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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게임 좋아하지? ‘던전앤파이터’,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을 한 번쯤은 해봤을 거야. 이렇게 꾸준히 인기가 많은 스테디셀러 게임들의 롱런 비결은 ‘게임 밸런스’야. 게임 밸런스는 게임 속 여러 가지 구성 요소들의 균형을 의미해. 균형이 하나라도 무너지면 게임에 참여하는 유저들이 재미를 잃고 게임을 떠나게 되지. 그중 난이도의 밸런스를 맞추는 건 매우 중요해. 새로운 유저를 계속 유입하게 하면서도 기존의 유저들을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적절한 난이도를 설정해야 하거든. 


난이도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게임을 출시하기 전 난이도를 모두 결정해놓는 ‘정적 밸런스’ 방법과 게임을 하면서 조금씩 난이도가 변하도록 하는 ‘동적 밸런스’ 방법이야. 
최근에 출시되는 게임들은 대부분 동적 밸런스 방법을 사용해. 게임 도중에 유저의 기술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난이도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거지. 예를 들어 레이싱 게임은 플레이어의 순위가 내려가면 차의 최고 속도가 높아지고, 움직임을 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난이도를 낮춰줘. 순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실력이 다소 부족한 신규 유저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도록 난이도 밸런스를 맞춰주는 거야. 이런 밸런스 조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게임 속에 숨어 있기 때문에 유저들은 눈치채기 어렵지. 


동적으로 밸런스를 조정할 때는 인공지능의 도움이 필요해. 게임을 어려워하는 유저들의 반복적인 패턴을 학습시킨 뒤, 이를 토대로 난이도 조절이 필요한 유저를 선별하지. 그리고 유저들의 플레이를 도울 수 있는 기능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거야. 


스테디셀러 게임이 되기 위한 또 다른 요소는 캐릭터 사이의 밸런스야. 유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밸런스 요소지. 이건 실제 게임 개발자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할게.


 

 

안녕하세요. 저는 카트라이더에서 유저가 사용하는 카트바디의 밸런스 조절을 맡고 있습니다. 게임의 캐릭터는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경쟁은 공정하도록 비슷한 성능을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위바위보에서 가위만 선택할 수 있다면 모두 성능이 같아 공정하겠지만 무승부만 나오는 재미없는 게임이 되겠죠? 가위와 바위만 있다면 명백하게 바위의 성능이 좋으니까 모두 바위만을 선택할 겁니다. 가위, 바위, 보가 모두 있어야 공정하면서도 재밌죠. 


하지만 실제 게임은 가위바위보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밸런스 조절의 대상이 되는 구성 요소는 많게는 100개가 넘죠. 카트라이더의 경우 카트바디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주행 성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성능 수치를 소수점 넷째 단위까지 조절합니다. 


주로 카트바디의 크기, 바퀴의 간격, 무게중심의 위치 등의 특성을 일차적으로 파악합니다. 그리고 승패를 좌우하는 ‘코너 돌기’에서 속도가 많이 떨어지는지, 차가 중심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는지, 공중에서 떨어졌을 때 자연스럽게 착지하는지, 부딪혔을 때 얼마나 밀려나는지 등을 수학적으로 계산합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카트바디 성능의 균형을 맞추죠. 


대부분의 게임 캐릭터 성능은 물리적인 타격이나 움직임으로 결정됩니다. 때문에 수학적, 물리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또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정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통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여러 구성 요소 중 ‘크리티컬 히트’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해. 게임을 즐기다 보면 형태는 다르지만 대부분 크리티컬 히트가 존재해. 크리티컬 히트는 일반적인 공격보다 더 강하게 적을 공격하는 것을 뜻해. 크리티컬 히트는 개발자가 지정한 확률에 따라 ‘터지게’ 되는데, 만약 10%로 지정했다면 10번의 공격 중 한 번은 크리티컬 히트가 발생하는 거지. 모자나 벨트 같은 특정 아이템을 얻으면 이 확률이 올라가게 설계돼 있어. 


예를 들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 유저가 마법사 계열과 도적 계열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데, 마법사를 선택한 유저에게는 ‘극대화’라는 크리티컬 히트 기능이 있어. 적에게 주문을 쓸 때 극대화 기능을 발휘하면 2배나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지. 만약 흑마법사가 ‘초전도검’과 같은 특정 아이템을 획득하면 극대화 기능을 발휘할 확률이 1% 증가해. 

 

 


개발자들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크리티컬 히트가 나올 확률을 결정해. 크리티컬 히트가 너무 자주 발생하면 너무 쉽게 이겨 재미 없고, 반대로 너무 안 나오면 유저의 기대감과 재미가 떨어지게 되거든. 이 확률을 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소개할 방법은 사전 테스트를 하는 거야. 개발자들은 10%, 15%, 20%, 25%와 같이 여러 가지 확률 중 유저들의 재미가 최대가 되는 확률을 찾기 위해 사전 테스트에서 ‘입실론 그리디 알고리듬’을 이용하기도 해. 


입실론 그리디 알고리듬은 카지노의 슬롯머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최적화 알고리듬이야. 옛날에 한 카지노에서 유난히 ‘잭팟’이 많이 터지는 기계가 있었어. 대부분의 사람은 그 슬롯머신에 줄을 섰지만, 모습을 지켜보던 한 수학자는 고민에 빠졌지. “어떤 슬롯머신에, 어떻게 투자해야 최고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미국의 수학자 허버트 로빈슨은 1952년 이 문제를 수학적으로 정리했어. 당연히 여러 슬롯머신을 많이 돌려보면 확률적으로 수익이 많은 슬롯머신을 선택할 수 있겠지. 하지만 무한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어. 슬롯머신들의 수익을 알아보기 위한 적당한 탐색 시간이 필요하지. 


로빈슨이 낸 아이디어는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지금까지 가장 수익이 좋았던 슬롯머신을 선택하고, 뒷면이 나오면 무작위로 하나의 슬롯머신을 골라 수익을 알아보는 거야. 그리고 다시 동전을 던지는 거지.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개발한 알고리듬이 바로 입실론 그리디 알고리듬이야. 다만 동전처럼 50%의 확률이 아니라 개발자가 정하는 확률에 따라 탐색의 비중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어.

 

 

 

 

 

 

 

인플레이션이라고 들어봤니? 물가가 오르면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야.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시장에서 사과 한 개를 사기 위해 트럭에 돈을 가득 쌓아서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 


게임에서도 아이템의 공급과 수요 사이에 균형이 맞지 않으면 이런 불상사가 발생해.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내가 들인 노력에 따라 언제나 보상이 돌아오기 때문이잖아. 가장 이상적인 게임은 도전할 때 들어가는 노력과 보상이 정비례하는 경우야. 예를 들어 내가 3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적을 공격했을 때 3개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6시간을 투자하면 6개의 아이템을 얻는 것처럼 말이지. 


문제는 정비례하도록 게임을 기획하면 게임 유저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계속 보상이 될 만한 아이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야. 만약 내가 열심히 게임을 해서 최고 레벨을 기록했는데, 그 이후로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 없다면 더 이상 그 게임을 하지 않겠지? 그래서 개발자들은 게임을 출시한 이후에도 더 강한 적을 만들어내거나 아이템을 개발하곤 해.

 

 

 


이렇게 게임 세계에 강한 아이템이 계속 새롭게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많은 유저가 새 아이템을 얻으려 노력할 테고, 총 아이템의 수가 많아지며 이전의 아이템들의 가치는 떨어지겠지. 일종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거야. 이런 현상을 ‘머드플레이션’이라고 해. 여러 명이 참여하는 온라인 게임인 ‘머드(MUD) 게임’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로, 게임 세계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현상을 의미하지. 


이런 인플레이션 현상을 잡지 못하면 게임의 수명은 짧아져. 좋은 아이템이 쏟아지면 덩달아 높은 레벨의 게임 유저들이 늘어나고, 그 게임을 처음 접해보는 초보자들은 게임하기가 어려워져. 게임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거지. 


그래서 개발자들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성 아이템을 투입하거나, 유저들이 대결을 통해 많은 아이템을 사용하도록 하고, 아이템을 소진할 수 있는 특수한 장치를 넣기도 해. 


대표적인 예가 ‘리니지M’의 ‘인챈트 시스템’이야. 인챈트는 아이템의 기본 성능을 올려주는 기능이야. 유저들의 공격력을 결정하는 무기에는 인챈트 수치가 있는데, 이 수치가 올라가면 적을 명중시킬 확률이 높아져. 보통 +6까지는 인챈트가 100% 가능하지만, 그 이상에서 인챈트를 시도할 경우 정해진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증발할 수도 있어. 만약 인챈트 실패 확률이 20%라면, 10번을 시도했을 때 2번은 무기가 사라질 수 있지. 


유저에게는 너무 가슴 아픈 일이지만, 개발자는 일정한 확률로 아이템을 수거할 수 있으니 머드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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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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