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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수와 수학 기호, 수식들로 가득 차 어쩐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방의 중심에 폴이 고요히 서 있다. 폴리스와 하루, 피타는 폴에게 뭔가를 묻는 표정이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폴 일행은 과연 열 번째 방까지 도달해 테스티의 음모를 격퇴할 수 있을까? 환상 퍼즐여행 그 마지막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션 ❶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청소기의 방


“아이템들을 두고 가라니요? 시간의 열쇠를 찾을 때 필요하다면서요?”
“제게 맡기시면 필요할 때 여러분께 돌려드리겠습니다. 내 말을 듣는 게 좋을 거예요. 그 이유는 일곱 번째 방에 들어가 보면 알 거예요. 쿄쿄쿄쿄.”
“음, 의심스럽지만 공작에게 아이템을….”
피타가 돌을 손에 꼭 쥐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돌을 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폴리스가 말했다.
“각 방을 거치면서 각자 얻은 아이템이잖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어떨까?”
결국 피타의 돌을 제외하고 손거울, 주사위, 성냥, 동전, 나침반이 공작의 손에 넘어갔다. 공작이 사라진 뒤, 폴 일행은 곧바로 일곱 번째 방으로 향했다. 하루가 방문을 열자 세찬 바람이 그들을 방 안쪽으로 빨아들였다.
폴 일행은 순식간에 바람에 휩싸여 거대한 기둥에 부딪히고 말았다. 기둥 표면에는 주먹만 한 구멍들이 송송 뚫려 있었는데 안쪽에서 센 힘으로 폴과 폴리스, 하루, 피타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때 주먹만 한 구멍으로 피타의 돌멩이가 쑥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기둥 안쪽에서 불던 바람이 멈추고 폴 일행은 바닥으로 털썩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기둥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기둥은 청소기라고 불리네. 뭔가 빨아들이면 잠시 잠잠해지지만, 금세 또 주변의 사물들을 탐욕스럽게 빨아들일 거야.”
“누구세요?”
“난 일곱 번째 방의 관리자라네. 귀여운 친구의 물건을 찾고 싶다면 방법을 알려 주지.”
그러자 하루가 친구들을 설득했다.
“이대로 나간다면 일곱 번째 방에서 아이템을 얻을 수 없을 거야.”
일곱 번째 방에 남기로 한 폴 일행은 관리자가 일러준 대로 지하실로 내려갔다. 도착한 곳에는 거대한 엔진과 그 옆에 시커멓게 그늘진 구멍이 보였다.
“어! 저기!”
하루가 가리킨 벽에 피타의 돌이 걸려 있었다. 그때 다시 관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물건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네. 엔진 옆에 비밀번호를 누르는 판이 있을 거야. 판의 빈 칸에 1부터 9까지의 수를 한 번씩만 넣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답을 누르면 돼.”

미션 ❷ 폴의 실종

문제를 풀고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벽에서 피타의 돌이 툭 떨어졌다. 피타가 돌을 줍는 순간, 엔진 쪽에서 불안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엔진은 마치 거대한 괴물이 잠에서 깨어나는 듯한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니, 시커먼 구멍에서 빨아들이는 바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폴이 친구들을 챙기고 마지막으로 방을 나서던 순간!
“앗!”
폴이 눈깜짝할 사이에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잠잠해졌다. 모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폴리스가 정신을 차리고 구멍의 입구를 주먹으로 세차게 두들겼다.
“폴! 우리가 구해 줄게! 내 말 들리니? 폴!”
그때 관리자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소기는 말야, 한 번 삼킨 아이템은 절대 내뱉지 않아. 참! 기둥 안쪽으로 들어온 문은 방금 내가 폐쇄했어. 너희들은 이 방에 갇힌 거야. 흐흐흐.”
일곱 번째 방의 관리자의 얄미운 웃음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폴리스는 혼란에 빠져 시커먼 구멍을 계속해서 두들겼다. 하루가 위로하려고 했지만, 폴리스는 평소의 차분함을 잃고 거칠게 하루를 밀쳤다.
“말리지 마! 이대로 사라진 폴을 그냥 두고 나가기라도 하자는 말이야?”
그때였다.
“이런~, 이런. 무슨 문제라도 생긴 모양이군요.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일곱 번째 방에는 아이템을 들고 들어가지 않는 것이 상책인데…. 폴리스 군은 그만 두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폴 군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거든요. 쿄쿄쿄쿄쿄쿄.”
메비우스 공작이었다. 메비우스 공작의 비아냥에 화가 난 하루가 그에게 따져 물었다.
“우릴 비웃으러 왔나요?”
그러자 메비우스 공작이 그들에게서 가져간 아이템들을 다시 내밀었다.
“아니요. 도와 주러 왔습니다. 쿄쿄쿄. 여러분의 아이템입니다. 이 중 동전 위에 주사위를 올리고 제가 말한 순서대로 수가 위를 향하도록 돌려 보세요. 5, 2, 3, 2, 3, 5, 2, 6!”
공작의 갑작스런 주문에 하루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고요하던 방이 부르르 떨며 반응했다.
“잘했군요. 이 방은 십자가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이제 이 방을 규칙에 따라 다섯 조각으로 절단하세요. 이 중 한 조각은 원래 방 모양과 닮음꼴인 작은 십자가 모양으로 만들고, 나머지 4조각은 서로 짜 맞췄을 때 완전한 정사각형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규칙입니다. 문제를 풀면 여덟 번째 방으로 바로 이동할 것입니다.”

미션 ❸ 예측불허! 테스티와의 놀라운 만남

가장 먼저 정신이 든 것은 폴리스였다. 그들은 놀랍게도 큰 널빤지 한 조각에 몸을 의지한 채 물 위에서 출렁이고 있었다.
“크크크~, 드디어 일어났군!”
폴리스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마어마한 크기의 배가 소리도 없이 위협적으로 다가와 있었다. 게다가 그 배 위에 선 사람은 다름 아닌….
“폴! 네가 어떻게 거기에…!”
눈앞에 선 남자는 폴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평소 알던 폴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했다.
“난 테스티야. 긴 말 필요 없고, 내가 시간의 열쇠가 필요해서 말이야. 신사적으로 이야기 할 때 갖고 있는 아이템들을 다 내 놓으시지!”
폴리스는 무슨 일인지 파헤쳐 보기로 작정했다. 그러자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조건이 있어. 우릴 네 배 위로 올려보내 줘.”
“조건이 생각보다 쉬운데? 타라고. 크크크.”
폴리스와 하루, 피타가 배 위에 올라타자 험상궂은 테스티의 부하들이 그들을 둘러쌌다. 폴리스가 갖고 있던 아이템들을 넘기자 테스티가 말했다.
“지하 감옥에 쳐넣어! 크크.”
“잠깐! 폴은 어디 있지? 어떻게 폴과 이렇게 똑같을 수 있지?”
폴리스의 다급한 질문에 테스티가 대답했다.
“그 녀석은 사라졌어. 크크.”
그들은 곧장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런데 감옥을 지키던 부하들이 사라지자 하루가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냈다.
“엇? 성냥? 숨겨 놨던 거야?”
하루는 대답도 하지 않고 성냥을 켜더니 불빛 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리고는 감옥 철창살 사이로 손을 집어 넣고 자물쇠를 열었다. 하루의 손에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열쇠였다.
“테스티에게 아이템들을 넘겨 주기 전, 몰래 손거울을 봤어. 우리가 감옥에 갇히고 내가 성냥 불빛 속에서 열쇠를 꺼내는 장면을 봤지.”
그들은 테스티가 있는 곳으로 숨어 들어갔다.
“이놈의 문제! 내가 시간의 열쇠를 갖기만 하면 세상에서 수부터 당장 없애 버리고 말 거야!”
테스티는 화면에 여덟 번째 방의 문제를 띄우더니 손거울을 던지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첫 번째 행에 쓰여진 수 abc에 각각 2와 3을 곱해서 두 번째 행과 세 번째 행에 들어가는 수를 만들어라. 이때 빈 칸에는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한 번씩만 사용돼야 한다. 규칙을 어길 시 여덟 번째 방의 아이템은 진정한 힘을 잃을 것…이라고?”

미션 ❹ 암호문을 풀어 비밀을 밝혀라

폴리스와 하루, 피타는 테스티에게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며 머리를 맞대 문제를 푸는 데 성공했다.
“이제 해답을 저 화면에 입력하기만 하면 되는 데…. 테스티가 고민하고 있을 때 살금살금 다가가서 번개처럼 수를 누르면 되지 않을까?”
하루의 말에 폴리스가 의견을 내놓았다.
“화면에 닿기도 전에 들킬 확률이 높아. 차라리 내가 녀석의 눈길을 끄는 동안 몸집이 작은 너희들이 화면 쪽으로 다가가 해답을 누르는 건 어떨까?”
피타와 하루가 몸을 숙이고 화면 쪽으로 기어갔다. 한편, 폴리스는 성큼성큼 테스티 쪽으로 다가갔다. 발소리를 들은 테스티가 짜증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휙 돌리다가 놀란 눈으로 폴리스를 쳐다보며 빨간 버튼을 눌렀다.
“어떻게 감옥을 탈출 한 거지? 그러고 보니 왜 혼자지? 다른 녀석들은 다 어디 있는 거야?!”
테스티가 화들짝 놀라 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해답을 누르고 있는 하루와 피타를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나 피타 쪽으로 달려갔다. 그때 폴리스가 온 힘을 다해 테스티를 밀치고는 피타와 하루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피타가 해답을 누르자, 하루가 갖고 있던 열쇠에서 환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피타와 하루가 달려오는 폴리스를 향해 손을 내밀고 두 손이 맞닿는 순간, 그들의 몸이 배 안에서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안 돼!”
테스티의 분노에 찬 비명이 멀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작지만 단아한 분위기의 전통 가옥 안 조용한 방에서 메비우스 공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홉 번째 방에 온 것을 축하합니다.”
메비우스 공작은 특유의 방정맞은 웃음도 짓지 않고 차분하게 그들을 반겼다. 어쩐지 어색해진 폴리스가 공작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폴은요? 그리고 테스티는 어떻게 됐죠?”
“먼저, 여러분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관문은 암호문을 푸는 것입니다.”
말을 마친 메비우스 공작은 웬 두루마리를 펼쳤다. 거기에는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이게 암호라고요?”
하루의 질문에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것은 크립토그램★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암호를 풀면 아마 여러분이 궁금한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크립토그램? 엇? 이거 수학의 왕자으로 일컬어지는 수학자 가우스의 명언 같은데?”

크립토그램★ 암호화 된 문장을 해독하는 퍼즐로, 각 숫자는 하나의 알파벳에 대응한다.

폴의 선택은?

그들이 아홉 번째 방의 미션을 해결하자, 메비우스 공작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러분이 찾은 그 문장이 바로 아홉 번째 방의 아이템입니다. 따라오시죠.”
공작은 그들을 창문가로 이끌었다. 창문 밖에는 부서져 내리고 있는 세계가 보였다.
“이제 모든 것은 폴에게 달려 있습니다.”
영문 모를 공작의 말에 폴리스가 되물었다.
“폴에게 달려 있다니요? 우린 테스티를 막기 위해 열 번째 방으로 가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열 번째 방에는 이미 폴이 도착해 있습니다. 테스티와 함께 있지요.”
공작은 작은 한숨을 내쉰 뒤 다시 말했다.
“어쩌면 여러분의 존재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바로 옆방입니다. 가 보세요.”
열 번째 방은 이상한 공간이었다. 분명 물리적으로는 작은데, 무한히 펼쳐져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게다가 숫자와 각종 기호, 수식들이 가득 차 요동치며 거대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 그 무한의 공간 중심에 폴이 서 있었다. 어쩌면 테스티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는 숫자들이 요동치는 공간에 고요히 서 있었다.
“폴! 폴, 너니?”
폴리스가 그를 부르자 폴이 돌아봤다.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이야기 했다.
“일곱 번째 방의 열쇠는 바로 나였어. 다 내 맘대로 하래. 당연히 세상의 붕괴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테스티의 말을 들어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 테스티는 바로 나였어. 수학을 싫어하고 수학이 없는 세상을 꿈꾸던 시절의 나. 하지만 환상 나라에서 모험을 겪으며 내 안에 수학을 즐거워하는 마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 너희들 생각은 어때? 정말 수학이 필요한 거니?”
폴리스와 하루, 피타는 어떤 답변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폴의 선택을 믿고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폴이 결심을 내린 듯, 가운데 떠 있던 무한대 기호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기호에 손이 닿는 순간, 요동치던 수들이 모두 폴에게로 수렴하며 방이 수축했다. 그리고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
몇 년 뒤, 폴리스는 한 대학에서 폴을 만났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그때 무슨 생각으로 결정을 내린 거야?”
“규칙을 부수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잖아? 난 다시 한번 세상으로 돌아가 숨겨진 규칙을 발견하고 기쁨을 누리는 길을 선택했어. 노력했는데도 규칙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선택의 기회가 올지도 모르지. 무거운 얘기는 그만하고, 폴리스! 오랜만에 시공간 타임머신 한번 안 태워 줄 거야?”
“좋지. 가자고!”
 

2013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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