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수학으로 밝혀낸 걸음걸이의 비밀


 
인류는 언제부터 두 발로 걸었을까? 학계에서는 약 500만 년 전 인류가 원래 살고 있던 숲에서 나와 멀리 이동하면서부터라고 추측한다. 험한 지형을 기어오르고 먼 곳까지 바라보기 위해서 일어나게 됐다는 주장이다. 학자들은 동물과 사람이 네 발 또는 두 발로 걷는 방식을 수학모형으로 만들어 연구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생체모방 로봇을 만들고 있다.

다리가 서로 꼬이지 않는 이유는 ‘리듬’


우리가 걷거나 달리고 움직일 수 있는 건 뇌가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약 100조 개나 되는 신경세포가 온몸에 전선이 퍼져 있는 것처럼 이어져 있다. 신경세포는 전기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뇌가 내린 명령을 운동기관까지 전달한다.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수학 모형으로 만들어 동물이 걷는 원리를 연구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물리학자인 앨런 호지킨과 앤드루 헉슬리는 신경세포 하나가 전기신호를 받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해 ‘호지킨-헉슬리 방정식’을 만들었다. 그 결과 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흥분하면서 그래프가 뿔 모양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아 냈다. 전압이 원래보다 급격히 높아졌다가 뚝 떨어진 뒤, 다시 원래 값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전압뿔은 신경돌기를 따라 연쇄적으로 나타나며, 1초당 18.8m로 이동했다.

미국 베네스다국립보건원 리처드 피츠휴 박사팀은 이 방정식을 응용해 신경세포망★ 전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했다. 신경세포 여러 개가 연쇄적으로 흥분하면서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현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피츠휴-나그모 방정식’을 만들었는데, 그 후 학자들은 이 모형을 이용해 동물의 움직임, 특히 걸음걸이에 대해 밝혀낼 수 있었다.
 

신경세포망★ 약 100조 개나 되는 신경세포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것. 신경세포들은 서로 전기신호를 주고받으며 몸을 움직이거나 감각을 느낀다.

다리 수가 같아도 걸음걸이 달라져

마침내 미국 보스턴대 의학연구소 짐 콜린스 박사팀은 척추의 신경세포망이 전기신호를 회로로 내보내 다리가 움직이는 리듬과 패턴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 과정을 단순화한 수학 모형을 만들었다.

네발동물은 좌우 네 개 씩, 총 여덟 개의 회로가 있다. 다리 하나마다 한 쌍의 회로가 붙어 있는데, 각각 근육을 수축하거나 확장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회로끼리는 서로 연결돼 있어, 네 다리가 서로 꼬이거나 헛딛지 않고 일정한 박자에 맞춰 걷도록 명령을 내린다. 어떤 순서로 발을 내딛게 하느냐에 따라 이론상 걸음걸이 패턴이 수십~수백 개씩 나올 수 있다.

연구팀은 다리가 똑같이 네 개더라도 동물에 따라 걸음걸이 패턴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말의 걷는 모습을 관찰했다. 일정한 시간차에 따라 왼쪽 뒷발, 왼쪽 앞발, 오른쪽 뒷발, 오른쪽 앞발을 딛는 순서를 반복해 걸었다. 걸음걸이 주기를 1로 봤을 때, 발을 디딘 뒤 그 다음 발을 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분의 1이다. 즉 일정한 박자에 따라 일정한 순서대로 걷는 셈이다.

이 수학 모형으로 곤충이나 지네, 사람의 걸음걸이도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다른 점은 다리 개수다. 예를 들어 곤충은 다리가 여섯 개이기 때문에 척추 신경세포망에 회로가 총 12개 있다. 다리가 여러 개더라도 네발동물과 똑같이 회로가 일정한 시간차로 명령을 내린다. 그래서 다리가 아무리 많더라도 서로 꼬이지 않고 박자에 맞춰 걸어갈 수 있다.

두 발로 걷는 사람의 비결은 ‘장대높이뛰기’

신경세포망은 왜 다리가 일정한 패턴에 맞게 번갈아 움직이도록 명령을 내릴까? 발이 번갈아서 땅을 디뎌야 반작용으로 몸을 앞으로 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동물의 걸음걸이를 일정하게 왔다 갔다를 반복하는 진자운동에 비유한다. 몸집에 따라 걷는 속도가 다른 이유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물리학자인 재클린 페리 박사는 사람이 걸을 때 다리를 움직이는 과정을 관찰했다. 두 발이 번갈아 움직여 한 걸음을 걷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0.6초. 말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일정한 패턴을 수없이 반복해 움직인다.

하지만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두 발로 걷기 때문에 특별한 점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은 한 발을 땅에서 떨어뜨릴 때 뒤꿈치를 먼저 들고, 땅을 디딜 때도 뒤꿈치로 먼저 밟는다. 걸어가는 동안에는 왼발이든 오른발이든 앞에 있는 발은 전체가 닿아 있지만 뒤에 있는 발은 뒤꿈치가 들린다. 그러면 뒤꿈치를 축으로 삼아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힘’(몸무게)으로부터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장대높이뛰기 선수가 장대를 축으로 삼아 빠르게 달려오던 힘을 수직 힘으로 바꿔 높이 뛰어오르는 원리와 비슷하다.

또한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한 발만 땅에 닿아 있을 경우, 그쪽 다리를 굽히면서 걷는다. 뒤에 있던 발을 앞으로 옮기는 동안 한쪽 발로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무릎을 살짝 구부린다.
 


종종걸음으로 걷는 이유는 짧은 다리

동물이 걷는 원리는 물리진자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자는 실 끝에 추가 매달려 왕복운동하는 기구다. 물리진자는 추 대신 긴 자가 매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계추처럼 축을 중심으로 회전할 수 있어서, 물리진자 운동에서는 관성모멘트(회전하는 물체가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에너지)를 반드시 고려한다.

땅에 닿아 있던 발이 떨어지고 몸을 옮기면서 다른 쪽 발이 닿을 때까지가 걸음걸이의 한 주기다. 다리 길이와 발끝에서 무게중심(다리 중간지점)까지의 길이, 관성모멘트를 고려해 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걸음걸이 주기는 다리 길이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즉, 다리가 짧은 뱁새는 다리가 긴 황새보다 걸음걸이 주기가 짧아서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걷는 것이다.

물리진자의 주기 T=2$π\sqrt{\frac{2L}{3g}}$          L : 다리 길이 g : 중력가속도(약 9.8㎨)

진짜 동물처럼 걷는 로봇


동물의 다리는 주변 환경에 맞게 가장 효율적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동물의 걸음걸이를 물리·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똑같이 흉내 내는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 자갈밭처럼 험한 길도 갈 수 있고, 다리가 하나 망가지더라도 실제 생물처럼 자세를 바꿔 걷기도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어떤 동물의 걸음걸이를 흉내 낸 로봇이 탄생할 수 있을까?

맨티스
다리 여섯 개 달린 곤충로봇


영국 로봇제작업체인 마이크로매직시스템은 곤충의 신경세포망회로를 흉내 내 다리 여섯 개 달린 로봇 ‘맨티스’를 개발했다. 맨티스는 높이가 약 2.8m, 무게가 약 1.9t으로 사람이 타고 다닐 수 있다. 터보디젤엔진을 달아 시속 약 1.6km으로 약 5km를 걸어갈 수 있다. 곤충을 모방한 이유는 다리가 여섯 개라 네발동물에 비해 비탈길이나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또 실제 곤충처럼 다리를 구부리거나 옆으로 걸을 수도 있다.

치타 로봇
실제 동물처럼 걷거나 빠르게 달리는 로봇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대) 생체모방로봇연구실 김상배 교수 연구팀은 치타가 걷거나 뛰는 모습을 흉내 낸 ‘치타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실제 치타처럼 왼쪽 앞발과 뒤쪽 오른발, 왼쪽 오른발과 뒤쪽 왼발이 짝을 이뤄 번갈아 땅을 딛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걷는다. 시속 약 1km부터 약 20km까지는 점점 빠르게 걷다가, 시속 약 22km부터는 앞발과 뒷발로 폴짝폴짝 달릴 수도 있다. 레이저로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가 달려 있어서 장애물을 만나면 최적의 거리를 계산해 속도를 줄이거나 높이면서 장애물을 뛰어 넘기도 한다.

스타피쉬
다리 망가져도 잘 걷는 로봇


미국 코넬대 기계항공공학과 호드 립슨 교수와 버몬트대 컴퓨터과학과 조시 본가드 교수 공동연구팀은 바닥에 불가사리처럼 납작하게 누워 있다가 다리를 세우면서 일어나 걸어 다니는 ‘스타피쉬’ 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은 관절마다 센서가 붙어 있어서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다. 즉, 다리 하나가 부서지더라도 남아 있는 다리로 걸어갈 수 있도록 스스로 효율적인 자세로 바꾼다.

바이오닉캥거루
두 발로 콩콩 뛰는 로봇


독일 생체모방로봇제조업체인 페스토는 실제 캥거루를 모방한 로봇 ‘바이오닉캥거루’를 만들었다. 캥거루는 뛰어올랐다가 땅에 착지할 때 아킬레스건에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다시 이 힘으로 뛰어오른다. 바이오닉캥거루는 탄성이 강한 고무와 용수철, 그리고 공기를 압축시켰다가 팽창시키는 힘으로 다리를 구부렸다가 펴면서 점프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5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zzunga@donga.com) 기자
  • 이응석
  • 도움

    Matthew Denton 사장
  • 도움

    김상배 교수
  • 도움

    Josh Bongard 교수
  • 도움

    Simone Schmid
  • 기타

    이언 스튜어트 ‘생명의 수학’ 외

🎓️ 진로 추천

  • 기계공학
  • 컴퓨터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