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 지금까지 무한에 관한 수학 이야기를 했는데요.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우리는 진정 무한을 아는 걸까요?
인문학자 무한을 어떤 방식으로 정의하는지에 따라서 답이 다를 것 같아요. 저도 무한을 처음 배울 때는 잘 못 받아들였어요. ‘왜 이걸 알아야 하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고요. 그런데 수학사를 공부해 보니까 그게 비단 저만의 경험은 아니었더라고요.
미적분학을 창시한 독일 수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1646~1716)조차 무한에 관해서 착각한 적이 있어요. 라이프니츠의 스승인 네덜란드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1629~1695)는 라이프니츠를 시험해보려고 분모가 ‘삼각수’이고, 분자가 1인 유리수들의 무한급수가 수렴하는지를 묻는 문제를 냈어요. 라이프니츠의 풀이 과정을 보면 이 위대한 수학자조차도 유한과 무한을 혼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59쪽 내용 참고). 그런 걸 보면 무한을 이해하는 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네요.
수학자 굉장히 좋은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요. 앞서 제가 말했던 무한의 크기에 관한 이야기도 직관적이지는 않잖아요. 실제로 19세기 후반 칸토어가 처음 무한의 크기를 이야기했을 때 수학자들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20세기 초반 독일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1862~1943)와 영국 수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에 의해 수리철학의 토대가 마련되면서 점차 무한을 받아들였지요.
수학자들 사이에서도 무한의 정의에 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해요. 예를 들면 ‘자연수 집합과 실수 집합의 중간 크기인 무한 집합이 있을까’ 같은 질문을 하지요. ‘연속체 가설’이라고 알려진 문제인데요. 근데 아주 신기하게도 ‘현재의 수학 체계에서는 이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증명할 수 없다’가 증명돼 있습니다. 증명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니 참 이상하지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무한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무한은 아직도 아니 어쩌면 영원히 이해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상으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DzMpBU2mt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