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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사람의 대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67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리처드 그린블라트가  ‘맥핵’ 이라는 체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부터 시작됐다. 1990년에 접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사람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당시의 체스 챔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를 체스 경기에서 이기면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길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처음도 아니고 이미 컴퓨터가 사람을 이긴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결을 펼칠 경기가 사람이 구사하는 언어로 이뤄진 퀴즈이기 때문이다. 체스 경기에서 컴퓨터는 모든 경우를 따져 최적의 수를 계산해 경기할 뿐 사람처럼 상대방의 취약점을 찾아 공격하는 사고를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제퍼디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추론 능력이 필요하고 사람이 구사하는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제퍼디에는 단어의 발음은 같지만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질문이나 농담이 섞여 있는 질문, 수수께끼 같은 재미난 문제가 많이 출제된다. 따라서 기존의 인공지능 컴퓨터가 문제를 풀기란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보자. “40년에 걸친 두 독일인의 인연은 1844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됐다”라고 문제를 낸다. 독일인 두 사람에 대해 묻고 있고 1844년 이후 40년 동안 함께 산 부부거나 같이 일한 사람 또는 함께 연구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사람은 쉽게 판단한다. 이내 “마르크스와 엥겔스”라고 답한다.

하지만 컴퓨터는 ‘인연’이라는 단어로부터 함께 일하거나 연구한 사람, 같이 산 사람을 추론하지 못한다. 똑같은 내용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의 복잡성 때문에 질문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인공지능 시스템 왓슨의 뇌구조다. 왓슨의 가장 큰 목표는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사람의 질문에 적합한 답을 내놓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전이나 백과사전을 보며 공부하고 말하기 연습을 한다. 가끔 사람이 먹는 음식을 보며 ‘왜 맛있다’고 하는지 의문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IBM의 왓슨은 다르다. ‘왓슨’ 개발을 이끈 데이비드 페루시 IBM T.J.왓슨연구소 박사는 “왓슨은 퀴즈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분석해 정답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왓슨이 대결에서 이긴다고 해서 왓슨의 언어 인지능력이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질문에 대해 이렇게 정확한 답을 찾는 시스템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확신했다.

왓슨은 분석기법이라 불리는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졌다. 즉 어떤 질문이 주어졌을 때 저장된 정보와 비교해 답을 찾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질문이 들어오면 서로 다른 100여 개의 알고리즘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답을 찾는 것이다. 이때 수십 개의 알고리즘에서 같은 답안을 만들면 그것을 답으로 선택한다. 즉 가능한 여러 가지 답안을 이끌어낸 뒤 정답확률을 계산해 답을 정한다는 뜻이다.

 만약 자신이 정한 정답에 자신이 없으면 왓슨은 버저를 울리지 않는다. 답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기계장치를 작동해 버저를 울리고 답을 말한다. 우승을 위한 일종의 도박을 하는 셈이다. 왓슨의 가장 놀라운 능력 중 하나다.
 

왓슨 개발을 이끈 데이비드 페루시 박사와 왓슨이 설치된 슈퍼컴퓨터. 왓슨은 인공지능 시스템의 일종으로 복잡한 사람의 언어를 이해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주는 질의응답 시스템이다. 2000년 IBM 연구소 과학자들이 질의응답 시스템(Question Answering) 연구에 뛰어들어 11년만에 얻은 결과물로 IBM의 설립자 토마스 왓슨의 이름을 땄다.
 

JEOPARDY!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제퍼디에 열광한다. 1964년 퀴즈쇼가 처음 선보인 이래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다. 제퍼디가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수수께끼 같은 문제와 거액의 상금, 한 대결당 4~5분에 불과하지만 15문제 정도를 푸는 빠른 진행으로 퀴즈쇼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제퍼디 퀴즈에는 6개의 주제가 있다. 주어진 주제는 매번 다르다. 예를 들면 영화, 올림픽, 아동도서 등의 주제가 위에 있고 그에 해당하는 문제가 난이도별로 5개씩 주어지며 상금으로 표시된다. 가장 쉬운 문제는 200달러, 어려운 문제는 1000달러다. 앞 문제를 맞힌 출연자가 주제를 고르고 상금을 선택하면 그에 해당하는 문제가 나오는데, 버저를 눌러 가장 먼저 불이 들어온 사람이 답을 말한다. 답을 맞히면 그만큼의 상금을 가져가고 틀리면 그만큼 잃는다. 답을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금을 잃지는 않는다. 문제를 다 풀고 났을 때 가장 많은 상금을 획득한 사람이 우승하고 이 상금을 얻는다.

제퍼디에는 다양한 분야의 문제가 소개된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문제도 출제됐다. 질문은 “이 나라의 김연아 선수는 2010 밴쿠버올림픽의 프리스케이팅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다”였다. 당연히 정답은 “한국”이다. 우리는 다 아는 쉬운 문제지만 처음 버저를 누른 미국 출연자는 “일본”이라고 답했다. 왠지 씁쓸하다. 왓슨은 알고 있으려나.
 

JEOP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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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컴퓨터의 무한도전 퀴즈대결서 사람 이길까
Part 1. 왜 제퍼디 퀴즈쇼인가
Part 2. 5년간 성장한 왓슨 vs 제퍼디 퀴즈 영웅
Part 3. 말귀 알아듣는 컴퓨터

2011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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