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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관한 발칙한 상상을 하나 해보자. 지구가 둥글지 않고 다른 모양이라면 어떨까? 만약 가운데가 뻥 뚫린 도넛 모양이라면? 웬 쓸데없는 소리냐 싶겠지만,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한 미래학자가 있다.
앤더스 샌드버그는 만약 지구가 도넛 모양이라면 어떨지 추측하는 연구를 했다. 그는 도넛 모양의 지구가 실제 지구와 전체적인 크기가 거의 비슷하고 자전축이정도 기울어져 있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도넛처럼 구멍이 작을 때(도넛 지구)와 훌라후프처럼 구멍이 클 때(훌라후프 지구)로 나눠 중력이나 계절, 지형 등을 추측해봤다.
물론 도넛처럼 생긴 천체는 실제로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하지만 혹시라도 존재한다면 실제 지구와는 전혀 다를 것이다. 만약 지구가 구나 도넛이 아닌 또 다른 모양이라면 어떤 환경이 펼쳐질까?
➲ 반지름 도넛 지구는 구멍의 반지름이 1,305km, 튜브의 반지름이 9,328km다. 훌라후프 지구는 구멍의 반지름이 1만 1,304km, 튜브의 반지름이 8,633km다. 구멍이 뚫린 만큼 중심에서 바깥까지의 반지름이 실제 지구(약 6,400km)보다 훨씬 크다.
➲ 표면적 S=4πr2로 구할 수 있는 실제 지구의 표면적은 약 5억 1000만 km2이다. 도넛의 표면적은 도넛의 중심에서 튜브 중심까지의 거리를 R, 튜브의 반지름을 r이라고 할 때 S=4π2Rr로 구할 수 있다. 실제 지구보다 도넛 지구는 실제 지구의 1.6배인 약 8억 2,000만km2, 훌라후프 지구는 4.9배인 25억km2이다. 구멍이 큰 만큼 표면적이 커진다.
➲ 바깥 적도의 다도해 바깥 적도에서는 판들이 펴지다 못해 쪼개진 것이 많다. 그래서 이 지역은 다도해를 이룬다.
➲ 사계절 지구가 납작하므로 여름에는 도넛의 한쪽 면 전체가 햇빛을 다 받는다. 그래서 한쪽 면은 거의 다 낮이 훨씬 긴 백야 현상이 나타난다. 겨울에는 이와 반대로 한쪽 면이 어두컴컴해야 하지만, 도넛 구멍으로 빛이 새어 들어온다. 특히 훌라후프 지구는 구멍이 커서 안쪽 적도 지방에서는 겨울이 오히려 봄과 가을보다 일조시간이 길다.
➲ 달 지구의 어느 방향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다르다. 단순히 지구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게 아니라, 구멍 안을 관통하는 신기한 궤도를 가질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지구가 도넛 모양이라면 달도 도넛 모양일 확률이 높다.
➲ 중력가속도 실제 지구는 지표면 어디서나 거의 같지만, 도넛 지구에서는 극에서 가장 크고, 안팎의 적도에서 가장 작다.
➲ 자전 속도 무척 빨라서 강력한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 대륙 판의 운동은 극에서와 적도에서의 속도가 다르다. 판은 안쪽 적도로 향할수록 구멍으로 들어가면서 접히고, 바깥 적도로 향할수록 펴지다 못해 찢어진다.
➲ 탈출 속도(우주로 가는 로켓이 중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속도) 바깥 적도에서 구멍과 수직 방향으로 탈출하는 로켓의 속도는 초속 11.4km, 구멍과 수평 방향으로 탈출하는 로켓의 속도는 초속 4.9km다. 훌라후프 지구는 구멍이 훨씬 크기 때문에 안쪽 적도의 중력가속도가 이보다 크다.
➲ 대기 태양열에 의해 더워진 곳에서 서늘한 곳으로 열이 전달되면서 엄청난 바람이 분다. 구멍 사이로도 바람이 지나가면서 실제 지구보다 대기가 원활하게 순환한다.
➲ 화산 도넛 지구는 가운데 커다란 구멍으로 열에너지가 잘 빠져나가므로, 실제 지구보다 화산과 지진 같은 지각변동이 적게 일어난다.
➲ 위아래 면의 산맥 조산운동은 중력가속도와도 관련이 있다. 구멍이 큰 훌라후프 지구는 실제 지구와 큰 차이가 없지만, 도넛 지구는 극지방에서 산맥이 실제 지구보다 1.5배, 안쪽 적도에서는 3배나 높이 솟아난다. 도넛 지구의 극지방은 히말라야보다도 훨씬 험준한 산맥이 장관을 이룬다.
➲ 생태계 실제 지구처럼 울창한 숲과 함께 다양한 동식물이 산다. 극지방은 계절에 따라 일조량이 크게 차이가 나므로 이에 적응한 동식물이 산다.
➲ 안쪽 적도의 주름 구멍으로 들어가는 판은 접히면서 훌라후프 지구에서는 원래의 약 43%로, 도넛 지구에서는 원래의 약 12%로 쭈그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