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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디지털 기기로 대부분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꼽는다. 소비자가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애플이 사람의 감성에 호소하는 디자인과 기술을 적절히 활용해 단순한 기기를 넘어 새로운 인간 중심의 문화를 만들어온 도전정신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애플 기기에 소비자가 공감한다는 뜻이다.

애플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이런 배경에는 사람과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었다. 우리의 기술이 애플을 앞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화와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이런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이 감성공학이다.


감성인식 기초부터 잡는다

감성과 감성공학은 최근 산업과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감성공학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과학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화된 기술은 별로 없다. 왜 그럴까? 무엇이 문제일까?

수리연 생체·감성인식연구실의 이의철 박사는 “감성연구를 많이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응용 분야” 라며 “누구나 감성인식이 잘된다는 가정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가정에 문제가 있다” 고 말했다. 실제 사람의 기분이 어떤지를 알려고 할 때 사용하는 감성인식기술, 즉 생체측정기술의 정확도가 60~70% 수준으로 아직까지 낮다는 얘기다. 인식 자체가 정확하지 않으면 그 이후의 연구는 모두 쓸모없게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생체·감성인식연구실에서는 수학적인 기법을 활용해 감성공학 분야의 기초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생체측정기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적외선 장치를 통해 눈의 피로도를 측정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이의철 박사.

피로도 측정조차 쉽지 않아

생체측정기술의 정확도가 떨어지면 무엇이 문제일지 예를 들어 살펴보자. 최근 텔레비전, 모니터와 같이 영상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기기가 기술 발달에 따라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즈마표시장치(PDP),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그림1) 시간에 따른 혈류량(피가 흐르는 양)의 변화

그런데 이들 중 어떤 기기가 사람에게 좋을까? 여기에 논란은 있지만 사람이 어떤 기기로 영상을 볼 때 가장 덜 피로하다면 그 기기가 다른 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람에게 좋다고 할 수 있다. 이의철박사는 “현재 디스플레이 기기의 피로도는 사람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개인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묻는다” 며 “이때 얻는 답변은 개인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달라서 생기는 오차와 실제 몸이 느끼는 것과 생각이 달라서 생기는 오차 등 많은 변수가 있어 실제 측정치와는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어 문제점이 많다” 고 말했다.
 

(그림2) 수직선에 표시된 생체신호

그렇다면 생체측정 기기를 이용해 몸이 느끼는 피로도를 직접 측정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생체영상 또는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장치는 주로 의학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져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정형화된 특징 값 또는 분석방법만을 이용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의 장치에서 얻은 값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한 가지 예가 광혈류측정법(PPG)이다. 이것은 손가락에 센서를 붙여 손가락 동맥으로 일정한 시간 동안 피가 얼마나 흐르는지(혈류량)를 측정해 생체신호로 피로도를 알아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측정한 값은가로축에 시간, 세로축에 혈류량을 표시한 그래프에 그림1과 같이 나타난다.
 

(그림3) 평면에 표시된 생체신호
 

고차원에서 감성인식 정확도 높인다

혈류량이 가장 많을 때, 즉 그래프가 위로 볼록할 때는 심장이 뛸 때다. 그래프가 위로 볼록한 정도와 시간 간격은 몸의 피로도, 개인의 특성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변한다. 이의철 박사는 “대부분 감성 분석에서는 이 그래프에 1분당 봉우리가 몇 번 나타나는 지, 즉 1분에 심장이 몇 번 뛰는지(➊)를 알아내는 심박수 하나만 특징으로 이용한다” 며 “봉우리의 높이가 어떻게 변하는지(➋와 ➌)를 또하나의 특징으로 이용하면 하나의 특징만 사용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더 정확하게 감성을 측정할 수있다” 고 말했다.

이 박사는 특징 값이 하나일 때와 둘일 때의 차이를 선과 평면의 관계로 설명했다. 어떤 사람의 기분을 생체 신호에서 추출한 특징의 크기를 통해 좋을 때는 ○, 나쁠 때는 ×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하자.만일 이들을 구분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특징 값이 하나라면, 1차원 선 위에 그림2처럼 표시돼 이들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하나의 특징을 추가적으로 사용해 x축과 y축으로 이뤄진 xy평면에 배치하면 상대적으로 분류하기 쉽다. 다른 특성을 나타내는 ×와 ○가 그림3처럼 xy평면에 놓여 있다고가정하자. 이들을 둘로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➍와 ➎처럼 직선으로 구분하면 전체 10개 중 2개 정도는 잘못 분류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하지만 ➏과 같은 곡선을 이용해 분류하면 정확하게 나눌 수 있다. 여기에 하나의 특징이 또 추가된다면 3차원(입체) 공간상의 두 특징 분포를 곡면을 통해 더욱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다. 즉 약간이라도 구분에 도움되는 특징이라면 함께 사용해 다차원에서 분류하면 분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원리로 감성인식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즉 기존의 생체영상이나 생체신호 측정장치에서 얻을 수 있는 값에서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는 특징을 찾고, 이를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분류해 사람의 피로도, 기분 등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것이다.

‘거꾸로 풀기’로 흐린 사진을 선명하게
 

‘거꾸로 풀기’로 흐린 사진을 선명하게
 

연구팀은 최근 수학에서‘역문제 해결 방법(거꾸로 풀기)’을 이용해 영상을 복원할 계획도 세우고 내년부터 여기에 집중할 생각이다.

깨끗한 영상을 f, 흐린 영상은 g, 영상을 흐리게 만든 원인을 h라고 하면 이들의 관계를 g=h*f와 같은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는 관계기호로 단순한 연산 수준을 넘어 여러 가지 특성을 포함하고 있다. h와 *는 영상의 종류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데, 수학의 도움을 받아 이것들을 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다음 이를 역문제로 변환해 f=h$\overline{*}$g에 넣어 구하면 된다. 즉 h와 $\overline{*}$을 수학으로 구하면 언제든지 흐린 영상을 깨끗한 영상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같은 원리로 흐려진 신호 또한 뚜렷한 신호로 바꿀 수 있다. $\overline{*}$는 *처럼 여러 가지 특성을 포함하지만 *와는 역의 관계다.

이의철 박사는 “연구 시작 단계라서 새로운 수학적 접근을 통한 연구는 보여줄 만한 뚜렷한 결과물이 아직 없다” 며 “하지만 우리만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감성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 이라고말했다. 연구팀의 노력이 실용화로 이어진다면 주인의 기분에 따라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자기기와사람의 기분을 알고 웃거나 슬픈 표정을 짓는 로봇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생체·감성인식연구실 “생각을 달리하면 가능성은 무궁무진”
 

감성인식의 원천기술을 얻기 위해 수학을 이용해 다양하게 도전하고 있는 연구팀. 컴퓨터 사용자의 3차원 동작을 분석하려고 게임용 카메라를 구입했다가 게임기를 산다고 오해를 받기도 했다.
 

“대부분 적외선 카메라로 크게 찍은 눈을 모니터로 보면 자신의 눈임에도 무서워서 깜짝 놀랍니다. 일반 카메라와 달리 적외선 카메라 영상은 색에 영향을 받지 않아 속이 비어 있는 동공(눈동자) 영역이 유난히 시커멓게 나타나기 때문이죠.”

이의철 박사는 “이런 이유로 연구실은 ‘먹물랩’ 이라고도 불렸다”며 연구 일화를 소개했다.

그런데 이 무서운 ‘먹물영상’ 으로 홍채패턴을 이용한 신원인식, 동공 중심을 쫓아가는 시선추적, 눈깜박임과 동공 조절을 바탕으로 한 감성인식, 홍채무늬 분석을 통한 건강진단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그는“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기존의 것에서도 새로운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적외선 장치로 눈의 상태를 측정해 피로도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기존에는 1분 동안에 눈을 얼마나 자주 깜빡이는가를 측정해 피로도를 판단했는데, 연구팀은 여기에 동공 변화를 추가했다. 동공을 조절하는 홍채 근육은 눈이 피로해지면 그 조절 속도가 느려지는데, 이 속도를 측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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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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