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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가는 길 막는 수학모형

돼지 지키는 수학 두번째

우리는 중국에서 본 안면 인식 시스템을 한국에 남아있는 돼지 농장에 적용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안면 인식 시스템은 한계가 있어요. 돼지의 건강 상태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전염병을 연구하는 수학자를 찾아갔어요. 

 

 

농장 안팎의 상황 예측해 전파 막는다


구제역을 비롯해 가축과 사람 전염병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수학 모형은 ‘SIR 모형’이에요. 스코틀랜드의 수학자 윌리엄 커맥과 의사이면서 전염병학자인 앤더슨 맥켄드릭이 1927년에 홍역 전파를 예측하기 위해 고안한 기법이죠. 어떤 범위 안에 있는 인구를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S)과 감염된 사람(I), 그리고 회복된 사람(R)의 집단으로 구분해 초기 조건과 상황에 따라 각 집단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수학적으로 예측하는 모형입니다.


구제역의 경우, 농장 안에서 나타나는 돼지들의 감염(I)과 회복(R) 상황의 변화와 각 지역에 퍼져있는 농장 사이의 전파를 각각 예측할 수 있어요.

 

서로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농장 사이에서 나타나는 감염은 주로 사람과 차량의 이동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관리하는 농장 사이의 이동 데이터를 활용해 네트워크를 만듭니다. 전파가능성은 확률로 제시되는데, 확률에 따라 농장에 진입하는 도로를 폐쇄하고 이동을 금지하거나, 가축을 살처분하는 등 대응법을 다르게 제시합니다. 또 컴퓨터를 이용해 이동을 금지하거나 살처분을 했을 때 각각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계산해볼 수도 있죠.

 

 

수학으로 밝힌 초기 대응의 중요성


2016년 7월 우간다와 케냐, 영국 국제공동연구팀은 SIR 모형을 응용해 초기 방역 활동만 제대로 하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피해를 백신을 접종할 때보다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SIR 모형을 SEICD 모형으로 바꿔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상황을 예측했습니다. SEICD 모형은 치사율이 100%에 이르러 거의 회복되는 돼지가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특성에 맞춰 회복집단(R)을 없애고 잠복기 집단(E)과 병에 걸려 죽은 집단(D),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집단(C)을 넣어서 만든 모형이에요.

 

연구팀은 돼지를 사육하는 9개의 마을이 있는 20km2 영역에서 SEICD 모형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져나가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했습니다. 대책으로는 도로를 통제하고 이동을 금지하는 차단 방역과 가상의 백신을 접종하는 방법을 사용했죠.

 

그 결과 첫 발병 이후 14일 내로 차단 방역을 철저하게 실시하면 약 74%의 돼지를 전염병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놀랍게도 발병 14일 전에 각 마을의 돼지에게 백신을 주사했을 때(65%)보다 지킬 수 있는 돼지의 수가 9%나 많았습니다. 두 방법을 함께 쓰면 91%의 돼지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반면 두 방법을 함께 써도 첫 발병 후 60일 이상 지나면 30%의 돼지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만큼 초기 차단 방역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연구 결과였죠.

 

2019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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