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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ICM 관전 포인트 넷

2018 브라질 세계수학자대회 미리보기

필즈상 시상식은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 열립니다. 그런데 이때 필즈상만 주는 건 아닙니다. 정보과학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젊은 수학자에게 주는 상부터 노벨상과 같은 공로상까지 수학자들의 축제를 기념하기 위한 각종 시상식과 다채로운 강연이 이어집니다. 2018 브라질 수학자대회에서는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지 살펴봤습니다.

 

 

 

[관전 포인트1] 명장면 제조 현장, 개막식

 

세계수학자대회의 꽃은 필즈상 시상식이 열리는 개막식입니다. 대회에 참석한 수학자는 물론 집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수학자, 수학에 관심 있는 사람까지 누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는지 궁금해하며 세계수학자대회에 이목을 집중합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개막식에서 필즈상만 주는 건 아닙니다. 수학과 코딩은 밀접하다고 하지요? 정보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40세 이하 젊은 수학자에게 주는 네반리나상, 응용수학부문 공로상인 가우스상, 순수수학부문 공로상인 천상까지 개막식에서만 네 분야의 시상이 이뤄집니다. 아시다시피 수상자는 개막식에서 깜짝 발표하기 때문에 모두가 이 시간을 기다립니다.

 

2018 브라질 세계수학자대회는 현지 시각으로 8월 1일 오전 8시 30분에 개막식이 시작됩니다. 우리나라가 딱 12시간 빠르니, 늦어도 오후 10시쯤이면 영광의 얼굴을 알게됩니다. 시상은 세계수학자대회를 개최하는 국가의 원수가 합니다. 이번에는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직접 필즈상, 네반리나상, 가우스상, 천상 수상자를 맞이합니다.

 

그런데 왜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1시간 반이나 걸리냐고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개막식을 생각해 보세요. 개최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연이 줄을 잇죠? 세계수학자대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대회인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에서는 가야금과 해금 연주로 개막을 알렸습니다. 처용무도 선보였는데, 2014년 필즈상 수상자인 마리암 미르자하니의 어린 딸이 처음 보는 낯선 광경을 보고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수학자들이 모인다고 하니 수백 명 규모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는 5000여 명이 모였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몇몇 수학자는 수상자 4명이 모두 다른 사람의 메달을 받을 경우의 수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정답은 4!(1/2!-1/3!+1/4!)=9. 이번에도 이런 실수가 나올까요? 참고로 필즈상은 최대 4명이 받지만 네반리나상과 가우스상, 천상은 1명이 받기 때문에 다른 상에서는 이런 실수가 나올 수 없습니다.

 

사실 지난 대회에서는 필즈상을 시상할 때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필즈 메달에는 수상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 이름이 써진 메달을 받아야 하는데, 수상자 4명 모두가 다른 수상자의 이름이 적힌 메달을 받은 겁니다. 신기하게도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이를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수상자 중 한 명인 만줄바르가바가 숙소에서 이를 확인한 뒤 깜짝 놀라 다음 날 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에 말할 때까지 나머지 수상자들은 메달이 바뀐 줄 몰랐습니다.

 

한편 수학자들은 필즈상보다는 천상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자기 분야의 대가가 받을지, 그렇다면 내 스승님이 받을지 궁금한 것이죠. 상금도 필즈상보다 공로상인 천상이 약 45배나 더 많습니다. 하지만 천상을 받으면 상금의 절반은 무조건 기부해야 합니다. 어디에 기부할지는 전적으로 수상자에게 달려 있어 수상자의 ‘말’에 관심이 쏠립니다.

 

 

 

[관전 포인트 2] 문제 발표식

 

세계수학자대회라고 하니 전 세계 수학자가 모여 수학 실력을 겨루는 대회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회’라는 이름과 달리 세계수학자대회는 앞으로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할지, 최근에 풀린 문제는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생긴 새로운 수학 이론은 무엇인지 공유하는 장입니다. 행사에 앞서 장래가 촉망되는 수학자와 수학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긴 수학자를 시상하는 것뿐이지요.

 

세계수학자대회는 독일 수학자 펠릭스 클라인의 제안으로 1897년 처음 열렸습니다. 두 번째 대회를 제외하고는 4년마다 열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월드컵이 열리는 그 해 8월에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립니다. 수학자들이 연구할 방향을 제시하는 행사인 만큼 이 자리에서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 발표하기도 합니다.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독일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는 20세기에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10개를 발표했습니다. 나중에 13문제를 추가해 현재는 ‘힐베르트의 23문제’로 불립니다. 여기에는 어렵기로 악명 높아 악마의 문제라는 별칭이 붙은 ‘리만 가설’도 포함돼 있습니다.

 

여담으로 힐베르트는 10문제를 소개하면서 리만 가설은 몇 년 안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대회에 온 사람들의 자녀가 죽기 전에, a가 0, 1이 아닌 대수적 수고 b가 대수적 무리수일 때 ab가 초월수임을 판정하는 문제는 몇백 년 안에 해결한다고 예측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수백 년이 걸린다는 초월수 문제는 1935년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1995년에 풀렸
고, 리만 가설은 아직 해결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으니까요.

 

 

문제 발표식은 1998년에도 있었습니다. 20세기에 풀어야 할 문제를 짚었으니 21세기에 풀어야 할 문제도 제시해야겠지요? 1966년 필즈상 수상자인 스티븐 스메일은 1998 독일 세계수학자대회에서 18문제를 소개했습니다. 푸앵카레 추측과 P대 NP 문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관련 문제 등이 스메일이 꼽은 21세기 문제로 등극했지요. 리만 가설은 여기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2098년 전에 이 문제들이 전부 해결될지, 22세기에 풀어야 할 문제 목록에도 들어갈지 궁금합니다.

 

이처럼 세계수학자대회는 수학자들이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지 서로 논의하는 장입니다. 힐베르트나 스메일처럼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는 여러 문제를 한 번에 소개하지만, 각 대회에서는 분야별로 4년 동안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보자고 발표하고 의견을 냅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어떤 문제가 화제의 중심이 될까요?

 

[관전 포인트 3] 다시 보자! 브라질 수학

 

브라질 하면 ‘축구’지, 수학은 잘 안 떠오른다고요? 하지만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한 수학 강국 중 하나입니다.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의 영광을 안은 아르투르 아빌라 박사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박사학위까지 받았습니다.

 

브라질 수학을 이끌고 있는 순수 수학 및 응용수학 연구소(IMPA)의 모습.

 

 

브라질 수학자가 필즈상을 받은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요? 역대 필즈상 수상자의 국적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박사학위를 받은 국가를 보면 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본으로 확 좁혀집니다. 유일하게 아빌라 박사가 이들 나라가 아닌 브라질에서 공부해 필즈상을 받았지요.

 

우리나라의 김연아 선수처럼 아빌라 박사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천재가 아니냐고요?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이번 대회 유력한 필즈상 후보자 중 한 명도 브라질 출신에다 아빌라 박사와 같은 수학연구소에서 공부했습니다. 연속해서 두 명이 세계적인 수학자로 발돋움했다면 숨겨놓은 저력이 있는 게 분명하겠죠? 또 국제수학연맹이 수학 실력으로 국가를 구분한 등급에서 브라질은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아빌라 박사가 공부한 곳은 브라질의 항구도시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순수수학 및 응용수학 연구소(이하 IMPA)’입니다. 이곳 강의실에서는 다른 연구소에서 볼수 없는 낯선 광경이 자주 펼쳐집니다. 공부하는 초중고생을 흔히 볼 수 있다는 건데요, IMPA는 수학 인재를 기르기 위해 브라질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한 학생을 직접 가르치고 관리합니다. 교육과정을 학생 맞춤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이 따라오기만 한다면 아주 어린 나이에도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빌라 박사도 이곳에서 21살에 박사 졸업장을 땄습니다.

 

IMPA를 세계적인 수학연구소 반열에 올려놓은 건 스티븐 스메일의 역할이 큽니다. 수영할 때 문제 해결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스메일은 브라질 해변을 사랑했습니다. 1950년대부터 수시로 IMPA를 드나들며 연구해 젊은 수학자들에게 영감을 제공했고, 뛰어난 수학자로 성장시켰습니다. 그중 한 명이 제이콥 펠릭스인데, 그의 제자인 윌링턴 멜로가 아빌라 박사의 스승입니다.

 

 

 

[관전 포인트 4] 제2의 에미 뇌터는 누구?

 

여러분은 여성 수학자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세요? 20세기 최고 수학자인 힐베르트와 물리학자인 앨버트 아인슈타인도 인정한 수학자 ‘에미 뇌터’가 있습니다. 여성이 인정받을 수 없었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 때문에 뇌터의 실력은 늘 저평가됐지만, 수학과 물리학의 대가도 인정한 수학자입니다.

 

세계수학자대회에서는 20세기 최고 여성수학자로 꼽히는 뇌터를 기리는 강연을 진행합니다. 최근 몇 년간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여성 수학자를 ‘ICM 뇌터 강연자’로 선정해 기조강연하게 합니다. 세계수학자대회에서 기조강연은 시상식 다음으로 인기 있는 행사인데요, 앞서 이야기한 힐베르트와 스메일도 기조강연에서 20세기와 21세기에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조강연은 분야를 막론하고 수학자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는 수학의 방향이나 연구를 소개하는 것으로, 한 대회에서 보통 스무 명이 강연합니다. 대회에 참석한 모든 수학자가 들을 수 있도록 기조강연 시간에는 다른 행사를 하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초청강연은 수학의 세부분야에서 업적을 낸 수학자 200여 명이 강연하는 자리로, 보통 그 분야를 연구하는 수학자가 강연을 듣습니다.

 

엠마누엘 캉테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의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기조강연 모습.

 

 

한편 2018년은 뇌터의 대표 업적인 ‘뇌터 정리’가 발표된지 100주년을 맞는 해라 ICM 뇌터 강연은 더 의미가 있습니다. 뇌터 정리는 질량과 에너지 보존과 같은 문제를 대칭의 관점에서 해결한 것으로 상대성이론을 설명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정리입니다.

 

이런 뜻 깊은 시기에 강연자로 나선 사람은 선-융 앨리스 창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수학과 교수입니다. 기하학에서 유용한 편미분방정식 도구를 개발해 기하학과 미분방정식은 물론, 위상수학에까지 기여했습니다. 수학의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활약한 창 교수가 어떤 멋진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됩니다. 개막식은 물론 각종 강연은 유튜브 채널 ‘Rio ICM2018’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8 ICM 초청강연자를 만나다!

 

2018 브라질 세계수학자대회에서는 221개의 초청강연이 진행됩니다. 정수론, 대수학, 위상수학,
조합론, 수학사 등 19개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수학자를 초청해 최근에 어떤 연구를 했는지 발표하게 하지요. 금종해 고등과학원 교수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소속 박사도
그 자리에 초대받았습니다. 고등과학원 스칼라이기도 한 허 박사가 마침 서울 고등과학원에 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수학동아는 독자 5인방과 함께 7월 4일 고등과학원을 찾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약속보다 먼저 도착한 수학동아 독자 5인방은 미리 작성한 질문지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허 박사가 도착해 독자들이 반가우면서도 낯선지 어색한 인사를 건넸습니다. 금 교수를 기다리는 동안 독자들은 허 박사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수학자는 비행기를 탈 때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 중 어떤 것을 타요?”


지한나 양의 돌발 질문에 허 박사는 아주 좋은 질문이라며, 일하는 곳이 유럽이면 몰라도 미국이라면 아주 유명한 수학자도 이코노미석을 타야 한다고 말해줬습니다.

 

지한나 양의 재치 있는 질문에 분위기가 풀리자 여자 친구, 월급, 필즈상 수상 여부 등 당황스러운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그래서 뽑아봤습니다. 허 박사를 당황하게 한 질문 TOP 5!

 

▶허준이 박사를 홍당무로 만든 질문 TOP 5

 

1. 수학자도 여자 친구가 있나요?
물론 있기도(?) 합니다. 참고로 제 여자 친구(아내)는 저처럼 수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끔 수학을 연구하는 사람한테 수학 농담으로 호감을 사려는 사람이 있는데, 절대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2. 돈을 얼마나 버나요?
‘순수수학 하면 굶어 죽기 딱 좋다’고 하는데, 특별히 대단한 수학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와 비교해 궁핍하진 않습니다. 기업가처럼 많이 받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게 받지도 않지요. 구체적인 액수가 궁금하면 미국 주립대학교에 근무하는 수학 교수의 연봉을 검색해 보세요. 주립대학교 교수는 연봉을 공개해야 하거든요.


3. 박사님은 해외에 가실 때 이코노미석을 타시나요, 비즈니스석을 타시나요?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수학자도 이코노미석을 타야 합니다. 유럽보다 연구비 사용 규정이 까다롭거든요. 이곳에 올 때도 이코노미석을 탔답니다.


4. 필즈상을 받을 것 같나요? 필즈상 상금을 받으면 그 돈으로 뭘 하실 건가요?
하하. 높은 확률로 못 받을 것 같네요. 실망하겠지만, 상금도 많진 않습니다. 대신 필즈상을 받으면 연봉 협상을 다시 할 수 있어서 상금보다 더 큰 가치가 있죠.

 

5. 박사님의 자녀가 아빠가 수학자인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마 아무 생각 안 할 걸요? 아직 3살이거든요. 만약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면 수학자가 되라고 권할 겁니다.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같은 대수기하학자도 연구는 제각각!


금 교수와 허 박사는 각각 대수복소기하학과 조합론 분야의 초청강연자로 2018 브라질 세계수학자대회에 참여합니다. 두 분 모두 도형과 도형을 나타내는 방정식을 함께 연구하는 대수기하학자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초청받은 분야가 다른 걸까요?

 

금 교수는 타원 곡선 같은 도형을 고차원으로 확장해 연구하는 데 관심이 있답니다. 아직 초청강연에서 어떤 내용을 발표할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곡면을 6차원, 8차원 같은 고차원에서 관찰했을 때 발견한 사실 몇 가지를 발표할 예정이라네요.

 

반면 허 박사는 그래프 같이 하나하나 셀 수 있는 대상을 확장해 연속적인 공간의 정보를 알아내는 방법에 관심이 많답니다. 이번 강연에서 연속적인 대상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으로 셀 수 있는 대상을 분석하는 연구에 발표할 예정이래요. 세는 것과 관련이 있다 보니 조합론 분야의 초청을 받은 것이죠.

 

초등학생, 고등학생인 독자들은 수학자에게 필요한 자질에 대해 궁금해 했는데요, 특히 김진욱 군은 학교 수학성적이 안 좋아도 수학자가 될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두 분 모두 “성적이 좋거나 좋은 대학에 간다고 해서 뛰어난 수학자가 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금 교수는 “아이큐가 높다고 수학을 잘하는 건 아니다”라며, “훌륭한 수학자가 되려면 상상력, 논리력, 계산력이 필요한데, 제각기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있으니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으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허 박사는 “잘 하려면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그 일을 정말 좋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문제집을 푸는 건 정말 재미없지만, 현실적으로 안 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현실적인 것을 쫓다가 보면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는 것이죠.

 

남들보다 늦게 수학자로 진로를 정했던 허 박사는 “일부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경시대회에 나가야 수학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예로 들어줬습니다. 오히려 20대가 돼서 흥미와 호기심을 잃어버리면 잘해야 할 때 지칠 수 있으니까 여유를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내도 수학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조언해줬습니다.

 

▶진로가이드

 

수학자가 꿈이에요!

 

Q. 변승혁 군과 김태완 군의 꿈은 수학자! 그런데 세부 분야를 뭐로 정해야 할지 고민이 많답니다. 수학의 세부 전공 어떻게 정해야 하나요?


금종해 - 운이 좋은 사람은 처음부터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을 수 있지만, 방황하다가 정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대학교 3학년이나 대학원 1, 2학년 때 정합니다. 전공 과목을 깊게 공부해 보고 자기가 꾸준히 좋아할 수 있는 분야를 고르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성급하게 정할 필요 없으니 지금은 우선 열심히 수학을 공부하세요!


허준이 -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세부 전공을 정하는 건 여자 친구를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연도 작용하고, 서로 끌려야 하며 처음에 나쁜 인상을 주면 안 되지요. 그러다가 서로 잘 맞으면 계속 만날 수도 있고, 안 맞으면 헤어질 수도 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지금 할 수 있는 걸 즐겁게 하다 보면 좋은 인연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했을 때 재밌는 거 말이에요.

 

 

수학자에게 수학이란?


독자들은 수학자의 매력에 대해서도 물었는데요, 허 박사는 “학회”라며,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여러 학회에 참석해 다양한 사람과 만나 이야기하고 수학 공감대를 쌓아가는 게 즐겁다”고 답해줬습니다. 학회는 보통 일주일 동안 열리는데, 함께 지내며 먹고 이야기 나누면서 서로 어떤
수학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간답니다.

 

마지막으로 수학에 대한 철학을 묻자, 금 교수는 “수학을 연구하는 게 가장 멋있게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대수기하학은 상상력, 논리력, 계산력이 모두 필요한 분야라서 무척 어렵지만, 그만큼 쾌감도 크다”고 전했습니다.

 

허 박사는 “제게 수학은 신나고 재밌는 일”이라며, “혼자 틀어박혀서 하는 게 아니라 넓은 세상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권,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수학이라는 언어로 소통하는 게 즐겁다”고 밝혔습니다.

 

필즈상에 얽힌 이야기부터 두 강연자와의 만남까지 살펴보니 2018 브라질 세계수학자대회가 더욱 기대되지 않나요? 필즈상 수상자는 누가 될지, 앞으로 4년 동안 수학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궁금하다면 수학동아 9월호에 실릴 현장 취재 기사를 기대해 주세요!

 

 

※ 수학동아, 카오스재단, 고등과학원과 함께하는 2018 필즈상 해설 강연


2018 필즈상 수상자는 어떤 업적과 가능성으로 수학계 큰 상을 거머쥔 걸까요? 9월 6일(목)과 7일(금)과 이틀에 걸쳐 수상자 전원의 업적을 소개하는 강연이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펼쳐집니다.

 


김민형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의 사회로, 필즈상의 의미부터 올해 수상자들의 이야기까지 2018 필즈상의 모든 것을 밝혀줄 예정입니다. 특집 기사를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이번 강연을 놓치지 마세요!


강연 일시 : 2018년 9월 6~7일
오후 7시 30분~9시 30분
장소 : 서울 블루스퀘어 3층 카오스홀
참가대상 : 중학생 이상 수학동아 독자
참가비 : 무료
선발 인원 : 6일 50명, 7일 50명
신청 기간 : 2018년 8월 31일(금)까지
신청 방법 : 수학동아 블로그(mathdonga.blog.me)
해당 게시물에서 신청
참가자 발표 : 9월 3일(월) 수학동아 블로그

 

※ 강연자와 강연 내용은 8월 1일 수상자 발표 이후 다시 공지합니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2018 필즈상 수상자는 누구?

Par 1. 필즈상, 무엇이든 다~ 물어보세요

Part 2. ICM 관전 포인트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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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호 수학동아 정보

  • 김우현 기자(mnchoo@donga.com)
  • 도움

    황준묵(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 기타

    [일러스트] 이병익
  • 참고자료

    김원기 ‘수학의 노벨상 필즈상 이야기’, EMS Newsleter June 2017, Steve Smale ‘Finding a Horseshoe on the Beaches of 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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