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유: 킁킁. 음~.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네요. 땀을 많이 흘려서 입맛이 없을 만도 한데 밑반찬을 보자마자 젓가락을 집어 드는 우리의 박사님들. 가만, 아까 맥너겟을 10상자나 드셨잖아요!
MC 유: 다들 벌써 배가 꺼진 건가요. 맥너겟을 먹은지 30분도 안 된 것 같은데요!
잡학 박사: 쩝쩝. 그게 아닙니다. 맥너겟을 먹고 나서 속이 느글느글했는데, 김치를 보니 반가워서요. 느끼함을 없애는 데 역시 한국 전통 음식 김치가 최고죠.
MC 유: 김치 하니까 이런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해외 유명 인사들이 한국에 오면 기자들이 매번 김치를 아냐고 물어봐서 인사들이 당황해 한다는 이야기요.
미식 박사: 아이쿠, 차라리 수학자한테 물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MC 유: 수학자에게 물어보라니요?
미식 박사: 김치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수학자가 있지요. 알렉산더 그로텐디크라는 수학자예요. 외국의 수학자와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김치라니,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죠? 사연은 이래요. 그로텐디크가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 교수로 재직할 당시 제자였던 윤석임 전 덕성여자대학교 교수가 김치 담그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해요. 김치가 워낙 인상적이었는지 1983년에는 김치에 대한 에세이를 쓰기도 했죠.
잡학 박사: 저도 읽어본 적이 있어요. 프랑스어로 적힌 10장 분량의 에세이였는데,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부터 만드는 과정, 장점 등에 대해 적혀있어요. 기억에 남는 구절 중 하나가 고춧가루 없이 만드는 백김치를 ‘매운 맛이 없는 하얀 김치’라고 표현한 부분이에요. 백김치까지 알고 있는 걸 보니 윤석임 교수가 엄청 자세히 알려준 것 같더라고요.
MC 유: 김치를 담근 외국 수학자라니 뜻밖이네요! 과학 박사님, 그로텐디크는 어떤 수학자 였나요?
과학 박사: 정말 독특한 수학자예요. 전쟁 중인 지역에서 세미나를 열고 크라포드 상★을 거부하는가 하면, 몽펠리에대를 떠난 뒤에는 프랑스 남부의 농촌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은둔해버려서 가족들조차 생사를 몰랐다고 하니까요. 시골에서 혼자 김치를 담그는 그로텐디크를 떠올리니 왠지 가슴이 찡하네요!
크라포드 상★ 스웨덴의 기업가 홀거 크라포드가 제정한 상으로 매년 수학, 지구과학, 생명과학, 천문학 분야에 수여한다.
수학자, 이런 모습 처음이야!
문학 박사: 문득 2014서울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 후보로 거론됐던 소피 모렐이라는 수학자가 기억나요. 취미가 춤과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라며 당시에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었죠. 외국 수학자들이 의외로 한국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이것도 한류 덕분인가?
과학 박사: 보통 수학자는 취미로 산책을 하면서 사색을 한다거나 수학 퍼즐을 풀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수학자도 있지만 독특한 취미를 가진 수학자도 많답니다.
그로텐티크와 같은 해에 필즈상을 받은 스티븐 스메일은 광물을 모으는 게 취미여서 수집한 광물에 관한 책도 냈어요. 또 의외의 취미를 가진 수학자로는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암호를 풀었던 앨런 튜링이 있죠. 얌전해 보이지만 마라톤이 취미였는데, 당시 세계기록이랑 10분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날 정도로 실력이 좋았다고 해요.
문학 박사: 가끔은 취미로 연구하는 것 같은 수학자도 있어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남긴 피에르 드페르마는 변호사였는데 취미로 수학을 하면서 많은 업적을 남겼잖아요. 얼마 전에는 미국 미식축구팀에서 3년 동안 선수로 활동한 존 어쉘이 은퇴를 선언했는데, 그 이유가 수학 박사학위 과정을 마치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알고 보니 어쉘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수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거죠. 아마 덩치가 가장 좋은 수학자가 되지 않을까요?
잡학 박사: 최근 프랑스 국회의원이 된 수학자 세드릭 빌라니도 화제예요. 정치를 하는 수학자라니 낯설긴 하지만 선거 규칙 알고리즘, 사이버 보안 등의 분야에서 활약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빌라니는 취미로 만화 읽기를 좋아한다고 해요. 만약 세드릭 빌라니를 만나면 사인을 부탁해 보세요. 사인 옆에 귀여운 강아지를 그려줄 거예요!
수학을 알아야 즐겁다!
문학 박사: 빌라니가 ‘심슨 가족’을 봤으면 굉장히 좋아했겠네요.
MC 유: 심슨 가족은 굉장히 유명한 미국 TV 만화죠! 빌라니가 좋아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문학 박사: 심슨 가족은 1989년부터 지금까지 방영하고 있는 코미디 만화예요. 단순히 웃고 즐길 수 있는 내용뿐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를 유쾌하게 풍자하는 내용이 많아서 인기가 많아요. 그밖에 자주 나오는 내용은 바로 수학이 아닐까 해요. ‘호머의 마지막 정리’ 같은 에피소드 제목이나 곳곳에 적힌 수식을 보면 수학을 공부한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유머를 해요. 가끔 이해를 못해서 웃지 못하는데 빌라니라면 금세 알아들을 거예요.
과학 박사: 심슨 가족에 수학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아마 작가들이 수학을 전공했기 때문일 거예요. 작가 중 한 명인 스튜어트 번스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수학 학사, 버클리대학교에서 석사를 받았다고 해요. 다른 작가인 앨 진도 하버드대학교에서 수학 학사를, 켄 킬러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응용수학 학사와 석사를 받았죠. 수학과 출신 작가가 드문 편인데, 이만큼 학력 좋은 작가는 더 드물 거예요. 그러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SF소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작가 아서 클라크도 수학을 전공했어요. 수학을 전공한 작가들이 재미있는 스토리를 쓰는 걸 보면 수학에는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수학자 다비드 힐베르트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수학과 문학의 콜라보
문학 박사: 수학자나 수학을 소재로 한 소설도 굉장히 인기를 끌었어요. 가장 잘 알려진 책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다빈치 코드’일 거예요. 암호가 많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인데,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종교에 관한 지식이 암호와 어우러져 소설, 영화 모두 흥행에 성공했어요.
이정명 작가의 ‘뿌리깊은 나무’나 ‘천국의 소년’, 이선영 작가의 ‘천년의 침묵’ 같은 국내소설에도 마방진이나 피타고라스 등이 나오니 수학을 좋아하는 독자가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이죠.
잡학 박사: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은 실제로도 퍼즐을 아주 좋아한다고 해요. 한 인터뷰를 보면 브라운은 수학 교사인 아버지가 낸 퍼즐을 다 풀어야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해요. 저라면 되게 싫었을 것 같은데 브라운은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긴 것 같네요.
미식 박사: 수학을 소재로 한 영화도 제법 인기가 있었죠. 최근에는 ‘히든 피겨스’, ‘무한대를 본 남자’, ‘이미테이션 게임’처럼 수학자의 생애를 그린 영화를 많이 만들지만 예전에는 ‘π’나 ‘컨택트’ 같이 수학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도 있었어요.
과학 박사: 컨택트는 소수를 이용해 외계인과 교신하는 내용이에요. 언어나 문화는 달라도 수는 알 거라고 생각했고 그 중에서도 분해되지 않는 수인 소수는 특별하니까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영화 ‘π’는 제목에 속아 넘어간 사람이 많을 거예요. 원주율이 아니라 주식 시장의 패턴을 알아내려는 수학천재에 대한 영화랍니다.
MC 유: 저는 서점에서 제목이 ‘π’인 책을 봤어요. 글씨는 없고 온통 숫자로 뒤덮여 있는데, 원주율을 소수점 아래 100만 자리까지 써놓은 책이었어요. 더 독특한 점은 책의 가격이 일본 돈으로 314엔이었다는 거예요.
문학 박사: 소설의 소재가 다양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에요. 수학자나 수학적인 내용을 담은 소설이나 만화, 영화 등이 계속해서 나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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