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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월드


Prologue_ 조이 하커는 집 안에서도 길을 잃을 정도로 방향치인 소년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조이는 학교에서 시킨 활동을 하던 중 잘 모르는 동네에서 길을 잃고 다른 세계로 들어갑니다. 알고 보니 조이에게는 서로 다른 차원을 이어 주는 길을 찾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 곳에서 우주의 지배를 놓고 싸우는 두 제국은 조이의 공간 이동 능력을 빼앗기 위해 조이를 추적합니다. 결국 조이는 여러 차원 속의 지구에서 온 동료와 함께 인터월드로 모여 우주의 평화를 위해 싸우기 시작하는데요….


끊임없이 반복되는 문양


제이는 내 손을 움켜쥐고, 나를 뒤돌아 세우며 떠밀었다.
“ 뭘 기다려? 나는 부상 때문에 정신이 가물거리고 있어. 인디고의 마법 불꽃이 온몸을 갉아먹고 있어. 나는 뜨거운 목욕과 피를 씻어낼 진통제가 필요해. 나를 갉아먹는 이놈들을 잡아서 몸 밖으로 쫓아내야 해. 워커! 너는 길을 알고 있어! 시도해!”
나는 사람을 잘못 골랐다고 다시 그에게 말하려고 하다가 멈췄다. 그리고 만델브로의 반복구조 문양이 미친 듯 소용돌이치는 이곳 인비티윈 속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이가 옮음을 깨달았다. 나는 길을 알고 있었다.


모르는 동네를 헤매다가 길을 잃어버린 조이. 조이는 시공간을 통과해 미지의 세상을 배회하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에게 쫓기기 시작합니다. 겨우 추적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순간 이번에는 마녀 인디고에게 사로잡히고 맙니다. 도망갈 방법이 없다고 절망할 무렵 제이라는 인물이 나타나 조이를 구출합니다.

하지만 도망가는 건 쉽지 않습니다. 제이가 부상을 당해 조이는 스스로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때 조이는 눈앞에서 만델브로의 반복구조 문양이 소용돌이치고 있다고 묘사합니다. 만델브로의 반복구조란 어떻게 생긴 문양일까요?

브누아 만델브로는 폴란드 출신의 프랑스 수학자로 프랙털 기하학 분야에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프랙털이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도 만델브로입니다. 프랙털은 ‘조각난 도형’이라는 뜻으로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성질을 말합니다. 도형을 무한히 확대해도 패턴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지요. 만델브로는 ‘만델브로 집합’이라는 이름의 프랙털을 고안했습니다.

만델브로 집합을 그리고 색을 칠하면 아름다운 그림이 됩니다. 이를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프랙털 예술도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조이의 눈앞에 나타난 소용돌이가 만들브로 집합과 같은 모양이었다면 매우 아름다웠을 겁니다. 작가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통로를 묘사하기 위해 수학적이면 서도 신비롭고 아름다운 프랙털 도형을 이용한 것입니다.


과학은 2진법


“이야기를 계속할게. 바이너리와 헥스는 공공연히, 그리고 은밀하게 알티버스를 완전히 장악하기위해 싸우는 중이야. 두 제국은 수백 년 동안 그 싸움에 전념해 왔지만, 사활을 건 싸움이라 한쪽으로 전세가 기울지 않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 우리가 마지막으로 입수한 조사 통계에 따르면 알티버스에서는 수백 만, 수십 억, 수 조 개에 달하는 지구가 관측돼. 그들 중 많은 것들은 샴페인 기포가 올라오는 것보다 더 빨리 무로부터 튀어나오고 있지. 헥스를 통치하는 것은 13인 위원회야. 바이너리는 스스로를 01101이라 부르는 인공지능이 통치하고.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야. 알티버스 전체를 지배하는 것.”


제이가 조이에게 우주의 지배권을 놓고 싸우는 두 세력에 대해 설명해 줍니다. 하나는 헥스라는 제국으로 마법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마법 제국의 이름인 ‘헥스’는 마법, 특히 저주를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다른 하나는 바이너리 제국입니다. 바이너리 제국이 과학 제국이라는 사실은 이름에서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바이너리(binary)는 ‘2의’, ‘2진법의’라는 듯이거든요. 즉, 컴퓨터가 사용하는 2진법 체계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제이는 01101이라는 인공지능이 바이너리 제국을 통치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01101을 2진수라고 보고 10진수로 바꿔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01101을 2진수로 보고 10진수로 바꾸기


10진법으로 바꾼 결과 13이 나왔습니다. 헥스를 통치한다는 13인 위원회와 숫자가 같습니다. 마법 제국을 통치하는 13인 위원회와 과학 제국을 통치하는 인공지능의 이름인 01101은 이 둘이 성격은 정반대이면서 대등한 세력이라는 사실을 상징합니다.

2진법은 라이프니츠가 발명한 수 체계로, 0과 1만으로 모든 수를 나타냅니다. 10진법에 익숙한 사람에게 2진법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는 회로에 전기가 흐를 때와 흐르지 않을 때를 구별해 작동하기 때문에 2진법을 쓰기에 적당합니다. 오늘날 컴퓨터는 과학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바이너리’는 과학 제국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월드로 가는 길


그러다가 나는 제이가 모래 위에 쓴 것을 내려다보았다. 아마도 그것은 중요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은 무슨 수학 공식처럼 보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기호는 내 마음속에 뻗어나가며, 머릿속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 같았다.


제이는 조이에게 인터월드로 가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란 것이 수학 공식처럼 보입니다. 조이는 공식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지만 마음 속에서 저절로 길이 떠올랐다고 이야기합니다.

IW라는 글자는 쉽습니다. 목적지인 인터월드, 즉 Interworld를 나타내는 알파벳 약어입니다. 오른쪽의 분수는 Ω와 ∞라는 기호로 이뤄져 있습니다.

Ω는 그리스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로 ‘오메가’라고 읽습니다. 수학에서는 상수나 변수를 나타낼 때 종종 쓰입니다. 고등학교 과정의 수학을 공부하다 보면 ω이 쓰인 식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이 ω가 바로 Ω의 소문자입니다. W처럼 보인다고 해서 ‘더블유’라고 읽으면 안 됩니다.

분모의 ∞는 무한대를 뜻하는 기호입니다. 수학에서 무한대는 어떤 수보다도 더 큰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상태’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합니다. 무한대는 어떤 수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수가 계속 커지는 상태를 나타낸다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한대로는 더하거나 빼는 등의 사칙연산을 할 수 없습니다. 무한대에 어떤 수를 더하거나 빼도 여전히 무한대인 것은 마찬가지거든요.
 


무한대는 상상하기 힘든 개념이지만 재미있는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한대에 또 어떤 성질이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똑같냐, 다르냐, 그것이 문제


조셉은 내가 온 지구보다 조밀한 지구에서 왔다. 조밀하다는 것은 중력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셉의 모습은 다리 달린 탱크 같았는데, 아마 다른 어떤 인간보다도 강할 것이다. 그는 한번 내게 길고 강한 힘줄을 만드는 방법에 관해, 그리고 골밀도를 높이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내가 아는 것은 조셉은 나보다 두 배나 크며, 뒤로 넘어지더라도 자빠지자마자 본능적으로 벌떡일어날 만큼 강하다는 것이다.
“대칭성, 좌우 비대칭성(chirality), 대응성, 음 그리고…”


조이의 동료인 조셉은 중력이 강한 지구에서 왔기 때문에 힘이 굉장히 셉니다. 조이가 어떤 질문을 던지자 조셉이 더듬거리며 대답합니다. 대칭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대칭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점대칭은 한 점을 중심으로 180° 회전했을 때 겹쳐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선대칭은 어떤 직선을 따라 접었을 때 두 도형이 겹쳐지는 상태입니다. 면대칭은 평면을 기준으로 대칭이 될 때를 말합니다. 어떤 물체를 거울에 비췄을 때 어떤 도형을 거울에 비췄을 때 생긴 거울상을 컴퓨터 그 물체와 거울에 비친 상의 관계가 바로 면대칭입니다. 이때 물체와 거울상에서 서로 대응하는 두 점을 이은 직선은 대칭면과 수직으로 만납니다.

좌우 비대칭성은 조금 복잡합니다. 어떤 도형을 거울에 비췄을 때 생긴 거울상을 이동하거나 회전했을 때 원래 도형과 겹치지 않는 성질을 뜻합니다. 컴퓨터게임인 테트리스의 블록이 좋은 예입니다.
 

테트리스 블록


위 블록을 거울에 비추면 다음과 같은 모양이 됩니다.
 

거울에 비춘 테트리스 블록


거울에 비춰 생긴 아래의 도형은 아무리 움직이거나 회전해도 위의 도형과 똑같아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손을 예로 들 수도 있습니다. 두 손바닥은 서로 거울에 비췄을 때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오른손 손바닥을 아무리 회전해도 왼손 손바닥과 같은 모양이 되지 않습니다.


컴퓨터가 쓰는 단위는?


“자이, 말을 할 때 항상 그렇게 어렵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어디가 덧나니?”
조우가 짜증난다는 표시로 날개를 퍼덕이며 자이에게 말했다.
“맞아.”
자이보그가 말했다.
“내 머리에는 최신판 웹스터 사전 칩이 내장되어 있는데, 그 양이 12테라바이트야. 그런데 자이가 말할 때 사용하는 어떤 단어는 아직 ‘미게재’라고 검색돼.”
자이가 살짝 웃었다.
“어휘가 쓰여야 할 자리에서 사용되지 못한다면 무슨 존재 가치가 있겠어?”


마침내 조이는 동료들과 함께 헥스의 침략을 막기 위해 싸웁니다. 하지만 아직 동료들끼리 티격태격하는 습관은 그대로 남아 있네요. 조우는 자이에게 너무 어려운 단어를 써서 말을 한다고 불평합니다. 머리에 사전을 저장하고 있는 자이보그도 12테라바이트나 되는 사전에도 없는 단어를 쓸 때가 있다며 거듭니다. 대화를 듣고 보니 12테라바이트는 얼마나 큰 용량인지 궁금해집니다.

바이트는 컴퓨터에서 쓰는 단위입니다. 바이트보다 작은 단위로 비트가 있는데, 비트는 정보 처리의 최소 단위로 0 또는 1을 나타냅니다. 비트가 8개 모이면 1바이트가 됩니다. 보통 1바이트로는 알파벳이나 숫자 하나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한글은 모양이 복잡하기 때문에 한 글자를 나타내는 데 2바이트가 필요합니다.
 


아까 알파벳 하나가 1바이트라고 했으므로 사전에는 알파벳 12조 개가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 중에서 99%가 단어 설명이고 1%가 단어에 해당한다고 하면 수백 억 개의 단어가 저장돼 있는 셈입니다. 수백 억 개나 되는 단어가 저장된 사전에도 없는 단어를 쓴다고 비꼬고 있으니 자이가 정말 말을 어렵게 하나보네요.


Epilogue_조이와 동료들은 결국 헥스 제국의 침략 야욕을 꺽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전쟁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기쁨도 잠시, 곧 또다른 곳에서 침략 소식이 들려오고 조이는동료들과 함께 또다시 모험을 떠납니다. 모든 우주에 평화가 찾아오는 날은 과연 언제일가요?

2010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 도움

    이광연 교수
  • 일러스트

    허경미
  • 기획 및 글

    인터월드-떠도는 우주기지의 전사들(지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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