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율($π$)을 100자리나 외우는 수학 천재?
최근 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에 ‘수학 천재 소녀’라고 불리며 출연 중인 서울대 학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연예인은 물론 포커 고수, 프로게이머 등 각 분야에서 최고로 통하는 실력자들이 모여 펼치는 두뇌 게임에서 맹활약 중이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울대 산업공학과 3학년 최정문 양이다. 어렸을 때부터 멘사 회원으로 활동해 왔고, 특히 수학을 가장 좋아했다는 최정문 양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상급생을 가르친 중학생!
“수학 천재라고요? 저 천재 아니에요~!”
서울대 캠퍼스에서 만난 최정문 양은 ‘수학 천재’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부르는 별명일 뿐, 사실 자신도 수학 때문에 힘들어 했던 평범한 학생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수학을 좋아하는 오빠를 따라 수학에 호기심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공부하다 보니 성적도 잘 나와서 즐겁게 공부했지요. 초등학교 때는 수학 경시대회에 나가서 전국 10등을 하기도 했고, 중학교 2학년 때는 중학교 3학년 선배에게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답니다. 그 덕분에 ‘상급생을 가르치는 중학생’으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이후 수학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세계 인구 중 지능지수가 2% 안에 드는 사람들의 모임인 멘사 회원에게도 수학은 어렵다는 걸까? 최정문 양은 멘사 회원이라고 특별한 능력을 타고나는 것은 아니라며, 지능지수는 아주 작은 요소일 뿐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 받은 지능지수 검사에서 156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정확한 수치가 얼마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 다만 분명한 것은 지능지수가 높아서 수학을 잘했던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지금 돌이켜보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수학 공부를 가장 열심히 했는데, 수학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했기 때문에 자연히 결과도 뒤따랐던 거고요.”
그렇다면 최정문 양은 언제 수학이 어렵다는 걸 느꼈을까?
“고등학생이 되자 공부해야 하는 양이 갑자기 많아졌어요. 좋아하는 과목이기는 하지만 부담감이 커지다 보니, 점점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고등학교 수학은 초등학교 때와 비교하면 복잡하고 어렵잖아요? 난이도 높은 문제들에 심리적인 부담이 더해지면서 수학이 어렵게 느껴졌어요.”
이렇게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좌절하거나 수학을 싫어하진 않았다. 성적은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수학에 대해 느끼는 매력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다른 과목보다 명쾌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미술 같은 분야는 뛰어난 미술가의 작품이라고 해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낙서일 뿐일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수학은 문제에 대한 답과 그 이유가 명확하잖아요. 이런 수학,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최정문의 공부 비법?
최정문 양은 학창시절 성적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대인배’다. 이런 낙천적인 성격이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다. 낙천적인 성격과 더불어, 치열한 서울대 입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그녀만의 공부 비법은 무엇일까?
최정문의 비법 전수!
비법 ➊ 다다익선(多多益善)!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오빠를 따라서 많은 책을 읽었어요. 방학 때만 되면 마치 경쟁하듯 책을 읽고, 읽은 책을 쌓아서 키를 재 보기도 했지요. 방학 동안 300권이 넘는 책을 읽었던 오빠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지만, 저도 150권 정도는 읽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읽는 속도가 빨라져서 수능 시험을 준비할 때 긴 언어영역 지문에도 시간에 쫓기지 않을 수 있었죠.
비법 ➋ 경험이 보약!
초등학교 때부터 다양한 대회에 나가서 경험을 쌓았어요. 미술대회, 음악대회, 수학대회 등 관심 있는 분야에서 대회가 열리면 참가했는데, 종종 상을 타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대회도 많았어요. 하지만 상을 못 받았다고 실망하지는 않았답니다. 그보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 보았던 게 진로 선택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비법 ➌ 끈기와 깊이!
어떤 친구들은 문제를 많이 푸는 걸 좋아하지만, 저는 한 문제라도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한 가지를 제대로 알면 응용 문제도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모르면 알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부했답니다. 그리고 성적이 조금 떨어져도 별로 낙심하지 않았어요. 공부하는 과정에 있으니 성적이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 점수에 연연하지 않았던 게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데에 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어린 시절부터 방송에 출연하기 시작한 최정문 양은 현재 TV 예능 프로그램과, <;과학동아>;에서 만드는 ‘서울대 공대 카페’ 촬영 등을 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로 활동하고 싶은 바람도 갖고 있다.
하지만 학업을 중단할 정도로 방송 활동에 매진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학교를 다니다가 방송 활동을 위해 공부를 중단하지만, 조금 힘들더라도 졸업할 때까지는 학업과 방송을 병행하려고 한다. 방송만큼 지금 공부하고 있는 산업공학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산업공학은 수학자를 꿈꾸던 초등학교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아오며 고심 끝에 스스로 선택한 전공이다.
“산업공학은 기업 경영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에요. 예를 들면 제품을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야 불량품이 적게 나오고 비용이 적게 들지 설계하는 것도 산업공학의 영역이죠. 각종 통계 자료를 이용해 어떤 제품을 만들지 결정하는 방법도 배운답니다. 수학적인 분석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된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 제 성격과 잘 맞는것 같아요.”
방송 활동과 산업공학은 전혀 다른 분야지만, 최정문 양에게는 두 가지 모두 수학 덕분에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학을 잘한다는 이유로 방송에 출연하게 됐고, 수학적인 분석 방법을 배운다는 점 때문에 산업공학을 택했기 때문이다.
수학을 발판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최정문 양이 <;수학동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뭘까?
“솔직히 저는 예습과 복습은 열심히 안 했어요. 엄청난 양의 문제집을 풀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수학 공부가 힘들었을 때도 제가 처음 수학에서 느꼈던 매력은 변하지 않았어요. 독자 여러분도 성적이 아닌 수학 자체가 주는 매력을 발견해 보세요. 그럼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