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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소수점 이하 50조 번째 자릿수까지 나왔다!

숨차게 달려온 원주율 이야기도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원주율은 바로 컴퓨터 알고리듬으로 구한 결과입니다. 


 원주율을 구하는 알고리듬을 이용하면 뛰어난 성능을 지니지 않은 가정용 컴퓨터로 계산해도 윌리엄 샹스크의 기록을 깨는 데 불과 10분 안팎이 소요될 뿐입니다. 


 현재까지 원주율 계산 알고리듬 중 가장 빠른 것은 1915년 인도의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이 발표한 초기하급수로 완성한 알고리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46년 미국에서 최초의 진공관 컴퓨터 ‘에니악(ENIAC)’이 개발됐고, 1949년 9월 에니악이 초기하급수로 만든 알고리듬을 활용해 약 70시간 동안 원주율의 소수점 아래 2037번째 자릿수까지 계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05년 야스마사 가네다 일본 도쿄대학교 교수팀은 약 602시간 동안 소수점 아래 1조 2411억 번째 자릿수까지 찾아냈습니다. 


 미국 구글의 클라우드 개발팀도 121일 동안 클라우드로 연결된 컴퓨터를 사용해 원주율의 소수점 아래 약 31조 4159억 번째 자릿수까지 밝힌 결과를 2019년 1월 발표했습니다. 가장 최근 기록은 무려 소수점 아래 50조 번째 자릿수까지 확인한 결과입니다. 2020년 1월 29일 티모시 멀리컨이 클라우드 방식이 아닌 개인용 컴퓨터를 303일 동안 작동해 얻어낸 값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정확한 원주율은 정밀한 과학 연구나 산업 현장에서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되레 다른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 연구나 항공 분야에서도 소수점 아래 수백 번째 자릿수 이하 수준의 정확도를 가진 원주율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컴퓨터 알고리듬의 등장과 발전으로 인해 원주율 계산이 가졌던 수학적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정다각형의 내접과 외접법, 무한급수 등 여러 수학적 개념을 발전시켜 온 원주율 계산이 컴퓨터가 수행하는 단순한 반복 작업으로 대체됐기 때문입니다.


 원주율을 향한 수많은 수학자의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의 손에서 시작해 인도 수학자 라마누잔의 식을 적용한 컴퓨터 알고리듬의 개발로 마무리됐습니다. 이곳에 담지 못한 학자들의 이야기도 많은데요. 파이데이를 기념해 수많은 학자들처럼 자신만의 원주율 찾기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π 계산 알고리듬의 출발점이 된 
라마누잔의 초기하급수


인도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천재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은 수학자가 되기 힘든 환경에 놓여 있었습니다. 포기할 줄 몰랐던 그는 1913년 자신의 수학 정리를 모아 당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였던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 등에게 보냈습니다. 라마누잔의 천재성을 알아본 하디의 도움으로 영국에서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되죠.


하디는 1915년 6월 런던 수학회 저녁 회의에서 라마누잔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초기하급수(아래 식)도 그중 하나였어요. 이 식을 사용하면 첫 번째 항만을 이용해 원주율의 소수점 아래 8번째 자릿수까지 정확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1985년 당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소속의 수학자 빌 구스퍼가 이 식을 적용한 알고리듬을 개발해 원주율의 소수점 아래 1700만 번째 자릿수까지 알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보다 현대적인 알고리듬은 1987년 미국 수학자 데이비드 추보스키와 그레그리 추보스키 형제가 라마누잔의 식을 변형해 만든 추보스키 공식을 적용한 것입니다.

 


이 식을 사용하면 항을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약 14개 내외로 π의 소수점 아래 자릿수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50조 번째 자릿수 신기록을 세운 티모시 멀리컨도 추보스키 공식을 적용한 알고리듬을 사용했습니다. 32살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의 손에서 현재도 사용되는 원주율 알고리듬이 출발한 것입니다.

 

2021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김진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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