없다. 나는 글 쓰는 것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알아차린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포민 교수가 입학 서류를 담당했던 게 맞더라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