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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 출신, 대학원생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우리나라 IMO 대표 출신 대학생, 대학원생이 이번 IMO에 문제선정위원, 코디네이터로 대거 참여했어요. 수학과 IMO를 향한 웬만한 애정이 없으면, 시간을 쪼개 IMO에 참여하기 힘들었을 텐데요. 그중 미래에 대해 여전히 고민 중인 수학과 대학원생을 만나봤어요.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2017년 IMO에 처음 출전했습니다. 2005년 이후 우리나라에 12년 만에 나온 여성 대표였어요. 

 

IMO 한국 대표가 된 건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2017년 ‘루마니아수학마스터대회(RMM)’ 덕분이에요.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뒤로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마구마구 올라갔어요. 계속 경시대회에 도전하다 보니 실력이 쌓였고, IMO 대표까지 됐을 때는 자신감이 더 생겼어요. 저는 같은 실력을 갖고 있어도 본인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나오는 결과가 굉장히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IMO 경력을 입학 에세이에 쓴 MIT 수학과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에서 수학 공부가 더 재밌어졌어요. IMO에서 사귀었던 외국 친구와 MIT에서 다시 만나 반가웠고 IMO 출신 선후배, 동기와 함께 공부하며 대학 생활을 즐겁게 보냈어요. 물론 유학 생활 처음엔 익숙지 않은 언어와 글쓰기 실력이 필요한 논문 쓰기가 조금 어려웠어요. 그런데 K팝 동아리에 들어 사람들과 대화를 더 많이 하다보니 영어 실력도 차츰 올라갔어요.

 

저는 2학년 때 코로나19로 한국에서 화상수업을 들었어요. 그때 윌리엄 미니코지 MIT 교수님의 미분기하학 수업을 들었는데, 강의 첫날 교수님께 질문을 하나 했어요. 그 모습 때문에 교수님께서 저를 되게 활발한 학생으로 인지했어요. 그다음부터 수업마다 교수님께서 “다인아, 질문이 있니?”라고 물어보시거나 수학적인 질문을 하셨어요. 한국 시간으로 새벽에 수업이 진행돼 졸음을 참기 힘들었는데, 교수님께서 언제 어디서 갑자기 질문하실지 몰라서 항상 정신을 차리고 들었어요. 그때 바보 같은 질문도 많이 했는데 항상 친절하게 답해주셨어요. 나중에는 제가 실력이 느는 게 보이더라고요. 질문을 하려면 제가 매우 능동적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그게 익숙해지니까 나중에는 질문이 4, 5개씩 쌓여서 따로 교수님 연구실로 찾아가기도 했어요. 

 

그러다 2학년 2학기에 미니코지 교수님이 “다인아 내가 재미있는 해석기하학 문제가 하나 떠올랐는데 네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해볼래?”라고 메일을 주셨어요.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한 논문이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학회지에 실리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해석기하에 입문했어요. 그 이후 3학년 1학기에 학교로 돌아가 해석기하 수업과 세미나를 많이 들으면서 기하적인 도구로 위상 문제를 풀어내는 매력에 더 푹 빠졌죠. 

 

전 두 가지 꿈이 있어요. 하나는 해석기하 분야에서 난제를 풀거나 가까이 다가가는 것, 다른 하나는 수학의 매력을 알리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재밌는 수학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거든요. 

 

 

저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영재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으며 수학을 공부했어요. 그땐 제가 지금까지 수학을 공부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죠(웃음). 그냥 수학이 재밌었어요.

 

그런데 대학교에서 수학을 공부하니 힘들 때가 생기더라고요. 내용이 워낙 난해하고 복잡한데다 지금 배우는 것이 수학이라는 전체 학문 속에서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계속 공부하다 보니 문자 뒤에 숨겨진 깊은 뜻을 알게 되고, 수학의 특정 개념이 왜 이렇게 복잡할 수 밖에 없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어요. 지금은 이게 수학자의 삶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긴 했지만,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오랫동안 꾸준히 수학 문제를 풀었던 것이 도움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IMO 문제의 성향이 저와 잘 맞았던 것도 성적에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아요. 항상 국내 대회에서보다 국제 대회에서 성적이 더 좋게 나오더라고요. 제가 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문제를 조금 더 탐구하는 자세를 가지고 생각하는 편인데, IMO 문제들이 대체로 그런 자세를 가지고 접근할 때 더 잘 풀리는 경향이 있어요.

 

대학 수학에서는 경시대회에 나오는 대부분의 수학을 다루지 않아요. 하지만 IMO 준비를 하면서 수학적 사고방식의 기본적인 틀을 잘 다질 수 있었어요. 어떤 형태의 논증을 특정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 떠올리는 직관은 문제를 풀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거든요. 이 직관을 지금도 항상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수학 연구에 있어 어느 정도는 도움되지만, 그 이상으로 수학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수학 공부를 깊이 하는 수밖에 없어요.

 

저는 앞으로 정수론과 대수기하학의 주요 문제와 관련 있는 기하학적 대상인 ‘시무라 다양체’를 잘 이해하는 수학자가 되고 싶어요. 저는 마법 같은 수학 개념 그 이면에 감춰진 비밀을 캐내는 일이 끌리더라고요. 

 

또 어릴 때 IMO 공부를 했던 경험이 제 진로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생소할 수 있는 수학자라는 직업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줬거든요. IMO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지금도 종종 만나게 되는 것을 보면 저와 비슷한 계기로 수학을 공부하게 된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요즘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요. 제가 해야 하는 일이 특별히 정해져 있지는 않아서 어디에 얼마만큼 정신력을 투자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제가 가는 길이 맞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지 않고 열의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에 의의를 두려고 해요.

 

 

IMO는 제게 영광스러운 기억이에요. 동률과 함께 나간 IMO 2012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거든요. 6명이 모두 금메달을 받아 한 명도 빠짐없이 행복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1위를 축하해줄 때, 태극기를 들고 시상대에 올라갔을 때 애국심도 많이 느꼈어요.

 

사실 IMO에 처음 나가게 됐을 때는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어요. 제 점수가 모두에게 공개되는 시험이어서 그 점이 부끄럽고 부담스러웠습니다. 제가 시험에서 무엇을 못했는지 모든 사람이 알게 되고 더 나아가 한국 대표단을 평가하는 재료로 쓰인다는 것이 걱정됐어요. 하지만 IMO를 여러 동료와 준비하면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지고, 문제를 푸는 것 자체에 푹 빠졌어요. ‘수학 문제를 푸는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수학이 싫은 적은 없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항상 수학 문제 푸는 것을 좋아했고 잘했거든요. 다만, 진로를 고민할 때 수학보다 더 재밌고 자극적인 것은 자주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조금 더 해보면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지 않고 결국은 재미없어졌어요. 자연스럽게 원래 공부하던 수학으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아마 IMO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IMO를 준비하며 만난 수많은 선배, 교수님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듣게 돼 수학과 진학에 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거든요. 또한 IMO에서 받은 좋은 성적으로 자신감도 갖고 있었습니다. IMO를 통해 쌓은 실력이 수학 연구에 직접적으로 도움되지 않았지만, IMO가 없었다면 수학과에 진학하지 않았을 거예요. 

 

당시에도 지금도 명확한 꿈은 없습니다. 재밌고 잘하는 것을 좇고 있을 뿐이에요. 현재 3차원 쌍곡기하 공간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가까운 목표는 무사히 박사학위를 받는 것입니다. 그 후에는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넓은 시야를 가진 연구자가 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학창시절 혼자 문제 풀던 습관이 남아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하고 토론하며 문제를 푸는 것이 아직 어색해요. 앞으론 더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또 연구를 조금 게을리한다는 것이 고민이지만 꾸준히 하고 있답니다!

 

IMO를 준비하는 친구들이라면 공부는 앞으로 알아서 잘할 것 같아요. 다만, 수학 외에 여러 경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수학 문제를 풀 때의 느낌과는 다른 다양한 즐거움과 어려움을 느껴보고, 넓은 시각을 가진 여유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많이 만나보는 것도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세상엔 생각보다 다양한 길이 있더라고요! 

2023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이채린 기자
  • 디자인

    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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