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위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즐거운 방학과 휴가가 있어 설레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19로 멀리 여행을 가지는 못 하겠지만 며칠 푹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되죠. 항상 방에서 수학책만 들여다 보고 있을 것 같은 수학자들도 다양한 취미생활로 휴가를 즐기는데요, 수학자들은 어떤 취미를 즐기는지 알아볼게요.
책상 앞에만 앉아있는 사람들? 편견은 노노!
저는 축구를 보는 것만큼이나 하는 것도 좋아해서 학창 시절에는 항상 축구팀에 있었습니다. 물론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요. 수영과 테니스도 매우 좋아해서 열심히 했었죠.
많은 사람의 인식과 달리 운동을 좋아하는 수학자가 많습니다. 생각보다 ‘체력’이 중요한 직업이거든요. 온종일 앉아 컴퓨터 모니터만 보면 거북목증후군이나 복부비만 같은 고질적인 직업병이 생길 수도 있지요. 그래서 수학자들은 공동연구자와 가볍게 산책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당한 운동과 야외 활동은 머리를 맑게 해주니까요.
가벼운 조깅이나 수영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마라톤이나 철인3종경기 같은 취미를 즐기는 수학자도 있습니다. 수학을 연구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건지, 운동하다 심심해서 수학을 연구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몰두하죠.
대표적인 수학자가 프랑수와 로저 프랑스 소르본대학교 교수입니다. 로저 교수는 일반 마라톤 경주 구간인 42.195km 이상을 뛰는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나온 기록을 모두 본인 홈페이지에 올려놨습니다. 오르막을 합친 누적 상승고도가 9.2km, 총 달리는 구간이 151km인 대회에도 참가한 적이 있네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죠?
1974년 필즈상 수상자인 엔리코 봄비에리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역시 젊은 시절에는 야생 난초와 신비한 식물을 찾아다니는 게 취미였습니다.
좀 더 신기한 운동을 하는 수학자도 있습니다. 조합론과 정보이론의 대가 로널드 그레이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교수입니다. 그레이엄 교수가 수학만큼 잘하는 운동은 바로 ‘저글링’입니다. 그레이엄 교수의 저글링 실력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국제저글링협회 회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수학자로서도 미국수학협회 회장을 맡았을 만큼 탁월했던 분인데 이쯤 되면 그냥 ‘사기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저글링은 수학과 밀접합니다. 공이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1초, 2초, 3초처럼 자연수로 나타난다고 가정하면 ‘333’이라는 수열에 맞춰 공 3개를 던지면 저글링을 할 수 있거든요. 333 외에도 다양한 저글링 수열이 있으며, 어떤 수열로 저글링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수학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저글링에 관한 수학 연구가 지금도 종종 나오는데요, 저도 저글링을 시작하면 수학을 좀 더 잘할 수 있으려나요?
수학자도 벗어날 수 없는 음악의 매력
‘음악은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는 오글거리는 문구가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인류에게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취미이자 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취미에 축구보다 노래를 먼저 적었을 만큼 음악, 특히 노래를 듣는 것과 부르는 것 모두 좋아하는데요, 언젠가 무대에서 제대로 노래를 불러보는 게 지금도 인생 목표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음악과 수학은 이미 여러 면에서 많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기원전부터 이미 현악기의 음의 옥타브가 올라가고 듣기 좋은 화음이 생겨나는 것이 현의 길이의 비가 유리수일 때라는 걸 깨달았죠. 이는 ‘모든 자연은 수로 이뤄져 있다’는 피타고라스의 믿음을 더욱 확신시켜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음악 관련 취미를 가진 수학자가 유난히 많습니다. 2014년 필즈상을 받은 만줄 바르가바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는 수학 연구가 막힐 때마다 인도 전통악기인 ‘타블라’를 연주하며 마음을 다스린대요.
미국 수학자 레이먼드 스멀리언은 수리논리학을 연구해 미국 뉴욕시립대학교에서는 수학과 교수로,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는 철학 교수로 일했는데요, 요한 바흐와 프란츠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을 앨범으로 낼만큼 피아노 연주를 좋아했죠.
수학 잘하는 사람이 게임도 잘하더라?
21세기의 취미에서 게임을 빼놓을 순 없겠죠? 부모님들이 싫어하는 취미 1등을 뽑으라면 아마 ‘게임’이 가장 먼저 나오겠지만, 어쩌겠어요, 재밌는걸. 저도 중학교 때 잠시 프로게이머를 꿈으로 삼았을 만큼 게임을 좋아했는데요, 전설의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임요환 선수의 현역 시절 결승전 경기를 직관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게임을 좋아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제하며 살고 있습니다.
꼭 컴퓨터 게임이 아니더라도 체스, 바둑, 스도쿠, 퍼즐, 보드게임 등 각종 게임을 좋아하는 수학자가 매우 많습니다. 1994년 필즈상 수상자인 장-크리스토프 요코즈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동료 수학자와 체스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학원 시절에는 지도교수가 걱정할 정도로 체스에 심취했었다고 하네요. 요코즈는 2011년 수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수학과 체스는 다양한 계산과 계획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밝혔어요.
고전적인 의미의 수학자는 아니지만,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이자 CEO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너무 좋아해 게임 회사에서 일하다 독립해 게임 회사인 ‘엘릭서 스튜디오’를 세웠습니다. 실제로 하사비스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NPC들의 상호작용을 고민하다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느끼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게임이 아니었으면 알파고가 나오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이보다 좀 더 ‘수학자’스러운 게임을 즐긴 수학자도 있습니다. 2020년 4월 아주 안타깝게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존 콘웨이는 어렸을 때부터 원주율을 외우는 게 취미였어요. 한창 몰두했을 때는 몇천 자릿수까지 암기하고, 사람들이 원주율을 쉽게 외울 수 있는 노래까지 만들었습니다.
물론 수학자라고 모두 특별한 취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특이한 사례들을 모아 소개했을 뿐이에요. 취미는 자기 자신이 즐거우면 그만이죠. 독서, 음악 감상, 드라마, 영화 감상 같은 취미가 ‘평범한’ 이유는 그만큼 재밌고 확실하게 힐링이 되기 때문이겠죠?
수학과 상관 없이 인생에 즐거운 취미생활이 있다는 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즐거운 취미생활이 있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