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지각을 하지 않은 지성. 오늘 있을 수학 수업을 하지 않으려고 새로 생긴 능력으로 학교에서 수학을 사라지게 만든다. 수학이 사라진 학교, 어떻게 달라졌을까?


주스 대신 사이다를 내놓은 자판기

조금 여유가 생기자 지성이는 요정의 말을 떠올린다. ‘하루에 100분 동안 수학을 없앨 수 있어!’ 간단한 시험을 보기로 돼 있는 수학 수업이 싫어 ‘학교에서 수학은 사라져라~’라고 조용히 주문을 외운다.

벽에 붙은 시간표에 수학 시간이 체육 시간으로 바뀐 걸 발견하는 지성이. 자신의 바람대로 수학이 사라진 사실에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아침 조회가 끝나고 수업 시간까지 10분 간 주어지는 휴식 시간. 아침에 뛴탓에 목이 말라 자판기가 있는 1층으로 내려간다. 금액을 넣고 버튼을 누르려는데 금액이 표시되지 않는다. ‘아이 참, 이건 또 왜 이래?’하며 자판기를 손으로 살짝 친다. 그러자 갑자기 금액이 표시된다. 돈이 다시 사라질까 봐 겁이 난 지성이는 서둘러 오렌지주스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이번에는 엉뚱하게 콜라와 사이다가 나온다.

‘뭐야, 이거!’
자판기가 이상하게 작동한 이유는 뭘까? 자판기는 동전을 넣으면 무게로 동전의 단위를 파악하고 이를 계산해 금액으로 표시한다. 지폐는 지폐인식 장치를 이용해서 금액을 확인한다. 이렇게 돈이 들어오면 자판기는 금액을 표시하고, 이 금액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을 표시한다. 이때 간단한 수학적인 처리가 이뤄진다. 보통 1000원을 넣으면 1000원 이하의 제품에만 불을 켜고 더 비싼 제품은 선택할 수 없게 불을 켜지 않는다.

그리고 선택이 가능한 제품에는 대응이라는 함수의 기본 원리에 따라 반응한다. 즉 주스 버튼을 누르면 주스를, 콜라 버튼을 누르면 콜라가 나오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런 자판기에 수학방해파를 가진 지성이가 오니까 자판기가 1개를 눌러서 2개가 나오는, 함수의 원리에도 어긋난 엉뚱한 반응을 보인 것. 수학방해파는 장치를 멈추게 하기도 하지만 엉뚱하게 작동하게도 만든다.


수학으로 하늘을 난다?

지성이는 주스 1개 값으로 콜라와 사이다를 얻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창가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니 비행기 한 대가 날아가고 있다.

비행기를 보고 지성이는 자신의 꿈을 떠올린다. 지성이의 꿈은 멋진 제복을 입고 비행기를 모는 조종사, ‘파일럿’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비행기에 다양한 수학이 쓰인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비행기나 자동차 같은 첨단 기기에는 빼놓을 수 없는 수학적 원리가 있다. 바로 화법기하학과 해석기하학이다. 입체 모양인 3차원 구조물을 만들려면 세밀한 설계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과거에는 2차원 평면에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었다. 이것을 해결한 사람이 프랑스 수학자 몽주다.
 

3차원 입체 구조물


그는 물체를 꿰뚫어 보는 방법을 개발해 평면에 3차원 입체 구조물을 그려 냈다. 지금은 이 방법이 너무나 익숙하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현재 화법기하학과 해석기하학은 건축공학과 기계공학 거의 모든 부문에서 이론적 기초로 활용되고 있다. 이 방법들이 없다면 지금과 같은 자동차나 비행기, 고층건물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공학에서 볼 때 수학적인 계산으로 입증되지 않는 장치는 안전이나 내구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비행기를 예로 들면 다양한 기계와 안전장치, 화물 등 상당 부분을 수학적으로 치밀하게 계산해서 안전하게 날 수 있게 만든다. 운행 단계에서도 수학으로 무장한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이상 유무를 확인하며 안전을 확보한다. 이처럼 공학에서 수학은 매우 중요하다.


무거운 비행기가 뜰 수 있는 이유

지구에 있는 모든 물체에는 기본적으로 중력이라는 힘이 작용한다. 따라서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기가 뜨려면 중력보다 센 힘이 필요하다. 바로 양력이다. 베르누이는 수학적으로 정리한 방정식에서 양력의 존재를 보여줬다. 비행기 날개를 자세히 보면 위가 볼록하고 아래가 평평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날개를 가진 비행기가 앞으로 나가면 날개 주위에 공기가 흐르는데, 이때 위로 흐르는 공기는 아래 공기보다 이동거리가 길어 더 빨리 흐른다. 이때 빠르게 흐르는 공기는 천천히 흐르는 공기보다 압력이 낮다. 이런 압력차이가 날개 아래쪽에서 위로 미는 힘인 양력을 발생시킨다.


러시아 면적은 중국의 5배?
 

지도


첫 수업은 사회다. 오늘은 세계의 각 나라가 가지는 문화와 특성을 지도를 보면서 지역적 특성과 연관 지어 배울 예정이다. 그런데 책에 그려진 세계지도가 평상시 보던 것과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위치가 인도랑 비슷하고 면적도 더 커 보인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높이도 알 수 없다. ‘어떻게 된 거지?’

지도에서 수학이 사려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지도는 주로 메르카도르법으로 그려진다. 이 방법은 각 나라의 위치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삼각함수를 이용해 위도와 경도에 따라 지도를 그리기 때문이다. 경도는 특정 기준선에서 동쪽 또는 서쪽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며, 위도는 적도를 기준으로 남쪽 또는 북쪽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지도에 표시된 산 높이와 바다 깊이도 자로 직접 잰 것이 아니다. 주로 어떤 한 점의 거리와 위치를 삼각함수의 성질을 이용해서 알아 내는 삼각측량법을 이용해 알아 낸 것이다. 백두산 같이 높은 산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산의 높이도 대부분 이런 수학적인 원리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잰 것이다.

우리가 평소 이용하는 지도는 수학적으로 모든 면에서 정확하진 않더라도 특정 기준에서는 정확하다. 그런데 수학이 사라지다 보니 이것마저 엉망이 된 것이다. 이처럼 지도는 수학을 기본으로 그려야 우리가 믿고 쓸 수 있다.


산의 높이를 모른다면?

어디가 가장 높은 산인지도 모를 뿐더러 누가 가장 높은 산을 올랐다는 기록조차도 사라진다. 수학이 없다면 최근 논란이 되는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 기록도 무의미해진다.
 

산의 높이를 모른다면?



수학 없는 체육은 크림 없는 크림빵
 

농구


2교시는 수학을 대신해서 생긴 체육 시간. 오늘은 반 30명이 팀을 나눠 농구 경기를 한다. 그런데 다들 서로를 쳐다볼 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다. 팀 구성이나 경기 방법 등에 수학이 쓰이기 때문이다. 반 30명이 농구 경기를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15명씩 두 팀으로 나누고 각 팀에서 선수 5명을 선발해 경기를 하는 방법이 있다. 또 5명씩 6팀을 구성하는 방법, 7명씩 2팀과 8명씩 2팀을 구성한 뒤 각 팀에 2명과 3명을 후보로 두고 경기를 하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시합을 한 번만 해도 되지만 실제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가 적게 되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모두가 시합에 참여하지만 가장 실력 있는 팀을 결정하는 데까지 해야 하는 경기수가 많다. 보통 이럴 경우에는 3팀씩 2조를 구성한 뒤 각 조에서 리그전을 치른다. 즉 각 팀마다 2경기씩을 해서 여기서 각 조의 순위를 정하고, 조 순위대로 서로 겨루는 방식으로 적어도 7경기 이상이 진행된다. 그런데 리그에서 모두 1승 1패를 하게 되면 재경기를 해야 해 경기수가 더 많아진다.

세 번째 방법은 2의 제곱수로 팀이 구성돼 토너먼트로 하면 4번의 경기로 모든 팀의 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또 한 경기당 10분 정도를 할 경우 가장 무난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지성의 주문은 100분 동안만 학교에서 수학을 사라지게 하기 때문에 몇 분 뒤부터 농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지성이네 반은 10분씩 4번의 경기를 하는 세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지성이네 팀은 7명으로 가장 농구를 잘 하는 한 친구가 2분을, 나머지 6명이 3분씩 쉬면서 경기에 참여한다. 나름대로 수학적으로 공평하게 농구를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수학을 기본으로 구성된 스포츠

100m 달리기, 400m 자유형, 일정한 크기의 경기장에서 11명씩 두 팀이 90분간 하는 축구, 한 회마다 3번의 아웃이 되기 전에 점수를 내며 9회까지 경기를 하는 야구, 농구의 5반칙 규정 등 경기의 원칙과 규정이 모두 수학과 연관 있다.올림픽 신기록, 우승 기록, 경기 득점 신기록 등 스포츠는 기록 자체가 모두 통계다. 기록을 모른다면 누가 우수 선수인지 알 수 없다. 수학이 없다면 스포츠도 즐길 수 없는 셈이다.
 

수학을 기본으로 구성된 스포츠



디지털은 수학에서 시작

농구를 하면서 주문이 풀린 것을 알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지성. 3~4교시는 특별활동 시간이다. 게다가 토요일이라 곧 집에 갈 수 있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서 수학방해파가 나온다는 사실은 여전히 모른다.

지성이는 인터넷으로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한 자료를 모아 정리해서 발표하는 ‘정보반’에서 활동한다. 그런데 이번엔 컴퓨터가 말썽이다. 전원 버튼을 누르니 컴퓨터가 켜지는 듯하다가 먹통이 된다. ‘또, 왜 이러는 거야. 정말!’ 다른 친구들은 인터넷으로 열심히 자료를 찾고 있다.

컴퓨터는 대표적인 수학장치다. 컴퓨터는 그 자체가 디지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정보를 0과 1의 조합으로 처리하면서 디지털 시대를 열었다. 컴퓨터를 말할 때 디지털이 항상 빠지지 않는 이유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아날로그라고 할 때 디지털은 반대의 의미인 인공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디지털은 사람이 0과 1이라는 수를 이용해서 아날로그, 즉 자연을 다르게 표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은 디지털로 된 모든 자료를 같은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날로그에서는 사진 한 장과 음성을 합치기가 매우 어렵다. 또 오래될수록 손상되거나 사라질 위험이 크다. 하지만 디지털은 모두 0과 1로 바꿀 수 있어 사진과 음성을 소리가 나는 영상으로 쉽게 합칠 수 있다. 또 수없이 복사할 수 있어 손상되거나 사라질 위험이 매우 낮다. 이처럼 자연을 수학적으로 옮긴 디지털 장치는 모두 수학적인 원리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 칩


그런데 컴퓨터가 어떻게 그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디지털과 논리회로 덕분이다. 기계적으로 1은 켜짐(on, 예)이고, 0은 꺼짐(off, 아니오)인데, 논리회로는 이를 조합해서 일을 처리한다. 디지털 장비에는 작은 두뇌(프로세서)라고 불리는 칩이 있다. 이 칩 내부에는 100만 개 또는 그 이상의 작은 트랜지스터가 서로 연결돼 수천 개의 논리회로를 만들고, 빠른 속도로 켜지고 꺼지면서 0과 1을 통과시키거나 막으며 연산을 수행한다.

더 간단하게 보면 컴퓨터는 지금 키보드를 눌렀는가 아닌가, 키보드를 눌렀다면 누른 키는 몇 번째키인가 이렇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다. 이 과정이 워낙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과정이 숨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어떤 조건에서 예를 선택하면 A로 이동하고, 아니오를 선택하면 B로 이동하라는 식의 ‘이상형 찾기’같은 게임처럼 끊임없이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식이다.

자기 컴퓨터가 고장난 걸로 생각한 지성이는 휴대전화를 꺼낸다.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하기에 나쁘지 않은 휴대전화다. 학교는 수업시간에는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지만 특별활동 시간만큼은 예외로 허용한다. 하지만 휴대전화로 인터넷은커녕 전화통화도 할 수 없다.
 

전화기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순서도^컴퓨터 논리회로에 사용되는 순서도를 이용하면 전화기의 상태를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다.


우리나라 2세대 휴대전화 방식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과 정보를 예로 들면 이 방식은 사람의 음성과 정보를 수십만 개의 조각으로 잘게 나눠서 무선주파수에 실어 전송한다. 그리고 이 조각을 다시 순서대로 조립해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음성과 정보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음성과 정보를 가로채지 못하도록 암호화가 이뤄진다. 통화하는 사람들끼리만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암호를걸었다 풀어주는 과정이다.

이렇게 해서 휴대전화로 주고받는 음성이나 정보를 다른 사람이 몰래 듣거나 훔치는 도청을 못하도록 막는다. 그런데 수학이 사라지면 이런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 휴대전화는 모두 디지털 방식이다.

결국 지성이는 학교도서실을 이용해서 발표 내용을 준비한다. 노트에 하나하나 적어야 하고, 자료를 나중에 다시 쓰기 어렵고 보관하기가 번거롭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공위성

휴대전화는 때로 GPS와 같은 인공위성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이 인공위성은 지구에서 발사할 때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면서(초속 7.9km) 지구 밖으로는 튀어나가지 않는 속도(초속 11.2km)로 날아가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다양한 수학적 방법을 동원해 치밀하게 계산해서 로켓을 발사해야 한다.
 

인공위성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수학이 사라졌다!
PART 1 수학이 사라진 아침 
PART 2 수학이 없는 학교 
PART 3 수학이 안 쓰이는 게 있을까?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0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박응서 기자
  • 일러스트

    허라미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항공·우주공학
  • 물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