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가 세상에서 수학을 없애 주면 좋겠어.”“내가 없애 줄까? 난 수학나라 요정이야. 대신 나중에 후회하기 없기다.”“수학이 없어진다면 ‘올레~!’지 뭐. 하하….”“좋아. 내 마법이 내일부터 네 몸에서 수학방해파를 만들어 줄 거야. 이제 푹 자도록 해.”
수학나라 요정에게 얻은 ‘수학방해파’
지성이가 원한다면 수학방해파로 하루에 한 번 100분 동안 어떤 곳이나 물건에서 수학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이 능력 때문에 항상 지성이 근처 1m 안에 있는 모든 것에서 수학이 사라지는 걸 참아야 한다. 수학요정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도 수학이 사라진다는 사실만 생각하고 단잠에 빠진다.
다음 날 아침, 엄마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난다. 수학이 사라진 하루를 생각하며 기분 좋게 일어나던 지성이가 갑자기 시계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어, 벌써 8시? 왜 시계가 7시에 울리지 않았지?’
아침잠이 많은 지성이는 학교에 늦지 않으려고 탁상시계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매일 아침 7시에 알람이 울리도록 맞추고 잔다. 그런데 머리맡에 놓여 있던 탁상시계와 휴대전화가 조용했다. 그에게 새롭게 생긴 수학방해파 때문이다. 아니 수학과 시계가 무슨 관계? 또 휴대전화는?
요즘 탁상시계는 태엽을 감아 태엽이 풀리면서 돌아가도록 만든 기계시계와 모습이 비슷하다. 하지만 시계를 돌아가게 만드는 에너지인 동력은 태엽 대신에 배터리, 즉 건전지를 이용한다.
우선 기계시계로 시계의 원리를 살펴보자. 태엽이 풀리는 힘에 의해 돌아가도록 만들어진 기계시계는 분침이 12바퀴를 돌면 시침이 정확히 한 바퀴를 돈다. 이렇게 12시간 단위로 시침과 분침이 정확한 규칙을 따르며 도는 이유는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비례하며 회전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본 축에 직접 연결된 분침은 작은 기어가 태엽이 풀리면서 회전하는 구동바퀴와 맞물려 한 시간에 한 바퀴씩 돈다. 반면 시침은 분침의 회전 속도에 따라 일정 비율을 맞춰 가며 회전하도록 여러 개의 톱니바퀴를 거치며 분침과 연결된다.
이처럼 기계시계는 수학적인 비례에 따라 작동한다. 지성이의 탁상시계는 여기에 전자시계의 특징이 추가된 것이다. 전자시계는 수정진동자와 전자회로를 이용한다. 약간의 전류를 흘리면 수정진동자는 1초에 3만 3768회 진동하는데, 이것을 전자회로로 세어 숫자판에 표시하거나 초침을 움직인다. 전자시계는 기계시계에서 태엽 대신에 수정진동자만 달라졌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수학이 적용된 탁상시계는 수학방해파의 영향으로 작동을 멈춘 것이다.
그럼 휴대전화는 어떨까?휴대전화의 시계는 두 가지 방법으로 식가 작동하는데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자시계와 같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돼 있다. 바로 인공의성이나 기지국에서 일정 간격으로 보내 주는 시간 정보다. 하지만 기지국에서 시간 정보를 수시로 보내 주는 게 아닌데다 휴대전화의 전자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지성이의 휴대전화 시계는 무용지물이 됐다.
컴퓨터 시계가 정확하지 않은 이유
수정진동자는 온도와 회로 등의 영향을 받아 진동수가 달라진다. 컴퓨터나 휴대전화는 열이 많이난다. 하지만 이들에게 시계기능은 부수적일뿐 중요하지 않다. 열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감안해 회로를 설계해야 하는데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저렴한 부품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이렇다보니 자연적으로 시간 오차가 전자시계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버스카드에도 수학이 있다고?
늦게 일어난 탓에 탁상시계와 휴대전화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두르는 지성이.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세수만 하고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헥, 헥….’ 버스 정류장까지 뛴 지성이가 숨을 헐떡이며 버스에 올라타고 버스카드를 단말기에 가져간다. 그런데 단말기에서 ‘삑’하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
‘어, 왜 이러지? 돈이 부족하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버스 운전기사가 지성이를 계속 쳐다본다. 다른 승객들도 마찬가지다. 버스가 출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굴이 발개진 지성이는 어찌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다 허겁지겁 버스에서 내린다.
버스카드와 단말기에는 어떤 수학적 원리가 있는 걸까? 버스카드는 안에 있는 반도체칩이 단말기와 전파를 주고받으며 버스요금을 계산한다. 이때 버스카드는 전자기 유도 원리로 에너지를 얻어 작동한다.
버스카드 내부에는 반도체칩과 연결된 전선이 모서리를 따라서 여러 번 감겨 있다. 버스카드 단말기에는 교류전기가 흐르고 있어 자기장(전자파)이 계속 변하며 발생한다. 여기에 버스카드를 갖다 대면 버스카드 내부의 전선에 유도전류가 흐른다.
이렇게 발생한 유도전류는 콘덴서에 모아지고, 반도체칩은 이렇게 모아진 전류를 이용해 작동한다. 칩은 버스카드 단말기와 통신하면서 암호를 이용하고 요금 정보를 변경하고 시간을 기록한다.
그런데 통신 과정에서만 수학이 쓰이는 게 아니다. 전자기 유도에도 수학이 숨어 있다. 전기의 유도에도 수학이 숨어있다. 전기의 흐름이 자석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는 전자기 효과가 발견되자 프랑스의 앙페르는 전류의 의해 유도된 자기와 전류사이의 상관관계를 수학적 법칙으로 정리 했다. 이렇게 수학으로 체계화 된 전자기 효과는 곧 영국의 패러데이의 의해 전자기 유도 법칙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택시미터기는 왜 엉망이 되는 거야?
‘안 되겠어. 오늘은 택시를 타야 하려나 봐?’ 아직까지도 수학방해파 때문에 평소와 다른 일이 벌어진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택시 기사 옆에 앉은 지성이는 행선지로 학교 이름을 말한다.
그런데 차가 출발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택시의 속도계가 제멋대로 표시되며, 미터기의 요금도 쉬지 않고 올라가는것이다. 택시기사는 속도계 때문에 사고가 날 수 있어 차를 멈춘다. 그리고 운행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동차 운전석에 있는 속도계는 일정 시간 동안 자동차가 얼마나 이동했는가를 바퀴의 회전을 계산해서 표시한다.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자동차에는 바퀴 회전축에 연결된 자석이 회전하면서 전자파를 발생하는 자기센서가 있다. 속도계기판은 여기서 발생하는 전자파로 거리를 알아 낸 뒤 이를 시간과 계산해서 바늘을 움직인다. 이때 이동거리는 미적분 등을 이용해서 계산해서 얻는데, 간단하게 풀이하면 자동차 바퀴 둘레에 바퀴 회전수를 곱한 값이다.
이동거리 = 자동차 바퀴 둘레 X 바퀴 회전수
택시 미터기는 이 자기센서로부터 신호를 받아서 거리를 산출하고, 정해진 법규에 따라 시간과 거리 기준을 적용해 요금을 계산한다.
이렇다 보니 이들이 수학방해파에 영향을 받아 오동작을 결국 지성이는 학교까지 2km가 넘는 거리를 열심히 뛰기 시작한다. 필사적으로 뛰었기 때문일까? 가까스로 지각 시간에서 3분 일찍 교문에 도착한다.
택시마다 기준이 다른 택시미터기
자동차의 바퀴가 클수록 한 바퀴를 돌더라도 더 많이 움직인다. 이 때문에 택시미터기에 적용되는 기준은 바퀴가 다른 택시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이런 이유로 모든 택시미터기는 공인시험소에서 운행차량에게 가장 알맞도록 세밀하게 조정을 거친 뒤에 사용한다.
자동차 전조등
자동차 전조등(헤드라이트)을 자세히 보면 안으로 움푹 파인 것을 볼 수 있다. 전조등은 일반적으로 어둠 속에서 앞쪽 100m 거리에 있는 물체를 확인할 수 있는 밝기가 필요하다. 포물선에 가까운 구조로 만들어진 전조등 반사경은 빛이 흩어지지 않고 한 곳으로 모이도록 해 빛의 밝기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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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사라졌다!
PART 1 수학이 사라진 아침
PART 2 수학이 없는 학교
PART 3 수학이 안 쓰이는 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