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재미] 마왕의 탑 9화 불어나는 토끼

수학 소설





‘앵무조개 사이에 있는 글자는 로그를 이용한 수식이고, log520은 로그 계산법에 따라 20log5이군. 20과 log5를 곱하면 20×0.699니까…, 답은 13.98이야.’

단은 촉수 사이에 있는 문제 옆에 13.98을 새겨 넣었다. 앵무조개 안을 메우고 있던 벽들
이 아래로 가라앉으며 공간이 뻥 뚫렸다.

“이제 빠져나갈 수 있겠어요!”

네이피어는 기뻐 소리치는 단을 쳐다보더니 폴짝폴짝 뛰면서 앵무조개 밖으로 달려나갔
다. 뒤이어 단도 네이피어를 따라나섰다. 그때였다. 입구에 있던 촉수들이 뻗어 나오더니 단을 꽁꽁 묶었다. 촉수에 묶인 단은 꼼짝하지 못했다. 그리고 앵무조개 촉수는 단을 한순
간에 집어 삼켜버렸다.

토끼를 뱉어내는 수학자

“으악!”

얼마 뒤, 앵무조개 촉수가 단을 푸른 잔디밭이 넓게 펼쳐진 초원 위로 뱉어냈다. 초원에는
나선 곡선을 따라 토끼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마치 3차원의 앵무조개를 2차원으로 납작하
게 눌러버린 듯 보이는 나선이었다.

“웩.”

그때 누군가 구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고 단은 경악했다. 중세 시대의 옷을 입고, 머리에는 두건을 두른 남자가 입에서 작은 토끼를 뱉어내고 있었다. 구역질 나는 광경에 단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더니 급기야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저는 이탈리아의 수학자…, 웩…, 레오나르도 피보나치…, 웩….”

피보나치는 토끼를 쉬지 않고 뱉어내며 본인을 소개했다.

“마왕의 저주를…, 웩…, 이런 역겨운…, 웩….”

“그, 그만 말씀하셔도 돼요! 음…, 그 대신 제 얘기를 해드릴게요. 음…, 저는 단이에요. 사람을 찾기 위해 호수 위를 헤매던 중에 파도소리를 따라 앵무조개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 그 속에 수학자가 갇혀 있었는데…, 음…, 네이피어! 네이피어 아저씨였지요. 문제를 풀어 네이피어 아저씨를 구해냈고, 저는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단이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동안에도 피보나치는 토끼 대여섯 마리를 더 뱉어냈다. 이제 더이상 피보나치의 입에서 토끼는 나오지 않았다.

“앗, 구토가 멈췄어요! 다행이에요!”

“수학자인 내가 이런 끔찍한 일을 겪어야 한다니….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끔찍한 일이 다시 시작될 거예요.”

“또…, 토끼를 뱉어낼 거라고요?”

단이 또다시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피보나치가 말했다.

“저는 입에서 토끼를 뱉어내는 저주에 걸렸어요. 일정한 간격으로 이 역겨운 일이 반복되는데, 뱉어내는 토끼가 점점 더 많아지죠. 규칙에 따라서요.”

“어떤 규칙이요?”

“지금 여기에 있는 토끼들이 어떤 규칙으로 무리 지어 있는지 보이지 않나요?”

“음…, 잘 모르겠어요.”
 


토끼가 규칙적으로 새끼를 낳으면?

“앵무조개에서 탈출해 왔다면서 모르다니…, 나선의 가장 안쪽부터 토끼가 몇 마리씩 무리 지어 있는지 세어봐요.”

피보나치의 말에 단은 토끼를 세기 시작했다. 나선의 가장 안쪽에는 토끼 한 쌍이 있었고, 그다음에도 한 쌍이 앉아 있었다. 곡선을 따라 다음에 앉아 있는 토끼는 2쌍이었다. 그리고 3쌍, 5쌍, 8쌍, 13쌍씩 차례로 무리를 지어 있었다. 방금 막 뱉어낸 토끼들은 21쌍이나 됐다.

“안쪽부터 1, 1, 2, 3, 5, 8, 13, 그리고 방금 아저씨 입에서 나온 토끼들은 21쌍이에요. 어떤 규칙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 것도 아니고…, 앗! 앞에 있는 두 수의 합이 그다음 수를 결정하는군요!”

“제 이름을 따서 만든 ‘피보나치 수열’이에요.”

피보나치는 한 쌍의 토끼가 계속 새끼를 낳으면 몇 마리까지 불어날지 연구하다 이 수열을 발견했다. 토끼가 결코 죽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피보나치가 정의한 토끼 세계의 번식 규칙은 간단했다. 첫 달에는 새로 태어난 토끼 한 쌍만 있고, 태어난 지 두 달이 지난 토끼는 번식할 수 있다. 번식할 수 있는 토끼 한 쌍은 매달 새끼 한 쌍을 낳는다. 어떤 달에 토끼의 총 마릿수는 바로 전달의 토끼 수와 그 전달의 토끼 수를 합치면 된다.

“첫 달에는 새로 태어난 토끼 한 쌍이 있고, 두 번째 달에도 그 토끼 한 쌍이 그대로 있겠지요. 세 번째 달부터는 이 한 쌍의 토끼가 새끼를 낳아 토끼가 2쌍이 있고, 네 번째 달에는 3쌍, 같은 규칙으로 다섯 번째 달에는 5쌍이 되지요.”

“바로 전달에 태어난 토끼는 새끼를 낳을 수 없지만, 그 전달에 태어난 토끼들은 새끼를 낳을 수 있어 이런 규칙이 성립하게 되는 거군요!”

“맞아요. 더 놀라운 사실을 말해드리죠.”

“수열에서 이웃한 두 항의 비율은 숫자가 커질수록 점점 1.618이라는 숫자에 가까워져요. 황금비율이라고 불리는 숫자가 되는 거지요. 앵무조개의 나선 모양도 황금…, 웩…, 또 시작이 돼…, 웩….”

“그, 그만 말씀하셔도 돼요! 음, 열 달 뒤에 이곳에 총 몇 마리의 토끼가 있는지 구하란 말이지? 피보나치 수열에 따르면…, 아하. 알겠다!”

2016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일러스트

    달상

🎓️ 진로 추천

  • 수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문화콘텐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