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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 아인슈타인의 흔적을 찾아 고등연구소로!

고등연구소 주 건물인 퍼드홀에 들어서자마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습니다. 바로 문 옆에 있는 아인슈타인 두상이었어요. 그는 1933년부터 세상을 떠난 1955년까지 고등연구소에서 교수로 지냈어요. 당시 독일 나치의 유대인 박해로 인해 거취를 고민하던 아인슈타인은 고등연구소 수학과 교수직 제안을 받아들이지요. 아인슈타인은 1932년 설립된 고등연구소의 초기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을 만나기 위해 학자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인지 아인슈타인의 흔적을 고등연구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어요. 아인슈타인이 쓰던 연구실부터 그 연구소에 있던 지구본까지 보존돼 있지요. 심지어 아인슈타인 두상과 별개로 흉상도 하나 있어요. 고등연구소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아인슈타인이 살던 집도 있습니다. 이 집은 현재 고등연구소 소유인데, 비어 있는 상태예요.

 

 

 

집이 비어 있는 데에는 재밌는 일화가 있어요. 아인슈타인 이후 몇몇 학자가 그 집에 살았는데, 대부분 노벨상을 받거나 뛰어난 업적을 세웠어요. 대표적으로 200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 200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프랭크 윌첵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수가 있지요. 그래서 이곳에 살면 그 기록을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다른 학자들이 선뜻 살지 않는다고 해요.

 

 

연구자의 낙원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고등연구소는 ‘연구자의 낙원’이라고 불리는데요. 수업을 해야 하는 의무도 없고 행정적인 업무도 거의 없어서예요. 학위를 수여하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연구만을 목적으로 설립됐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오로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작년에 고등연구소 소속이 된 토니 아날라 연구원은 “대부분 다른 기관은 박사후연구원도 강의를 해야 하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다”며, “자신이 원할 때 와서 연구하고 자유롭게 일정을 짤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출퇴근 시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심지어 두 달 동안 아무 말 없이 휴가를 다녀와도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럼에도 연봉 같은 재정적인 지원과 연구실, 심지어 숙소까지 제공해주기 때문에 연구하기 최적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학계에서 이름을 떨친 전 세계 수학자가 모여 있다는 거예요. 바로 옆 연구실, 건너편 연구실만 가도 뛰어난 수학자가 있어서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지요.

 

수학과에는 박사후연구원이 총 80명 정도인데요. 보통 대학교는 10명 내외이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편이에요. 수학의 각 분야에서 최고여야만 될 수 있다는 수학과 교수는 총 7명뿐입니다. 고등연구소에 방문했을 때 만난 헬무트 호퍼 교수도 그중 한 명이지요.

 

 

 

호퍼 교수는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모든 것을 수학 모형으로 표현하는 ‘동역학계’를 연구해요. 동역학계를 연구할 때 ‘사교기하학’이라는 분야를 활용하는데, 호퍼 교수는 이 분야의 기틀을 세우는 데 크게 공헌한 인물로 여겨져요. 

 

호퍼 교수는 1987년 처음 연구원으로 고등연구소에 방문했고, 2009년부터 14년째 고등연구소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그는 고등연구소의 장점으로 ‘나이대나 분야가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꼽았어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이러한 과정이 연구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비슷한 연구를 하는 두 교수님이 있었는데 서로 대화를 거의 안 하다 보니 같은 수학 대상에 쓰는 용어도 달랐어요. 만약 두 사람이 소통을 잘했다면 더 좋았을 거예요. 저는 나이가 어린 연구원들과도 많이 교류하려고 해요. 그들한테도 배울 게 너무 많이 있어요.”

 

프린스턴대와 고등연구소를 짧지만 알차게 보고 돌아왔는데요. 수학자라면 왜 다들 프린스턴에서 연구하길 꿈꾸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간접적으로나마 프린스턴을 체험할 수 있었길 바랍니다. 

 

2023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미국 프린스턴=김진화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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