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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란?] 수학은 예술의 하나

Q. 수많은 추측을 해결했는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A. 똑똑한 수학자가 정말 많아요. 수학자들끼리 보드게임을 하잖아요? 처음 접하는 게임도 금세 규칙을 이해하고 전략을 세워서 게임해요. 그러면 전 정말 한 판도 못 이겨요. 운에 의존하는 게임 말고는요.

 

그만큼 전 수학자 치고 배우는 게 느리고 두뇌 회전이 빠르지 않아서 모든 연구가 쉽지 않아요. 어떤 내용을 들으면 소화하는 데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동료들에게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지요. 제가 운 좋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건지, 다들 차근차근 대답해 줘요. 그런데 재밌게도 같은 질문인데도 매번 다르게 답을 해 줘요. 그러면서 저는 지식을 완전히 소화하게 되고, 상대방도 지식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던 것 같아요.

 

Q. 문제를 잘 푸는 비결이 있나요.

 

A. 흠, 사실 우연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수학자는 본인이 어떻게 수학을 하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게 굉장히 신기한 점이지요. 저도 그렇고요. 과학 분야를 보면 인류 지식의 진보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대충은 이해돼요. 예전에는 우리가 사용할 수 없었던 현미경, 망원경이 새로 개발돼 더 작은 것도, 더 멀리 있는 것도 볼 수 있게 됐으니까요. 이를 토대로 새로운 과학 이론이 생기고, 기존의 과학 이론이 보정되지요.

 

그런데 수학은 몇 백년 전에 살았던 수학자와 비교했을 때 현재의 수학자들에게 특별한 이득이 없어요. 컴퓨터를 제외하고. 종이와 펜을 들고 있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같은 조건이에요. 그런데도 그 시절 수학자보다 현대 수학자가 현상을 더 깊이 빨리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굉장히 신비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종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나라는 사람이 똑같은 지식을 가지고 생각하는데, 지난 주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해법을 상상할 수 없었는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알겠잖아요. 그런 생각이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끊임없이 일어나거든요. 주어진 조건, 말하자면 지능이나 지식은 큰 차이가 없을 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결국엔 우연인 것 같아요. 우리 두뇌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종류의 ‘랜덤 커넥션’이 일어날 텐데, 이게 어떠한 패턴으로 일어나는지에 따라서 우리가 소위 이해라고 부르는 현상이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기도 하는 것 아닐까요.

 

 

Q. 수학자는 잠을 자면서도 문제를 푼다고 하잖아요. 그런 적이 있나요?

 

A. 대부분 문제를 그렇게 푼 것 같아요. 이 문제를 풀어야지 하고 의식하고 푼 경우는 굉장히 드물어요. 이 문제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모르다가 어느 순간 풀게 되는 거라서요. ‘나 이 문제 풀 수 있네?’라고 나중에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사람의 인지라는 게 굉장히 신비로워서 우리가 의식하는 부분은 대단히 작은 부분인 것 같아요.

 

Q. 문제가 안 풀리면 어떻게 하나요?

 

A. 저는 포기해요. 일종의 직관인데, ‘내가 이걸 조금 노력하면 몇 달 안에 풀겠다, 아니다’처럼 판단이 필요합니다. 수학자에게는 잘 포기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종류의 문제들은 개인이 이해할 준비가 안 됐거나, 인류가 이해할 준비가 안 된 걸 수도 있어요. 그걸 붙잡고 있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 수학엔 논리가 맞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어요.

그런데 그 규칙의 엄격함 때문에 다른 면에서 자유롭지요.

어떤 대상을 연구할 것인지, 어떻게 이해하고 풀어야 하는지

정해진 규칙이 하나도 없습니다."

 

Q. 수학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자유로움이지요. 수학은 어쩌면 자유로움을 학습하는 일이에요. 그런데 사람이 타고 나길 자유롭지 않습니다. 자유로움도 많이 연습을 해야 하지요. 그래서 어렸을 땐 얽매이지 않고 많은 생각을 자유롭게 하는 훈련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수학을 잘한다’라는 건 뭘까요.

 

A. ‘수학을 잘한다’라는 건 100m 달리기 기록처럼 정량화할 수 없어요. 사람 성격처럼 수학하는 방법도 다양하므로, 수학적 재능이 정확히 무엇인지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우리 두뇌가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각 부분의 뇌세포가 하는 역할이 다르지요? 그래서 ‘두뇌의 어느 부분이 더 똑똑하냐’고 묻는 게 무의미한 것처럼 말이에요. 우리가 수학을 잘하고 있는지는 개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전체로서 평가해야 해요.

 

Q. 수학자가 되려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A. 수학을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신기한 것에 오랫동안 신기해 할 줄 알고, 호기심을 가져야 해요. 호기심을 유지하려면, 너무 바쁘게 살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마음에 큼지막한 빈칸이 있어야 새로운 것이 들어올 여지가 생기니까요.

 

 

Q. 학창시절 글쓰기를 좋아하셨어요. 수학과 예술이 얼마나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나요?

 

A. 수학은 글쓰기나 음악 같은 예술의 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언어의 종류가 다를 뿐 모두 표현하기 어려운 대상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같지요. 어쩌면 수학은 대단히 아름다운 종류의 구조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 즐기기 위해 하는 행위 같아요.

 

7살인 첫째는 요즘 음악에 관심이 많아요. 한국 가요와 미국 팝송에 푹 빠져 있습니다. 함께 음악에 맞춰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하지요.

 

Q. 그렇다면 수학이 대중화될 수 있을까요?

A. 그렇게 될 거로 생각합니다. 글쓰기가 처음 발명되고 ‘대중화’되는 데 얼마나 걸렸을까요? 보수적으로 잡아도 수천 년은 될 거예요. 현재 진행 중인 수학의 대중화는 훨씬 빠르게 이뤄질 겁니다. ‘보통 사람’이 10억, 100억처럼 상상하기도 힘든 큰 수의 사칙연산을 부담 없이 다루고 일상에서 ‘확률’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지금의 일상을 10세대 전의 인류가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수학동아>;는 허 교수님을 2014년 ‘수학계 떠오르는 스타’로 소개하고 인터뷰했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이 인터뷰가 허 교수님 인생 첫 인터뷰였다고 해요. 이후에도 <;수학동아>;는 교수님을 필즈상 후보로 점치고 주요 연구 성과를 기사로 다뤘지요. 2018년 세계수학자대회 초청강연을 앞두고도 만나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연구 결과를 가지고 <;수학동아>;에 등장할지 기대됩니다.

 

2022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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