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왓슨이 경쟁할 상대는 제퍼디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켄 제닝스와 브래드 러터다. 둘 다 역대 최고의 퀴즈 영웅이다. 켄 제닝스는 제퍼디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을, 브래드 러터는 최고 누적 상금기록을 가지고 있다. 제닝스는 2004~2005 시즌에 74경기를 연속 우승하면서 250만 달러(약 28억 원)의 상금을 탔다. 러터는 2000년에 우승하고 2001, 2002, 2003, 2005 우승자 토너먼트에서 우승해 325만 5102달러(약 36억 3000만 원)를 획득했다.
엄청난 기록을 보유한 퀴즈 영웅과의 대결에서 왓슨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까.
2006년, IBM의 과학자들은 500개의 제퍼디 퀴즈를 제시해 왓슨을 평가했다. 왓슨은 답에 대한 자신이 없어 버저를 거의 울리지 않았고 설사 대답하더라도 정답률이 15%에 그쳤다. 반대로 제퍼디 우승자들은 제한시간 전에 버저를 누르고 평균 85~95%의 정답률을 보였다.
하지만 5년이 지났다. 왓슨은 어느 정도로 발전했을까. 왓슨은 역대 제퍼디 우승자들과 50차례의 비공식 대결을 벌이며 제퍼디에 출전하기 위한 시험을 치렀다. IBM 내 비밀유지 때문에 경기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단지 경기를 진행할수록 승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만 알려졌다. 연습경기의 성과 덕분이었을까. 왓슨은 다른 참가자와 같은 시험을 거쳐 제퍼디 출연을 확정지었다.
임해창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는 “왓슨이 퀴즈에 출제될 분야의 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면 우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람이 슈퍼컴퓨터의 정보력을 따라잡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임 교수는 “출제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왓슨이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퍼디 퀴즈는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형태로 문제가 출제되는데, 왓슨이 추론할 수 있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에서만 답을 낼 뿐 사람처럼 응용하거나 경험에 비추어 답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왓슨은 제퍼디에서의 대결을 위해 다양한 지식을 습득해 왔다. 사전, 백과사전, 희곡, 성경, 소설 등 각종 서적에서 수백만 건의 문서를 접하며 역사, 문학, 정치, 영화, 음악,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학습했다. 하지만 대결 시 왓슨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대결에 임해야 하기 때문에 정보가 없는 분야의 문제가 출제되면 답을 찾아낼 수 없다.
연습경기에서는 왓슨이 승리했지만…
지난 1월 13일, 미국 뉴욕 요크타운에서 두 명의 퀴즈 영웅과 왓슨이 실제 대결과 같은 방식으로 연습경기를 가졌다. 첫번째 문제를 맞힌 건 왓슨이었다. 사회자가 질문을 다 읽자 왓슨은 버저를 울리고 정확하게 컴퓨터 음성으로 답했다. 왓슨은 네 문제를 연속으로 맞히는 저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제닝스가 다섯 번째 문제를 맞히면서 왓슨의 상승세를 끊었다. 이어 러터가 연달아 세 문제를 맞히면서 박빙의 승부를 이어갔다. 막판에 제닝스도 연달아 네 문제를 맞혀 왓슨을 따라붙었다. 그러나 1000달러에 해당하는 마지막 문제를 왓슨이 맞히면서 승리했다. 왓슨은 열다섯 문제 중 일곱 문제(4400달러)를 풀었고 제닝스는 다섯 문제(3400달러), 러터는 세 문제(1200달러)를 맞혔다.
이날 경기에서 왓슨이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빠른 버저 울리기다. 제퍼디는 3명의 출연자가 동시에 나와 퀴즈 대결을 벌인다. 따라서 아는 문제가 나오면 버저를 빠르게 누르는 것이 관건이다. 74회 연속 우승한 제닝스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제퍼디에선 버저를 누르는 엄지손가락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왓슨은 사회자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재빨리 버저를 울렸다. 옆에 있던 제닝스는 답할 기회를 놓칠 때마다 버저를 누르는 엄지손가락 접었다 펴면서 빨리 누르기 위해 애를 썼다.
사람이 생각하고 나서 손이나 발로 표현하기까지 걸리는 반응시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0.5~1초 정도가 걸린다. 즉 제닝스가 답을 찾은 뒤 버저를 누르기까지 적어도 0.5초가 걸린다. 하지만 왓슨은 이런 반응 시간이 없다. 버저를 울리겠다고 결정을 내리면 바로 버저가 울린다. 이 점은 왓슨에게 유리하다. 따라서 제닝스와 러터가 실제 대결에서 왓슨을 이기려면 버저 누르는 연습은 꼭 필요하다.
왓슨은 사람처럼 빨리 답을 찾기 위해 IBM이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 ‘블루진’ 의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최신 개인용 컴퓨터 2500대 분량의 메모리를 사용해 개인용 컴퓨터로 풀면 2시간이 걸리는 문제를 왓슨은 불과 2~3초 만에 풀어낸다.
왓슨에게 유리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왓슨이 우승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데이비드 곤덱 IBM T.J.왓슨연구소 박사는 “최악의 상황은 대결 도중 왓슨에게 오류가 발생해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대결이 시작되면 왓슨은 철저히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 대결 도중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연구진이 도와주지 않는다.
“또 다른 최악의 상황은 심각한 버그 때문에 왓슨이 걷잡을 수 없이 오답을 내는 것”이라고 곤덱 박사는 말했다. 실제로 비공식 경기에서 이런 적이 있었다. 질문은 하나였는데 혼자서 5~6개의 오답을 줄줄이 말해 IBM 과학자들을 당황케 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무조건 많은 문제를 풀었다고 해서 제퍼디에서 우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마다 주어진 상금이 다르고 문제를 틀리면 문제에 걸린 상금만큼 잃기 때문이다.
연습경기에서 쓴 패배를 맛본 제닝스와 러터는 분명히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다. 연습경기 뒤 미국의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제닝스는 “실제 대결에선 반드시 왓슨을 이길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질문에 답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이 이길지, 사람이 이길지는 2월 16일이돼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대결에 걸린 상금 또한 어마어마하다. 대결에서 우승하면 100만 달러(약 11억 2000만원), 2등은 30만 달러(약 3억 3000만 원), 3등은 20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를 받는다. 왓슨은 상금 전액을 기부할 계획이고 제닝스와 러터는 상금의 절반을 기부할 예정이다.
켄 제닝스
출생 1974년 5월 23일.
출생지 미국 워싱턴주 에드몬드.
학력 미국 브리검영대에서 컴퓨터과학과 영문학 전공.
직업 컴퓨터 과학자.
특이사항 8살부터 20살까지 서울에 거주. 서울외국인학교 졸업. 기억력이 뛰어나다.
경력 최다 연속 제퍼디 우승(74회), 그랜드슬램 게임쇼 최종 우승.
제퍼디 잘하는 법 분야별로 문제 카드를 만들어 풀어본다.
왓슨
출생 비밀.
출생지 미국 뉴욕 요크타운.
직업 의사, 법률회사 직원 지망생.
특이사항 대형냉장고 5대 크기의 슈퍼컴퓨터에 들어가 있어 이동이 불편하다. 기억력이 뛰어나다. 책을 빨리 읽는다.
경력 제퍼디 역대 우승자와 50경기를 치름. 제닝스와 러터와의 제퍼디 연습경기에서 이김.
제퍼디 잘하는 법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저장한다.
브래드 러터
출생 1978년 1월 31일
출생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카운티.
학력 미국 존스홉킨스대 영문학 전공 중 그만둠.
직업 배우 또는 진행자 지망생.
특이사항 지역방송국에서 고등학생을 위한 퀴즈쇼 진행.
경력 제퍼디 최고 누적 상금 기록(약 36억원). 제퍼디 우승자 토너먼트에서 3년 연속 우승.
똑똑한 왓슨이 가질 수 있는 직업
왓슨은 많은 양의 자료를 조사해 질문에 대한 답을 정확도에 따라 순위를 매겨 제시할 수 있다. 왓슨의 이런 능력은 여러 곳에서 활용될 수 있다. 먼저 병원에서 환자의 증상을 듣고 의학서를 뒤져 환자의 병명을 알려줄 수 있다. 관광지의 안내소에서 관광객이나 시민에게 도시 정보를 제공하는 일도 가능하다. 기업의 고객센터에서 전화로 고객지원업무도 볼 수 있다. 법률회사에서 해당 사건에 적당한 판례를 찾는일도 할 수 있다.
왓슨의 일자리는 조만간 생길 전망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케네스 마크 콜비가 정신질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만든 ‘페리’라는 프로그램이 취업에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페리는 환자를 상담해주는 역할을 했는데, 환자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의사보다 페리에게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어 사람보다 페리를 더 선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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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컴퓨터의 무한도전 퀴즈대결서 사람 이길까
Part 1. 왜 제퍼디 퀴즈쇼인가
Part 2. 5년간 성장한 왓슨 vs 제퍼디 퀴즈 영웅
Part 3. 말귀 알아듣는 컴퓨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