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여자가 수학에 약하다는 뉴스는 왜 자꾸 나오는 걸까? 뉴스에서 말하는 조사 결과가 틀린 건 아닐 텐데 말이야. 무엇이 사실이고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건지 궁금해.
2006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 성취도가 12점이 높게 나왔어. 우리나라도 남학생이 552점, 여학생이 543점으로 남학생이 9점 높았지.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치르는 수학능력시험에서도 남학생(94.64점)이 여학생(86.56점)보다 수리 영역 점수가 8점이나 높게 나왔어. 이런 결과를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수학을 잘 한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
여기서 지혜로운 수학동아 독자들은 뭔가 다른 점을 발견했을 거라 믿어. 뉴스에서 말하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과 3학년이라는 점이지. 그저 남자가 여자보다 수학을 잘 한다가 아니라 ‘학년이 올라갈수록’ 남자가 잘 한다는 뜻이야. 초등학교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수학 성적에 차이가 없지만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에 가면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벌어진다는 거야. 앞에서 생물학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수학을 잘 하는 구조라고 말할 순 없다는 걸 알았어. 그럼 무엇이 남녀의 차이를 만드는 걸까? 아래 남녀의 이야기를 들어 봐.
이처럼 남자와 여자는 수학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 남자는 수학에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진로를 위해 수학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아. 점점 수학이 어려워지더라도 스스로 극복해 가는 거지. 여자는 노력한 만큼 수학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자신감을 쉽게 잃어. 학년이 올라가면서 수학이 어려워질 때,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세심하게 가르쳐 주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야. 하지만 지금까지 수학 공부에 있어 여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어. 수학경시대회나 수학영재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 중에 여자보다 남자가 많은 것도 남자가 수학을 잘 해서라고만 볼 수 없어. 남자는 스스로 참가하려고 하지만 여자는 선생님의 추천이나 권유가 있을 때 참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야.
전통적인 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도 여자를 소극적으로 만들지.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여자에겐 ‘위험한 건 피해라, 조심하렴’이라고 가르쳐 왔어. 남자에겐‘도전하라, 모험을 해봐’라고 했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수학이 복잡하고 더 많은 창의력이 필요할수록 남자는 도전해 보려고 해. 하지만 여자는 주춤하고 말지. 피할 수 있다면 피하려고도 해. 부모님의 영향도 커. 부모님 세대에는 아들과 딸에 거는 기대가 달랐어. 아들은 공부를 잘 해서 성공하기를 바라셨고 딸은 가정을 잘 꾸리길 바라셨지. 그래서 딸보다 아들이 수학을 못 할 때 더 많은 걱정을 하신대. 이런 생각이 남아 있는 한 여자가 수학과 친해지기 어려운데도 말이야.
다른 어떤 것보다 학생에겐 선생님이 가장 중요해. 남자가 여자보다 원래부터 수학을 잘 한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있다면 여학생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가장 크게 잃고 말아. 안타까운 건 아직 이렇게 생각하는 선생님이 많다는 사실이야. 학생들도 수학 선생님이 여학생보다 남학생에게 더 많이 질문하고 대답에 대한 설명이나 칭찬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어. 다행히 남녀를 평등하게 생각하는 선생님이 늘고 있다니 안심해도 좋아.
불굴의 여성 수학자 소피 제르멩
역사적으로 여성 수학자가 거의 없었던 이유는 여성에게 수학을 공부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8세기 프랑스의 여성 수학자 소피 제르멩은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수학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제르멩은 13세 되던 해, 죽을 때까지 수학을 놓지 않았던 아르키메데스 이야기에 감탄해 수학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수학 공부를 반대해 모두 잠든 밤에 몰래 공부해야 했다. 대학에 가고 싶어도 여자에겐 입학이 허락되지 않아 강의 기록을 빌려 혼자서 공부했다. 제르멩은 25세 때 독일의 유명한 수학자 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에 자기의 생각을 담아 남자의 이름으로 보냈다. 한참이 지나 제르멩의 정체가 밝혀졌지만 가우스는 그녀를 당당히 학문의 동료로 인정했다. 학교를 한 번도 다니지 못했던 제르멩은 죽은 뒤에야 명예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남녀의 수학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
한국여성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전국의 중·고등학교 수학 선생님 10명 중 7명은‘수학에 흥미없는 여학생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수학에 뛰어난 학생 중에 남학생이 많은 것은 선천적인 것이기에 교사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는 질문에는 10명 중 4명꼴로 동의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44%가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을 잘한다고 답했다. 특히 남자 선생님이 여자 선생님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