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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첫 번째 요리_영양 가득 오일러 공식

고독한 미식(美式)가의 식탁


 
좋은 음식을 먹으면 몸과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맛이 마음을 즐겁게 하고 영양소가 몸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숫자와 기호로 이뤄진 공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공식에는 지식의 맛과 영양이 골고루 담겨 있습니다. 이 세상에 많고 많은 공식 중 우리가 꼭 먹어 봐야 할 공식은 무엇일까요?

고민에 빠진 당신을 위해 고독한 미식가가 나섰습니다. 안 먹어 본 공식이 없는 고독한 미식가가 여러분을 맛과 영양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그럼 첫 번째 주인공부터 만나 볼까요?


고독한 미식가의 식탁에 가장 먼저 올릴 공식을 정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고심 끝에 선택한 첫 번째 음식은 바로 ‘오일러 공식’입니다.
 

1988년 미국의 수학잡지 ‘매스매티컬 인텔리전서’는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독자들에게 유명한 수학공식 24개를 주고 가장 아름다운 공식을 고르라고 한 거죠. 2년에 걸친 투표 끝에 영광의 자리에 오른 건 바로 오일러 공식이었습니다. 20년이 지나 이번엔 물리학잡지 ‘물리학 세계’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식을 뽑아 달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120여명의 독자가 약 50가지의 공식을 보내왔습니다. 치열한 경합 끝에 오일러 공식이 ‘맥스웰의 전자기학 방정식’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습니다.

한 입만 베어 물어도 ‘영양수’가 가득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미네랄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5대 영양소입니다. 이들이 없으면 우리는 건강하게 살 수 없죠. 수학에도 이런 5대 ‘영양수(數)’들이 있습니다. 0, 1, π, i, e 같은 상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이 없으면 수학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나물(비타민, 미네랄)과 고기(단백질, 지방), 그리고 쌀밥(탄수화물)이 어우러진 비빔밥처럼, 오일러 공식에는 이 5대 ‘영양수’★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비빔밥 한 숟가락에 허기진 배가 든든해지듯, 오일러 공식만 제대로 소화하면 수학의 영양가를 머릿속에 쏙쏙 채울 수 있답니다. 0과 1은 보이지 않는다고요? 아직 요리가 끝난 게 아닙니다. θ자리에 π를 넣고 비벼야만 오일러 공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답니다.

원주율 π는 각도로 치면 180°와 같습니다. 삼각함수 공식에 따르면 sin180° 는 0이고, cos180°는 -1입니다. 공식은 다음과 같이 바뀌죠.
 

오일러 공식 안에서 5대 ‘영양수’는 군더더기 없이 간단한 덧셈만으로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연산인 덧셈, 곱셈, 지수★도 이 안에 들어 있죠. 무엇 하나 더하거나 뺄 것 없이 수학 자체를 표현하는 아름다움이 느껴지나요?





드무아부르 공식은 복소수와 삼각함수의 연결고리를 보여 줍니다. 오일러도 여기서 힌트를 얻습니다. 오일러는 과감하게 복소수를 지수함수에 넣어봅니다. 지금이야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행동이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복소수를 지수로 갖는 함수는 없다는게 상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오일러는 과감히 도전했고 성공했습니다. 이 성공에 힘입어 인류는 기하학과 대수학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됐습니다. 도형 문제를 수로 풀고 반대로 숫자 계산을 도형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오일러와 5대 ‘영양수’ 오일러는 π, i, e라는 기호를 만든 수학자입니다. 함수를 뜻하는 f(X)나 합을 뜻하는 기호 Σ(시그마)를 처음 쓴 사람도 오일러입니다.

지수 어떤 수나 문자의 오른쪽 어깨 위에 붙어 거듭제곱을 나타내는 숫자나 문자.

허수i제곱하면 -1이 되는 수.

복소수 실수와 허수의 더해 이뤄진 수. a(실수)+bi(허수) 꼴로 생겼다.
 

오일러 공식이 얼마나 쓸모 있는지는 간단한 계산으로 확인됩니다.


양자역학을 푸는 비법

오일러 공식이 가장 빛나는 분야 중 하나는 양자역학입니다.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오일러 공식을 ‘수학자들이 만들어 낸 인류의 보석’이라 표현하기까지 했죠. 이유는 양자역학을 이루고 있는 파동 방정식에 있습니다. 오일러 공식은 파동방정식을 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입니다.

양자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파동으로 표현됩니다. 만약 우리의 몸이 전자만큼 작다면, 우리의 몸도 울렁거리는 파동으로 그릴 수 있죠. 삼각함수는 파동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양자세계에선 우리의 모습을 삼각함수로 그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중첩은 파동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계속 겹쳐 있다는 뜻이죠. 수학적으로 중첩은 곱셈으로 표현됩니다. 파동은 삼각함수로 중첩은 곱셈으로! 이제 감이 잡히시나요? 바로 지수함수가 필요해진 겁니다! 파동을 곱셈이 편한 지수함수로 나타내면, 구하기가 훨씬 편해지죠.

지수함수는 미분하고 적분하기도 편합니다. 이는 양자역학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됩니다. 양자역학의 기본이 되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볼까요?
 

모두 설명하긴 너무 어려우니 하나만 눈 여겨 보세요. 여기서 ψ(프사이)는 파동방정식을 뜻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양자역학 문제라도 기본은 이 ψ를 구하는 것입니다. 이 파동방정식 앞에 붙어 있는 ∂와 ∇라는 기호는 미분을 뜻합니다. 파동방정식을 구하려면 미분과 적분을 꼭 거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수함수는 미분과 적분을 해도 모양이 유지됩니다. 덕분에 파동함수를 구하기가 간편해지고, 여러 가지 물리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죠. 양자역학에 지수함수가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물리학을 전공한 고독한 미식가는 대학교에서 양자역학이 제일 어려웠답니다. 난해한 개념도 개념이지만 계산이 굉장히 복잡해 실수하기 일쑤였지요. 곱셈도 쉽고 미적분하기도 편한 지수함수를 썼는데도 말이죠! 만약 오일러 공식이 없고, 지수함수를 양자역학에서 쓰지 못했다면 어떨까요? 상상은 독자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맛있게들 드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속담이 가장 잘 맞는 수학 공식이 바로 오일러 공식 아닐까 싶습니다. 겉치레 없이 깔끔한 겉모습에서 양자세계를 설명하는 능력까지. 식탁을 치우면서 괜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공식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더 맛있는 공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2015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이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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