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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포식자에게 모습을 숨겨 살아남기 위해 주변 환경과 비슷한모습으로 진화했습니다. 혹은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 강한 동물로 위장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포식자의 소리까지 흉내 내기도 하지요.

 

 

영국의 생물학자 헨리 윌터 베이츠는 11년간 1만 종이 넘는 곤충을 관찰하는 도중 동물이 보여주는 특별한 능력을 발견했습니다. 동물들이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겁니다. 고단수의 동물은 포식자의 모습으로 위장했습니다. 또는 포식자가 싫어하는 맛이 나는 동물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이처럼 포식자를 속이기 위해 포식자가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모습으로 진화하는 현상을 ‘베이츠 의태’라고 합니다. 의태는 단순히 생김새를 따라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리와 행동까지 흉내 내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맛있고 독이 없는 종이 의태를 합니다. 포식자로부터 살아남는 게 목적이니, 맛없고 독이 있어 포식자가 먹어도 해로운 동물로 위장하지요. 예를 들어 주홍박각시의 애벌레는 독뱀의 머리 모양처럼 생겼습니다. 뱀인 척 하면서 포식자를 속이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지요. 심지어 쉬익, 쉬익 하며 진짜 뱀처럼 소리도 냅니다. 뱀의 눈처럼 생긴 부분은 깜빡거리면서 새들이 진짜 뱀이라 속아 도망가게 만듭니다.

 

➊ 사탄나뭇잎꼬리도마뱀붙이는 몸통과 꼬리가 낙엽같이 생겨 위장술이 뛰어나다.
➋ 바이스로이나비는 맛이 없고 독이 있는 모나치나비의 모습으로 의태해 포식자를 혼란시킨다.
➌ 무늬박이제비나비의 애벌레는 뱀인 척 하면서 다른 포식자가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➍ 꽃등에과파리는 새의 눈을 피하기 위해 벌과 비슷한 외모로 진화했다.
➎ 개미를 모방한 귀뚜라미. 개미처럼 온 몸이 새까만 색이며, 더듬이도 개미처럼 진동시킨다.
➏ 멤논올빼미나비의 날개에는 올빼미 눈 모양 무늬가 있어 날개를 펼쳐 올빼미로 위장할 수 있다.
➐ 가랑잎나비는 날개 뒷면이 나뭇잎 무늬와 비슷해 나뭇잎인 척 스스로를 숨길 수 있다.
➑ 나뭇가지인 척하는 막대벌레는 가는 나뭇 가지 위에서 모습을 숨긴다.
➒ 버프팁은 부러진 나무 모양을 흉내내는 나방이다.

 

그 결과 의태를 하는 종은 잡아먹히는 확률이 낮아집니다. 그러나 의태의 대상이 되는 종에게는 손해입니다. 만약 포식자 뱀이 말벌로 의태한 나방을 보고 맛있게 먹었다면, 나중에 진짜 말벌을 봐도 잡아먹겠지요. 의태 대상인 말벌은 피해를 입은 것이지요. 실제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나방을 놓친 포식자 뱀도 손해이고요. 그래서 맛있고 독이 없는 의태종은 맛없고 독이 있는 종을 닮는 방향으로 변하고, 맛없고 독이 있는 종은 다시 원래 모습에서 달라지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납니다.

 

 

 

나쁜 녀석끼리는 닮는다


그러나 한 종이 다른 종을 모방하는 베이츠 의태 모형으로는 나비 여러 종이 같은 특징을 지니는 것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독일의 동물학자 프리츠 뮐러가 ‘뮐러 의태’를 제시합니다.

 

뮐러는 1879년에 의태의 이점을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설명했는데, 이때 뮐러는 수학적 논증을 통해 자연 선택의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줬습니다. 찰스 다윈이 맬서스의 인구론★의 영향을 받아 이론을 완성한 것을 제외하면, 진화생태학에서는 처음으로 수학적 논증을 사용한 것입니다.

 

인구론★
영국의 인구통계학자 토마스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 한다’는 가설을 토대로 ‘인구론’을 집필했다.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인간 사회의 치열해져 가는 생존경쟁에서 이기고 환경에 잘 적응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맬서스의 말에 영감을 받아 자연선택에 관한 진화이론을 완성했다.

 

뮐러 의태는 서로 다른 유해한 동물끼리 비슷한 특징을 지니는 것입니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목적의 기관을 보유하도록 진화하는 ‘수렴진화’이기도 합니다. 계통적으로 관련이 없는 둘 이상의 생물이 적응과 진화의 결과로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현상을 수렴진화라고 합니다.

 

 

박쥐와 새처럼 계통적으로 관련 없는 두 종이진화 결과 비슷한 날개를 갖는 게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또 말벌과 산호뱀처럼 맛이 없거나 유해한 동물은 붉은 줄무늬가 있거나 검은색 또는 노란색이 많습니다. 이런 특징도 수렴진화의 예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신체구조를 이용한 특별한 능력부터 변신을 해서 생존 방법을 찾아나가는 모습까지 다양한 동물의 행태를 살펴봤습니다. 이외에도 동물에게는 인간이 따라하지 못하는 특별한 능력이 많습니다. 동물의 뛰어난 능력은 어디까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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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수학탐험 동물왕국의 능력자

Part 1. 기이한 술법 3가지

Part 2.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의 게임이론

Part 3. 둔갑과 은신을 위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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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호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heynism@donga.com)
  • 기타

    [일러스트] 정종훈, 이지희
  • 참고자료

    ‘동물들의 사회생활’, ‘Three-dimensional hindlimb kinematics of water running in the plumed basilisk lizard’, ‘Glide performance and aerodynamics of non-equilibrium glides in northern flying squirrels’, ‘Networks, crowds, and markets: Reasoning about a highly connected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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