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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역설은 희망을 노래한다

김병한 연세대학교 수학과 교수 인터뷰

안녕하세요, 수학동아 독자 여러분! 여러분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겨우 이해한 역설을 뛰어난 인공지능이 쉽게 이해하고 설명해낼 날이 올까봐 걱정이라고요? 걱정 마세요. 역설이 아무리 어려워도 좌절할 필요는 없답니다.


Q 언제부터 역설이 연구되기 시작했나요?
논리적으로 모순이 생기는 역설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건 19세기 독일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부터예요. 칸토어는 원래 푸리에 급수를 연구했어요. 여러 가지 함수를 다항식의 합인 푸리에 급수로 근사할 수 있음을 연구하던 칸토어는 ‘어떤 점에서는 함수를 푸리에 급수로 근사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연속 함수는 모든 점에서 미분할 수 있다는 기존의 추측과 달리 연속이지만 어느 점에서도 미분할 수 없는 함수도 발견됐어요. 이런 문제가 칸토어로 하여금 수학의 기초를 정립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소박한 집합론’이고, 이발사의 역설 같은 자기 모순적인 역설에서 모순을 없애는 방법도 이 집합론 덕분에 가능했어요.

Q 수학자는 아직도 역설 문제에 관심이 많나요?
수학자는 역설을 새로 발견하는 것보다 기존의 역설을 없애고 싶어해요. 현대 수학은 1871년에 태어난 체르멜로와 1891년에 태어난 이스라엘 수학자 아브라함 프렝켈이 만든 공리 체계를 바탕으로 이뤄졌어요.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에 따라 지금의 수학으로는 참거짓을 판단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현대 수학자 대부분은 ‘이 문제의 참거짓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연구를 멈추지요. 그래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설명하려면 기존 공리 체계를 보강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하지만 어떤 공리를 어떤 근거로 추가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답니다.


Q 학자들이 논리적으로 완벽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학의 근간을 이루는 논리 체계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 세계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물리학이 실제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연구하는 것처럼요.

이건 좀 더 철학적인 이야기인데, 괴델은 현대 수학이 불완전해서 모든 문제의 참거짓을 결정할 수는 없어도, 우리가 발견한 특정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그 문제만을 위한 새로운 논리를 추가한다는 전제 하에서요. 조금 어렵지요?


‘페르마의 밀실’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전해진 이 스페인 영화에는 골드바흐의 추측을 완벽히 증명했다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한다.
 
Q 정말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나요?
골드바흐의 추측이나 연속체 가설처럼 당장 해결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문제에 계속 도전하는 건 인간뿐이에요. 우리 인간이 해결 가능한 문제인지, 불가능한 문제인지 알게 된다면 인공지능에게 가르쳐줄 수는 있겠지요. 물론 계산 속도는 인공지능이 훨씬 빠르겠지만요. 불완전성의 정리가 있기 때문에 인간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답니다. 특히 수학 문제에 관해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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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호 수학동아 정보

  • 고은영 기자
  • 도움

    김병한 교수
  • 도움

    유신 교수
  • 일러스트

    ​비올라, 김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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