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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학창 시절 수학과 거리가 멀었다고 들었어요.

 

A. 맞아요. 한자리에 오래 앉아 수업을 듣는 걸 무척 힘들어 했어요. 오히려 중학교 때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단짝 친구 박준택을 만나 책 읽기와 시 쓰기에 푹 빠져 있었어요. 심지어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대신 자유롭게 글을 쓰면 그럴듯한 작품을 금방 써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고등학교를 자퇴했어요. 그땐 시 쓰기가 ‘의미’ 있는 행위처럼 느껴졌거든요. 의미에 집착하는 것이 어린 시절의 특권이자 한계라고 생각해요.

 

또 중학생 때 ‘7번째 손님’과 ‘11번째 시간’이라는 저택을 돌아다니면서 퍼즐을 푸는 컴퓨터 게임이 있었는데 너무 재미있게 했어요. ‘이런 것만 온종일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아! 우연히 본 수학경시대회 문제가 그 게임과 비슷한 느낌이어서 경시대회를 준비해 보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Q. 자퇴하고 나서 계획대로 글을 쓰셨나요?

 

A. 아니요. 막상 자퇴하고 온종일 자유시간이 생기니 아무것도 안 했어요. 학교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친구들과 같이 PC방에 가서 신나게 게임을 했어요. 게임할 때는 재밌게 하는데, 게임 화면이 열리는 동안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도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정신 차리고 학원에 등록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준비했어요. 학원에서 강의 듣는 건 힘들었지만, 수능은 전부 객관식이라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해서 재밌게 공부했어요.

 

 

Q. 좋아하는 과목은 뭐였나요?

 

A. 언어, 영어, 사회 그리고 과학을 좋아했어요.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과목들이지요. 수학은 특별한 종류의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자리 잡고 앉아서 기술적으로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해야 했지요. 그런 점 때문에 다른 과목보다 점수를 얻기가 어려웠어요.

 

Q.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 진학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A.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돈을 벌려면 글을 정말 잘 써야 하는데, 제가 그 정도 실력은 안 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과목인 과학을 더 공부해서 과학 기자가 되면, 과학 이야기를 글로 쓰며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리천문학부가 멋져 보이기도 했고요(웃음).

 

Q. 대학생 시절은 어땠나요?

 

A. 중고등학교 시절처럼 학교 수업을 듣는 것이 여전히 힘들었어요. 공부도 너무 어려웠고요. 목표도 점점 잃고 방황하다가, 결국 3학년 1학기에 모든 과목에서 D와 F를 받았어요. 이후 8개월간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정도로 우울했지요. 결국 대학교를 6년이나 다녔습니다.

 

당시 제가 존경하는 故 홍승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님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교수님께는 앞으로 수업을 듣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만나 뵙고 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때 교수님 연구실 앞 복도에서 한 시간 넘게 들어갈까 말까 고민했던 것이 기억나요. 교수님은 제 말을 잘 들어주신 후 “잘 쉬고 돌아오라”고 하셨어요. 그때 정신이 너무 없어서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신 것이 큰 위안과 힘이 됐었습니다.

 

"마음이 복잡했던 제게 위상수학은 딱 맞는 공부였어요.

위상수학 공부를 통해 치유받았습니다."

 

Q. 수학 공부를 어떻게 하시게 된 거예요? 대학에서 처음 들은 수학 과목이 무엇인가요?

 

A. 미적분학이나 해석학은 공대생이나 물리천문학부생이라면 흔히 듣는 과목이에요. 저도 당연히 들었었지요. 이렇게 다른 학문에 응용되는 수학 말고 ‘순수수학’이라고 할 만한 것을 처음 들은 건 ‘위상수학’이었어요. 졸업은 해야겠고, 한번 손을 놨던 전공과목들은 자신이 없어서 새 출발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간표가 맞는 다른 전공과목 수업들을 살펴보다가 듣게 됐어요.

 

도넛과 컵이 수학적으로 같다는 걸 알려주는 위상수학은 굉장히 재밌는 학문인데요. 위상수학 교과서 첫 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해요. 그런데 이런 내용이 무엇이든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이 복잡했던 제게는 딱 맞는 공부였어요. 마음을 비우고 집중했더니 오히려 정신이 평안해졌지요. 위상수학 공부를 통해서 치유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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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수학동아 정보

  •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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