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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수학] 태양 폭풍 감시자, 우주재해로부터 지구를 지켜라!

코로나19로 전국민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8월 말과 9월 초에는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찾아와 많은 사람을 긴장하게 했습니다. 걱정했던 것만큼 큰 피해는 없었지만,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주에 부는 폭풍도 지구를 위협할 때가 있습니다. 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태양 폭풍’이죠.

 

태양 폭풍은 태풍처럼 비바람을 동반하지는 않지만, 지구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우주 기상 현상입니다. 비바람 대신 태양에서 방출된 전하를 띤 입자들이 빠르고 강한 속도로 지구로 몰아치거든요. 이때 심하면 지구의 통신망이나 전력망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통신이 마비되고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천문학자는 시민천문학자의 도움을 얻어 태양 폭풍을 관찰하고, 태양계의 날씨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태양 폭풍을 역사에 남긴 수학과 출신 천체관측가

 

천문학자가 태양 폭풍과 그로 인한 피해에 처음 주목하게 된 계기는 1859년 9월 1일에 발생한 ‘캐링턴 사건’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한 천체관측가 리처드 캐링턴이 태양에서 발생한 기이한 현상과, 같은 시간에 지구 자기장에 나타난 이상한 변화를 보고한 것이죠. 게다가 이때 영국과 미국에서 광범위한 통신 장애가 발생한 것이 알려지면서 태양 폭풍을 주목해야 할 현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캐링턴은 1일 오전 11시 18분에 태양 표면을 관측하던 중 전에 없이 커다랗고 복잡한 흑점들이 태양의 적도 표면에 생긴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약 5분 동안 두 개의 크고 밝은 빛이 흑점 무리를 빠르게 가로질러 움직이면서 점점 사라지는 걸 관찰했습니다. 며칠 뒤 태양 표면과 지구 자기장 변화를 함께 기록하며 연구했던 영국의 큐 천문대 동료들을 찾아간 캐링턴은  9월 1일 오전 11시 20분경 지구 자기장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영국과 미국에서는 일시적으로 통신 장애가 발생해 사람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다음날인 9월 2일, 쿠바에서도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오로라가 나타났습니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온 전하를 띤 입자가 지구 자기장에 부딪히면서 다채로운 빛을 발생시키는 현상으로 보통 극지방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후대 천문학자들은 이때 벌어진 일을 묶어 ‘캐링턴 사건’이라고 불렀습니다. 


태양 폭풍에 민감한 통신과 전자기기를 이용한 산업이 발달하면서 태양 폭풍은 감시하고 연구해야 할 중요한 현상이 됐습니다. 캐링턴의 후예들은 태양 폭풍을 관측하는 최첨단 우주망원경을 발사해 태양을 관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망원경이 보내오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시민천문학자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바로 ‘태양 폭풍 감시’ 프로젝트입니다. 1단계로 1만 6000여 명의 시민천문학자가 2007년부터 2010년까지의 약 3만 8000건의 관측 기록을 분석했고, 현재는 2단계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의 관측 기록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점과 선으로 태양 폭풍을 기록하라!

 

 

시민천문학자가 태양 폭풍 연구에 도움을 주는 방법은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태양 폭풍 사진에서 물결처럼 일렁이는 가장 앞의 경계 부분과 밝은 부분의 자취를 표시하는 겁니다.

 

위쪾 사진 ➊은 화면의 오른쪽에 있는 태양에서 태양 폭풍이 발생해 왼쪽으로 뻗어 나가는 모습을 촬영한 겁니다. 천문학자들은 시간 순서대로 폭풍이 진행하는 사진 3장을 제공합니다. 시민천문학자는 가장 안쪽에서 밝게 빛나는 경계 부분과 가장 바깥쪽의 경계 부분에 점을 찍으면서 경계선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경계선 만들기를 마치면 처음 점을 찍은 곳에 한 번 더 점을 찍어 줍니다. 이렇게 표시한 태양 폭풍의 경계선은 불규칙한 모양의 다각형이 됩니다. 


천문학자들은 많은 시민천문학자가 같은 사진 위에 그린 다각형을 모아 놓고 분석합니다. 그림 ➋는 하나의 태양 폭풍 사진을 30명이 관찰하며 그린 다각형입니다. 안쪽 경계와 바깥쪽 경계를 어렴풋이 구분할 수 있죠. 천문학자들은 점의 밀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태양 폭풍의 경계를 다시 그렸습니다. 이를 이용해 태양 폭풍이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죠!


시민천문학자의 도움으로 태양 폭풍을 연구한 천문학자들은 지금까지 7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중에는 특정 시기에 발생한 태양 폭풍을 면밀하게 분석한 논문도 있고, 시민천문학자와 천문학자, 그리고 인공지능이 각자 그린 태양 폭풍의 경계선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따져본 논문도 있습니다.

 


태양 폭풍 감시는 다른 천문학 시민과학프로젝트와는 달리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우주 현상을 분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미국 국립과학원은 캐링턴 사건이 만약 오늘날 발생했다면 통신과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산업에 미칠 피해 규모가 1조~2조 달러(약 1189조 원~2377조 원)에 이르며, 복구하는 데만 4~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태양 폭풍 연구를 돕는 일은 바로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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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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