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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성이. 토요일은 동생과 함께 집안일 담당이다. 저녁을 준비해야 해 동네 가게에 들르는데…. 이번에는 또 어떤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슈퍼마켓에도 수학이 있다고?
 

바코드 인식기는 바코드에 빛을 쏘아 반사되는 빛의 차이를 컴퓨터로 읽어 상품 정보를 알아 낸다. 그런데 13자리 바코드에서 마지막 13번째 숫자는 앞 숫자를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만든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던 지성이는 동네 슈퍼마켓에 들른다. 저녁 밥 당번을 맡아 필요한 반찬거리를 사야 하기 때문이다. 한참을 걸어가면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는 대형마트가 있지만 지성이네 가족은 가까운 시장과 동네 가게를 이용한다.

지성이가 두부와 콩나물, 김, 달걀 등의 반찬거리와 과일을 골라 담은 바구니를 계산대에 올려놓으며 계산대 누나에게 인사를 한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도 잘 작동하던 바코드 인식기와 계산대 컴퓨터가 먹통이 됐다. 바코드 인식기로 인식을 해야 가격을 알 수 있는데…, 인식조차 안 되니 난감하다.

요즘 슈퍼마켓은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바코드로 물건번호를 인식하면 컴퓨터는 미리 입력된 물건번호와 가격을 찾아 가격 정보를 보낸다. 바코드 인식기로 물건을 인식할 때마다 가격이 계속 더해진다. 그리고 신용카드나 현금을 받아 최종 계산을 요청하면 영수증을 출력한다. 이때 컴퓨터는 가게 상품 수에서 팔린 상품 수를 빼며 가게 안 상품을 정리한다.

시장은 수학의 장소다. 물건을 사고팔면서 돈을 더하고 빼는 일이 수없이 일어난다. 시장에서 수학이 완전히 사라지면 앞에서의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다. 숫자로 표현되는 돈 자체가 사라지고, 계산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물건은 1000원, 어떤 물건은 5000원 등 일정한 돈을 일정한 물건과 대응(교환)할 수 있도록 돈과 물건에는 함수의 원리가 작용한다. 숫자로 표현되는 돈은 그 자체로 수학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돈이 없으면 각자 다른 사람에게 필요하지만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들고 와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하는 물물교환을 해야 한다. 필요 없어진 책상을 들고 옷장으로 바꾼다고 생각하면….

결국 계산대 누나는 지성이가 고른 상품을 들고 상품 진열대로 간다. 거기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보고 하나씩 적어 가며 손으로 계산한다.

 

 

집



수학방해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장치는?

가게를 나오면서 지성이가 곰곰이 생각하며 어젯밤에 수학요정이 한 말을 떠올린다. 아침부터 생긴 불편한 일에 뭔가 관련성이 있다고 느낀 것이다. ‘수학방해파를 얻는 대신 근처 1m 안에 있는 모든 것에서 수학이 사라진다.’ ‘아, 그런 거였구나.’

이제서야 그동안 이상했던 게 자신에게 생긴 수학방해파라는 사실을 안 지성. 탁상시계가 멈춘 것과 반응하지 않았던 버스카드, 고장난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모두 수학방해파 때문이라는 사실을 안 것이다.

 ‘그럼 집에 가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텐데….’ 지성이는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 지 떠올려본다. 집안일 담당으로 할 일에는 저녁 준비, 그동안 쌓여 있는 빨래, 집안 청소가 있다.

 ‘우선 밥은 쌀을 씻어서 전기밥솥에 넣고 취사를 선택하면 되는데 문제가 될 게 있을까? 오늘 전자제품이 다 문제를 일으켰으니 전기밥솥도 그럴지 모르겠다. 그럼 가스레인지로 하면 괜찮을까? 냉장고에서 반찬도 꺼내야 하는데, 나 때문에 냉장고가 이상해지기라도 하면 냉장고 안 음식이 모두 상할텐데. 세탁기와 진공청소기도 써야 하는데 모두 전자제품이네….’

전기밥솥에는 쌀의 종류나 원하는 밥의 종류에 따라 시간과 압력을 조절하는 반도체 칩이 들어 있다. 이 칩은 작은 컴퓨터 또는 전자두뇌라고도 불리는데 모든 상황에 따라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기억하고 있어 사용자가 선택한 대로 작동한다. 냉장고에는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온도조절 장치가 있다. 세탁기도 비슷하다. 이처럼 거의 대부분의 전자제품에는 작은 컴퓨터가 있다.

한참을 생각하던 지성이는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생각에 전자제품 작동이나 근처에 가는 일은 동생에게 부탁하기로 맘먹었다. 대신 힘쓰는 일은 자신이 할 생각이다. 빨래가 끝나면 건조대에 널기, 물걸레로 청소하기, 밥상 나르기 등.


세제에도 수학이?
 

세제에도 수학이?


빨래나 과일을 씻을 때 사용하는 세제에도 수학이 있다. 옷이나 어떤 물체에 붙은 때나 기름을 잘 떨어지게 하는 세제에는 보통 제올라이트라는 물질이 쓰인다. 이 제올라이트는 넓은 표면적을 이용해 때나 기름을 제거하는 데 1g에 100~300㎡의 표면적을 가진다. 아파트 한 채가 100㎡정도인 걸 생각하면 제올라이트 1g이 아파트보다 넓은 셈이다.


다양한 수학적 방법이 동원된 MP3

지성이네 현관문은 디지털 도어록이다. 그러나 지성이가 버스카드를 대도 번호를 눌러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디지털 도어록은 0부터 9까지 10개의 숫자로 비밀번호를 조합하도록 돼 있다. 즉 문 밖에서는 이미 입력한 비밀번호와 매번 문을 열 때 차례로 입력하는 비밀번호가 맞아야만 문을 열 수 있다.

그런데 지성이가 입력하는 값과 입력된 값을 비교해서 서로 같을 때 열리는 등식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려, 현관문은 비밀번호가 틀렸다고 소리만 낼 뿐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일반 열쇠와 자물쇠, 버튼식 자물쇠에도 경우의 수라는 수학적 원리가 적용된다.

결국 계단에 앉아서 다른 가족을 기다리기로 한다. 한참을 기다린 뒤 동생과 엄마, 아빠가 와 집에 들어간다.

집에 오면서 생각한 대로 지성이는 동생과 집안일을 나눈다. 어느 정도 일을 마치고 동생이 TV를 켜자 멀리 떨어진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집어 든다. 이번에는 리모컨이 먹통이다. 리모컨에는 누르는 버튼마다 정해진 기능이 작동하도록 설계된 함수의 원리가 들어 있다.

지성이는 결국 TV 보기를 포기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다. 그런데 MP3플레이어가 영 듣기 싫은 소리를 낸다.

MP3는 큰 용량의 음성 정보를 아주 작은 용량으로 압축한 파일 형식이다. CD에 담긴 음악 1초는 보통 1411개의 조각으로 구성되는데 MP3는 CD의 10분의 1 수준이다. MP3의 기본적인 압축은 ‘111000001111’의 12자리 값을 130514 같이 6자리로 줄여서 표현하는 원리가 쓰인다. 여기에 미분과 적분 등 다양한 수학적 방법이 동원돼 적은 정보로도 CD와 비슷한 음질을 낼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MP3의 소리 정보는 아날로그처럼 연속적으로 이어진 파형(주파수)처럼 보이지만 한 칸 단위로 확대해서 보면 각각 디지털로 끊어진 정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파수를 이용해 음질을 개선한 MP3

악기 소리는 기본음과 기본음을 둘러싼 ‘배음(harmonics)’으로 구성되는데, MP3는 고음역에 속한 배음 일부를 버리는 방법으로 용량을 줄인다. 그런데 낮은음부터 높은 음까지 곡선을 그리는 주파수의 특성을 이용하면 낮은 배음만으로도 사라진 높은 배음을 원래에 가깝게 살릴 수 있다. 이 과정에 다양한 수학적 방법이 쓰인다. 이 원리를 적용한 MP3는 CD에 가까운 음질을 낸다.


수학을 돌려 달라고 할까, 말까?

밤이 되자 수학요정이 다시 나타난다. 수학요정은 하루 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상황에 어떤 수학적 원리가 있었고, 이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수학방해파 때문이라는 것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리고 수학이 쓰이는 몇 가지 경우를 더 일러준다.

수돗물을 깨끗이 하려면 물에 세균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때 하나하나 셀 수 없기 때문에 일부분에서 세균수를 확인한 뒤 전체의 오염 정도를 추정하는데 통계적 방법이 쓰인다.

그리고 병원에서 쓰는 약도 약효과 있는지, 약이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서 확인하는데 이 때도 통계와 확률이 쓰인다. 지진의 세기를 우리가 알기 쉽게 한 자릿수 숫자로 표현하는데 로그가 이용되며, 날씨 변화를 예측하는 데 미적분과 통계, 확률이 쓰인다.

특히 수학요정은 야구를 아주 좋아한다면서 수학이 없으면 야구가 사라질 거라고 말한다. 수학의 도움 없이 타율이나 자책점을 계산할 수 없고, 심지어 승패나 점수도 기록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것. 어느 팀이 강팀인지를 알 수 없으니 재미가 없어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게 돼 결국 야구가 사라지고 말 거라는 얘기다.

 “아하, 그런 거였어. 수학이 사라지면 골치 아픈 게 하나 없어질 줄 알았는데 새로운 문제가 잔뜩 생기네.”

 “수학이 사라져서 오늘 즐거웠니? 오늘 밤이 지나면 넌 수학방해파를 가진 채로 평생을 살 수 있어. 하지만 네가 원래대로 돌아가길 바란다면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 수학을 돌려 달라고 해야 해. 선택은 너에게 달렸어.”

지성이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만약 여러분이 지성이라면?
 

지진의 세기에 사용되는 로그처럼 수학은 우리가 어떤 사실을 알기 쉽게 한다. 하지만 이보다 자연 현상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대처하는데 더 큰 역할을 한다.


디지털 영상은 압축기술 덕분

디지털 TV와 3D 영화,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는데 크게 기여한 제이펙(JPEG)이나 엠펙(MPEG)과 같은 영상압축기술의 발달은 수학자와 공학자의 노력으로 나온 신호압축 기술 덕분이다.
 

디지털 영상은 압축기술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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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사라졌다!
PART 1 수학이 사라진 아침 
PART 2 수학이 없는 학교 
PART 3 수학이 안 쓰이는 게 있을까?

2010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박응서 기자
  • 허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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