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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수학으로 정면 돌파!

수학아카데미


설마 취미가 수학 공부인 사람이 있을까? 수학을 좋아해 수학과에 갔던 기자도 간혹 잡지 마감 때 지루한 시간을 달래려고 수학문제집을 풀긴 하지만 이미 아는 문제를 푸는 것이니 공부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취재를 위해 여기 저기 다니다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동아리를 발견했다. 양자역학의 토대를 만든 물리학자도 이해 못한 그 어려운 내용을 대학 수학 수준 이상으로 공부하는 동아리를 찾은 것이다.
 

“양자역학이나 일반상대성이론 같은 현대 과학이 무엇인지를 교양서를 보면 대강 알 수 있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무리 읽어도 제대로 안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거예요. 그 이유가 양자역학의 핵심인 수학을 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_수학아카데미 반장 김제원 한의사

수학아카데미는 2008년 이종필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연구교수의 입자물리학 강의로 시작됐다. 강의를 듣던 한 백북스(독서모임) 회원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제대로 알 수 있게 고등학교 수학부터 가르쳐달라고 제안했고, 이 교수가 이를 수락하면서 현대 과학을 수학으로 공부하게 됐다. 회원들은 2009년 한 해 동안 12번의 강의를 들었다. 하지만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고 2012년 복습 모임을 시작했다. 마침내 지난해 일반상대성이론이 끝났고, 올해는 양자역학을 정복하기 위해 나섰다.

“우리 모임은 한마디로 ‘수학판 자급자족’이라고 할 수가 있어요. 필요한 수학을 스스로 공부해서 터득하는 것이지요. 누가 뭘 어떻게 하라고 시키는 것도 없어요. 조금 많이 아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가르쳐주지요. 수학 전공자인 최상성 회원님은 수학을 어려워하는 회원을 위해 모임 때 2시간 먼저 와서 수학 과외도 해주세요.”
_박성실 영어 교사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 4시간가량 모여 토론한다. 그간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서로 모르는 것을 묻고 답을 찾는다. 지난 4월 9일, 기자가 찾아간 이 날도 어려운 수학식 하나를 두고 몇 시간 동안 씨름을 했다.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이렇게 어려운 수학을 만나면 힘겨울 때가 있을 것 같았다.

“일반상대성이론을 공부할 때 벡터의 확장 개념인 ‘텐서’를 만나 힘들었어요. 수학과 대학원에서나 배우는 개념으로 전공자가 아닌 저희에게는 매우 어려운 존재였지요. 이 외계어를 조금 아는 데 1년이 걸렸습니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재밌는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이 자산이 돼서 지금은 어떤 어려운 수학이 나와도 정복할 자신이 있어요.”
_김제원 한의사

“나이 많은 사람도 이 대장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른 회원들이 이해가 될 때까지 가르쳐줘요. 복습도 자주 해주고요. 사실 어디서 이런 가르침을 받겠어요. 더군다나 그 내용이 현대 과학이고, 수학인데. 그래서 전 이 모임에 오는 게 정말 즐거워요.”
_최고령 회원 박인순 주부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박 모 회원은 수학아카데미의 매력이 “어떤 질문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태도”라며, “학교에서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궁금해도 묻지 못하고 넘어가는 문제를 여기서는 물어볼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아빠(최상성 회원) 따라 호기심에 이곳에 왔어요. 처음에는 마냥 신기했어요. 누가 시킨 사람도 없고 시험도 안 보는데 마치 시험 기간인 것처럼 수학을 치열하게 공부해서요. 한두 번 참석하다 보니 여기 계신 어른들을 존경하게 됐어요. 어른이 돼서도 여기모인 선생님들처럼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요.”
_최연소 회원 최찬 학생

마지막으로 수학아카데미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취미 동아리인 만큼 목표나 꿈은 없어요. 수학으로 과학을 즐기면서 그냥 노는 거지요. 모임을 할 때도 어디까지 진도를 나가야겠다는 계획이 없어요. 요즘 학생들은 입시 준비로 바빠 저희처럼 공부를 즐길 시간이 없지요. 잘 놀아야 창의력이 생기는 만큼 학문의 즐거움을 알 수 있도록 노는 문
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
_김제원 한의사

수학아카데미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기자가 참석한 날도 신입 회원이 있었다. 아파트 관리소장인 조명성 회원은 “첫 날이라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무지 재미있다”고 말했다.



수학은 제 삶 자체예요!

가수 겸 연기자 김정훈

 
 
바야흐로 뇌섹남, 뇌섹녀 전성시대다. 지성미 넘치는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학을 잘 하는 것도 하나의 매력으로,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그 대표적인 연예인이 김정훈이다. 그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등학교 교내 수학대회에서 우승해 연예계 대표 수학의 신으로 등극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수학 대결을 벌이는 일본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동경대 수학과 학생들을 꺾고 2년 연속 우승하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연예계 생활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의 수학 실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게 저절로 된다고요? 대체 언제부터 이랬나요?

초등학교 때인가…, 기억은 확실치 않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숫자를 좋아해서 소중하게 생각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주위에 보이는 모든 숫자가 사랑스러워 보이고, 자꾸 눈길이 갔지요. 그래서 어릴 때 숫자를 조합하는 놀이를 많이 했어요.

이렇게 수학을 좋아했으면 수학자를 꿈꿨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꿈이 수학자 아니면 과학자였어요. 그런데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생기면서 치과대학에 진학했지요. 아마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더라면 원래의 꿈을 밀고 나갔을 것 같아요. 그러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겠지요?

수학이 연예계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대본을 외우거나 음악의 선율을 해석할 때 수학적 사고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노래와 연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과 인간관계를 맺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지난 1월 수학 에세이도 출간했는데, 김정훈 씨에게 수학은 어떤 의미입니까?

수학은 사랑스럽고 고귀하며 순수하지요. 하지만 가끔은 매우 잔인해요. 그래서 수백만 가지의 얼굴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 곁에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알지 못하기 때문에 외로운 것도 같고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사실 초중고등학생에게 수학은 피할 수 없는 존재다.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만나게 된다. 이왕 하는 거 잘 하면 좋겠지만 잘 하지는 못해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훨씬 나을 것이다. 대체 어떻게 하면 수학이 재미있어질까?

김태연 소설가 말처럼 시험 문제 하나 더 맞힌다고 수학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궁금한 것을 알 때까지 파고들고, 엉뚱한 답을 내놓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한다면 여기서 소개한 어른들처럼 수학이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2016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 도움

    김명환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 도움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 도움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 사진

    조가현 기자
  • 일러스트

    허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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