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을 누가 받을지 정확하게 예측하려면 ‘필즈상’ 자체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데, 그 정보가 부족하다고요? 그럴 줄 알고 준비했습니다! ‘필즈상, 무엇이든 다~ 물어보세요’ 시간입니다. 왜 40세 이하한테만 주는지, 언제부터 수학계 최고상으로 자리매김했는지 필즈상의 모든 걸 밝힙니다. 그럼 질문받겠습니다.
Q. 실은 전 필즈상에 대해 잘 몰라요. 다들 아는 것 같기에 고개만 끄덕였죠. 필즈상이 대체 뭐예요?
만 40세 이하의 젊은 수학자 중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낸 사람에게 주는 상입니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릴 만큼 명성이 아주 높지요. 4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시상하는데, 이 발표가 대회의 ‘꽃’이라 불려요. 아무리 좋은 연구를 해도 40세가 넘으면 영원히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누가 수학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인재가 될지 알 수 있답니다.
Q. 미국 수학자 이탕 장은 58세에 처음으로 위대한 업적을 거뒀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필즈상은 왜 만 40세 이하의 수학자에게만 주는 거예요?
필즈상에 나이 제한이 있는 건 필즈상이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수학자’를 뽑는 상이 아니라 ‘앞으로 더 좋은 연구를 해나갈 수학자’를 뽑는 상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젊다는 기준도 예전과 지금이 달라요. 그래서 나이 제한을 없애자는 목소리도 있어요. 국제수학연맹(IMU)은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종료 후에 위원회를 만들어서 이 내용을 검토했어요. 결국 바꾸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요.
Q. 왜 기준을 바꾸지 않기로 한 건가요?
IMU는 ‘필즈상에 대한 특별 위원회 보고서’에서 “나이 제한은 필즈상과 다른 상의 차별점”이라며, “평생의 업적을 기리는 아벨상이 따로 있으니 굳이 필즈상의 정체성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발표했어요. 또 필즈상은 최고 수학자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앞으로 수학계를 이끌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고 말했죠.
Q. 그런데 꼭 젊은 수학자만 수학계의 미래를 이끄는 건 아니잖아요?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당연히 젊은 사람만 미래에 이바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젊다는 개념도 사실 모호하고요. 필즈상을 만든 캐나다 수학자 존 찰스 필즈는 ‘이미 거둔 성과를 칭찬하고 앞으로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고 했지, ‘40세’라고 특정한 적은 없거든요. 1936년 첫 필즈상 수상자를 선정할 때는 40세 이하라는 기준은 없었습니다. 우연히 40세보다 젊은 수학자가 뽑혔을 뿐이지요.
앗, 갑자기 손을 든 분이 많아졌네요. ‘상을 만든 사람이 정한 것도 아니라면 40세라는 기준은 대체 어디서 나온거람?’ 하고 궁금해지셨겠죠? 40세가 기준이 된 일화가 궁금하다면 다음 쪽에 나오는 ‘필즈 극장’에 주목하세요!
필즈 극장 ‘피와 눈물’
“그래도 이건 아니잖습니까!”
다모달 코삼비가 말했다. 1950년 필즈상 선정위원회의 코삼비는 앙드레 베유에게 필즈상을 주지 않겠다는 해럴드 보어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베유가로랑 슈바르츠보다 뛰어난 수학자라는 건 위원회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앙드레 베유는 확실히 뛰어난 수학자요. 하지만 그는 이미 너무 유명해요.”
보어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뭐가 잘못이란 겁니까. 더 뛰어난 수학자를 두고 실력이 한 수 아래인 수상자를 뽑는 건 멍청한 짓입니다.”
회장이 술렁였다. 위원회 위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중요한 건 위원장인 보어가 1947년 슈바르츠가 발표한 새로운 이론에 푹 빠져있었다는 점이었다.
보어는 슈바르츠가 장차 순수수학과 응용수학을 이어줄 카리스마 있는 수학계의 지도자가 될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아직 유명하지 않았던 슈바르츠에게 필즈상을 줘 힘을 실어줄 작정이었다.
“지금 당장 가장 뛰어난 사람을 뽑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오. 아직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가 채 가시기 전이니 각국 수학자들이 다시 어우러지는 데 힘써야 하는데, 만약 베유에게 상을 주면 세계 최고의 천재를 뽑는 상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거요.”
“그게 뭐가 나쁩니까?”
“1등을 뽑는다고 하면 당연히 국가적인 경쟁이 될 수밖에 없어, 화합은커녕 비교와 갈등만 불러일으킬 거란 말이오!”
코삼비는 말을 삼켰다. 줄곧 보어를 옹호했던 1936년 필즈상 수상자인 라르스 알포르스조차 슈바르츠와 베유 모두에게 상을 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보어는 “때론 피와 눈물도 필요한 법이요.”라고 답했다. 당시엔 필즈상 수상자가 최대 2명이었다. 같은 분야에서 둘에게 상을 줄 수는 없었다.
앙드레 베유를 빼기 위해 보어는 나이 제한을 제안했다.
당시 43세였던 앙드레 베유를 빼면서 지난 수상자의 나이를 포함하고 슈바르츠에게 상을 줄 수 있는 나이로 말이다. 결국 투표로 슈바르츠와 아틀레 셀베르그를 1950년 필즈상 수상자로 결정하면서 보어는 목적을 달성했다. 그리고 이때를 시작으로 필즈상엔 ‘만 40세 이하의 젊은 수학자’라는 기준이 생겼다.
이때 수상자 수를 4명으로 늘리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통과되지 않았고, 1966년 채택됐다.
Q. 필즈상은 언제부터 명성이 높아진 거예요?
1950년대까지만 해도 필즈상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필즈상이 유명해진 건 미국 수학자 스티븐 스메일과 노벨상 덕분이에요. 스메일은 1966년 필즈상을 받았는데, 당시 베트남 전쟁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반미활동조사위원회에 소환된 상태였어요. 소환 전에 이미 필즈상을 받으러 모스크바로 가고 있었는데 샌프란시스코 신문 ‘이그재미너’는 스메일이 모스크바로 도주했다고 보도했어요.
그러자 스메일의 동료들이 ‘스메일은 수학계에서 노벨상과 같은 상을 받으러 외국으로 갔다’고 증언했죠. 이 말이 뉴욕타임스에 실리면서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이란 별명을 얻었습니다. 필즈상은 몰라도 노벨상은 누구나 알다 보니 자연스레 유명해지고 필즈상의 위상도 높아졌죠. 처음엔 약간 과장이 섞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명실공히 수학계 최고상 중 하나가 됐답니다.
Q. 노벨상은 누가 상을 받는지 시상식 전에 미리 발표하잖아요. 필즈상도 그러나요?
아니요! 필즈상은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 현장에서 수상자를 호명하는 순간에야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미리 발표하면 시상식 전에 수상자에 대해 좀 더 알아보거나 연구 내용을 공부해 둘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수상자도 매우 난감합니다. 보통 6개월 전에 수상 소식을 알게 되는데,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니 얼마나 입이 간질간질하겠어요. 동네방네 소문내서 축하파티를 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죠?
하지만 IMU는 이번에도 필즈상 수상자를 미리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극적이고 마법 같은 발표 순간이 사람들을 개막식으로 모이게 한다”고 말이에요.
이것 참, 약오르는 대답이네요. 하지만 궁금한 걸 어쩌겠습니까. 심장이 쫄깃해질 발표 순간을 기다리며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열심히 결과를 점쳐보자고요!
[Infographic] 내 멋대로 필즈상 수상 공식
필즈상에 대해 알았으니, 이제 역대 수상자들에게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봅시다. 각각의 변수에
가중치를 줘서 나만의 수상 공식을 세워 수상자를 미리 점쳐 보는 거예요. 내가 고른 수학자가
필즈상의 영광을 누릴지 지켜보는 것도 필즈상 시상식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되겠죠.
필즈상 수상자인 내 ‘스승님’을 소개합니다!
이쯤 되니 어떤 사람이 필즈상을 받았는지 몇몇 분이라도 자세히 알고 싶다고요? 그래서 필즈상 수상자의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1. 그리고리 마르굴리스
●느리지만 직관이 탁월한 수학자
‘I don’t know.(나는 모르겠다.)’
마르굴리스 교수님은 어떤 질문이든 항상 이 말로 답을 시작합니다. 필즈상은 물론 울프상까지 받은 무척 유명한 수학자인데도, 언제나 겸손하시죠.
안녕하세요! 임선희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교수입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마르굴리스 교수님께 지도받았습니다. 교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 행동이 아주 느리고, 말씀이 적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가 틀린 얘기를 할 때는 바로 틀리다고 말하는 대신 ‘Yenoso(예노소)’로 시작해 ‘이럴 것 같다’로 끝을 맺는 한 문장 정도로 말씀하셨지요. 저는 ‘Yenoso’를 영어로 ‘Yeah, no, so’라고 추측했는데, 다른 친구는 러시아어일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아직도 정확히는 모른답니다.
마르굴리스 교수님은 균질 동역학의 아버지 같은 분이세요. 이 분야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하셨는데, 그렇다고 한 분야만 파신 것도 아니에요. 표현론, 대수기하, 정수론 등 수학의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연구를 통해 컴퓨터공학의 오래된 난제도 해결했어요. 효율적이면서 연결성이 좋은 그래프의 구체적인 예를 찾으셨거든요.
교수님은 20살이었을 때 이미 세계적인 수학자였지만, 엉뚱하게도 통신연구소에서 일을 하셨어요. 러시아에서는 유대인이었던 교수님이 국립대에서 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때 통신연구소에서 네트워크와 관련된 오래된 미해결 문제를 알게 되고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셨다고 해요.
우리 교수님은 ‘필즈상을 두 번 받았어야 하는 분’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을 정도로, 직관력이 뛰어난 천재 수학자로 알려져 있어요. 아주 천천히 생각하며 한 발, 한 발 나아가지만, 그 길이 무척이나 효율적이라서 두뇌 회전이 빠른 수학자도 따라갈 수 없다고나 할까요? 느린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보고 계신 것이지요.
2. 만줄 바르가바
●장난감에서 영감 받는 수학자
스승님이요? 수학하다 지치면 인도 전통 악기인 타블라나 피아노를 치면서 스트레스를 푸세요. 누구든 질문하면 자상하게 대답해주시죠. 어린아이의 말도 귀 기울여 듣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수학을 설명해주세요. 수학을 쉽게 설명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예요.
저도 학부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쓴 교수님의 논문을 보고 제자가 되기로 마음먹었거든요. 전 지도 교수님과 친해지고 싶은 프린스턴대학교 수학과 박사과정생 이석형입니다.
박사과정 1년 차 때 교수님께서 필즈상을 받으시면서 갑자기 엄청나게 바빠지셨어요. 세계수학자대회 준비에다 쏟아지는 강연 요청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셨거든요. 덕분에 전 교수님을 뵐 기회가 줄어들었죠. 앞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많이 뵈려고요.
바르가바 교수님 연구실에는 루빅스 큐브나 퍼즐 같은 장난감이 있어요. 잠깐 머리를 쉬게 할 용도로 가져다 놓은 걸 수도 있지만 영감을 얻기 위해 둔 걸 수도 있어요. 교수님이 박사과정 때 루빅스 큐브를 돌리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기존 가우스의 연산법칙을 확장한 새로운 가우스의 연산법칙 13가지를 발견하셨거든요. 2차 방정식에서만 통하던 것을 3~5차 방정식에서도 쓸 수 있게 한거죠.
교수님의 연구 분야인 대수적 정수론에서는 방정식의 정수해나 유리수해를 찾고 싶어 하고, 이를 구하는 데 필요한 추상적 개념인 ‘아이디얼’, ‘대수곡선’ 등을 수 몇 개로 나타내려고 해요. 그런데 루빅스 큐브의 꼭짓점에 수를 하나씩 대응한 뒤 세 가지 방법으로 큐브를 잘라 그 수를 배열했더니 뭔가 재밌는 일들이 일어난 거죠. 가우스 이후 200년 동안이나 수학자 누구도 새로운 연산법칙이 있다고 생각 못 했는데, 박사과정 중에 찾아냈다니 대단하죠? 저도 스승님 따라 열심히 연구해야겠어요.
3. 윌리엄 서스턴
●원근감 못 느끼는 수학자
“수학자가 사는 차원이 있다면, 윌리엄 서스턴은 혼자서 새로운 차원에서 사는 사람이다.”
- 벤슨 파브 -
안녕하세요. 백형렬 KAIST 수리과학과 교수입니다. 벤슨 파브 미국 시카고대학교 수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제 스승님을 한 마디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존 수학자와 전혀 다른 사고방식으로 수학의 발전을 이끈 분이라고나 할까요? 어떤 사람은 “일반 수학자가 필즈상 수상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필즈상 수상자가 서스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지 않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교수님은 ‘기하 위상수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어요. 원래 이 분야 연구는 가끔씩 똑똑한 사람이 나타나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식으로 느리게 발전하고 있었어요. 교수님은 기하 위상수학을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지요. 수학자들이 서스턴 교수님의 방법을 받아들인 뒤, 신기하게도 이전에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순조롭게 풀리기 시작했어요.
주로 3차원 공간을 연구하셨는데, 이 공간을 보는 방법이 완전히 달랐죠. 그동안은 3차원 공간 밖에서 3차원 공간을 바라봤다면, 교수님은 3차원 공간 안으로 들어가 ‘내부 관찰자’의 시선으로 3차원 공간을 상상할 수 있는 방법을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발전시켰어요.
놀랍게도 교수님은 원근감을 느끼지 못하셨어요. 어떤 물건이 가까이 있고, 멀리 있는지 모르는 거지요. 그래서 입체를 보는 훈련을 따로 하셨어요. 교수님은 이런 훈련이 3차원 공간을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고차원 공간도 같은 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어요.
머릿속으로 상상한 무언가를 직접 디자인해 만들기도 좋아하셨어요. 일본의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와 함께 공동 작업으로 파리의 패션쇼에 서기도 하셨죠.
사실 전 서스턴 교수님이 아닌 다른 분의 제자가 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분께 아무리 메일을 보내도 답장을 주시지 않아, 우연히 교수님의 제자가 된 거예요. 하하~. 제가 수학을 연구하는 방식이 모두 서스턴 교수님께 영향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4. 히로나카 헤이스케
●감수성 풍부한 수학자
‘찰칵, 찰칵.’ 아버지는 거리에 핀 꽃을 찍느라 바쁩니다. 수학자 아니랄까 봐 꽃잎에 어떤 패턴이 있는지도 살피고 계십니다. 꽃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과 TV드라마를 좋아하는 감수성 풍부한 우리 아버지는 히로나카 헤이스케입니다. 저는 딸 히로나카 에리코입니다. 미국수학회에서 수학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지요.
필즈상을 받았으니 우리 아버지의 머리가 아주 좋다고 생각하면 착각입니다. 일본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14명의 형제와 함께 살던 아버지는 대학 입시에 낙방했던 학생이었어요. 내로라하는 동료 사이에서 엄청 주눅 들었다는 말씀도 자주 하셨지요. 그래서인지 아버지가 강조하는 건 재능보다는 수학에 대한 관심과 노력입니다. 꿋꿋이 연구에 전념한 아버지는 제가 두 살이던 1964년, 당시 수학계 난제였던 ‘특이점 해소 정리★’를 증명했고 이 업적으로 1970년 필즈상을 받았습니다.
특이점 해소 정리★
3차원에 있는 롤러코스터의 궤도는 서로 만나는 지점이 없지만, 2차원 평면에 있는 그림자를 보면
만나는 지점이 생긴다. 이런 점을 ‘특이점’이라고 하는데, 특이점 해소 정리를 이용하면 차원을 높여 특이점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늘 연구에 몰두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땐 어려서 아버지가 무엇을 연구하는지, 수학자가 필즈상을 받는다는 게 어떤 뜻인지 몰랐습니다. 아마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수학에 관심 없던 제가 수학을 전공하게 됐을지도 모릅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연구하는 분야가 무엇이고 왜 그 분야에서 유명한지 알고 싶었으니까요.
아버지가 연구 외에 열중하는 것 중 하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는 겁니다. 1970년에 재단을 설립해 일본 수학자들이 해외로 나가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1980년에는 일본에서 ‘유겐 클럽’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수학에 관심 있는 학생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나중에는 미국과 한국의 학부생을 위한 세미나도 만들었지요. 필즈상 후보로 거론되는 허준이 박사도 이 세
미나에서 지도한 아버지의 제자입니다.
지금은 은퇴하고 도쿄에 머물며 다양한 학술 및 예술행사를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사진 찍는 걸 무척 좋아하세요. 지금 집에 도착했는데도 신발을 벗지 않고 밖에서 계속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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