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꽃은 정수론, 그중에서도 수학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소수! 그 소수의 비밀이 제 몸, 아니 제 눈 속에 숨어 있다면 수학왕 자격이 충분하겠죠?
감지하는 시세포인 원추세포는 동물마다 종류의 수와 배열이 다릅니다. 사람은 보통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을 감지하는 3종류의 원추세포가 무작위로 배열돼 있고, 물고기는 3종류의 원추세포가 좌우 간격이 같게 배열돼 있죠. 반면 우리 닭은 크기가 서로 다른 5종류의 원추세포가 언뜻 보면 무작위지만, 따져 보면 고르게 나타납니다. 그게 뭐 어쨌냐고요?
원추세포에서 발견한 ‘초균일성’
우리 눈에 있는 5종류의 원추세포는 크기가 서로다른 동전 5개와 비슷합니다. 서로 크기가 다른 원추세포들이 빈 공간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죠. 세포들이 제멋대로 배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5종류의 세포가 골고루 퍼져 있습니다.
2009년 조 코르보 미국 워싱턴대학교 병리 및 면역학과 교수는 우리 닭의 눈에서 이런 배열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살바토레 토르콰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이론화학과 교수가 이와 비슷한 배열을 연구 중이었어요. 바로 상자 채우기 문제를 풀고 있던 거죠.
상자 채우기 문제는 상자 안에 오렌지를 가능한 많이 담는 방법을 찾는 것처럼 특정 넓이의 영역이나 부피를 가진 공간에 물체를 얼마나 많이 채울수 있는지 알아보는 거예요. 상자의 모양과 채우는 물체의 모양에 따라 다르게 배열해야 하지요.
사각형 틀 안에 100원짜리 동전을 빽빽하게 채워보세요. 빈틈을 최대한 없애려면 동전을 삼각
형 격자 모양으로 배열해야 합니다. 동전의 크기가 다양하면 어떨까요? 100원짜리와 10원짜리 동
전을 함께 채우면 가지런했던 삼각형 배열이 들쭉날쭉해질 거예요. 500원짜리 동전까지 추가하면
더욱 심해지겠죠?
토르콰토 교수는 이처럼 불규칙하지만 고른 배열과 성질이 비슷한 배열을 ‘초균일성’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그리고 우리 닭 눈에 있는 5종류의 원추세포들은 나름대로 고르게 있을 방법을 찾은 거
고, 어떤 영역을 살펴봐도 5종류의 원추세포가 고루 있어서 시력이 좋은 거라고 분석했어요.
그런데 대체 초균일성과 소수가 무슨 관련이 있냐고요? 2018년 토르콰토 교수는 초균일성 물질인 준결정에 X선을 비췄습니다. 화학자들은 물질의 성질을 알아보기 위해 X선 촬영을 한답니다.
그 결과 X선이 산란하며 만드는 독특한 모양(회절 영상)에서 나타나는 특정 지점들 사이의 간격과 자연수에서 소수가 나타나는 간격이 비슷하다는 걸 알아냈죠. 이 분야 전문가들은 초균일성 연
구가 소수 분포의 비밀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거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어요.
어때요? 이 정도는 돼야 수학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행여 우리 눈에 나타나는 초균일성으로 수학자의 오랜 숙원을 푼다면 의심할 바 없이 제가 수학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