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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키도 크고 힘이 센 경우가 많아.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대부분 남자가 여자보다 크지. 어른들은 학년이 올라가면 키나 힘처럼 수학도 남자가 여자보다 잘 한다고 생각하셔. 초등학교에선 남녀의 수학 실력이 별 차이가 없는데도 말이지. 어른들은 무슨 근거로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 정말 맞는 생각일까?
 

학년이 올라갈수록 남자가 여자보다 힘이 세지듯이 수학도 잘 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근거는 여자의 뇌가 남자의 뇌보다 작다는 거였어. 1887년 연구에서 남녀의 뇌 무게를 재어 봤더니 여자의 뇌는 1.25kg으로 1.4kg인 남자의 뇌보다 10% 정도 작았다고 해. 하지만 오래지 않아 이 근거는 힘을 잃었어. 정작 중요한 뇌 신경세포는 여자가 남자보다 10% 더 많다는 사실이 밝혀진 거야. 몸 전체의 무게와 뇌 무게의 비율을 비교하니 여자 쪽이 더 무겁다는 사실도 한몫했지.

두 번째 근거는 성 호르몬이 수학 실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거야. 생물학적으로 여자를 여자답게 만드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줘 복잡한 문제를 잘 풀지 못하게 한다는 주장이었어.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은 에스트로겐보다 신경전달물질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고 해. 이 말이 사실이라면 세계 모든 여자들이 남자보다 수학을 못 해야 하지. 하지만 국제적으로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수학 성적을 조사했더니 싱가포르, 홍콩, 리투아니아등 여러 나라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수학을 잘 하는 걸로 나왔어.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있었어. 초등학교에서는 남녀의 수학 성적차이가 없었고, 중학교에서는 차이가 있더라도 무시할 정도였지. 성 호르몬의 차이가 수학 성적을 결정짓는 원인이 아니라는 말이야.

세 번째는 앞선 두 가지보다 훨씬 강력해. 여자는 남자보다 공간을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뇌 구조를 가졌다는 거야.부모님 중에 누가 주차를 잘 하는지를 봐도 대부분 아빠가 엄마보다 쉽게 주차하는 것처럼 말야. 우리 뇌는 좌우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어. 좌뇌는 언어 능력을, 우뇌는 시각이나 공간 능력을 맡고 있지. 남자는 우뇌가 좌뇌보다 더 발달해 지도를 잘 읽고 기하학도 잘 한대. 좌뇌와 우뇌 사이에서 둘을 연결하는 ‘뇌량’이라는 신경다발도 중요해. 여자의 뇌량은 남자보다 많고 두꺼워. 그래서 좌뇌와 우뇌가 균형있게 발달할 수 있지. 남자는 뇌량이 가는 대신 필요에 따라 한쪽 뇌에 집중해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도형 문제를 풀 때 남자는 우뇌에 집중해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거야. 이 주장은 지금도 사실처럼 여겨지고 있어.

하지만 뇌 구조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도형 문제는 남녀 모두 어려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어. 또한 도형을 움직이며 공간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꾸준히 했더니 여학생의 공간 인식 능력도 쉽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해. 교육 전에 공간 능력이 낮았던 여학생들이 교육을 마친 다음에는 남학생과 비슷한 능력을 보였다는 거지. 여자는 어릴 때 주로 인형을 가지고 놀다 보니 도형을 접할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일 뿐 조금만 훈련하면 공간 능력은 금세 갖출 수 있다는 거야. 퍼즐이나 도형을 가지고 놀던 남자들은 일찍부터 도형에 익숙해 있을 뿐이라는 뜻이기도 해.

여자들이 주차를 못 하는 것도 원래 그렇다기보다 공간을 인식하는 훈련을 받을 기회가 적었던 것으로 봐야 해. 남자라고 해서 누구나 주차를 잘 하는 게 아니라는 것만 봐도 뇌 구조보다 공간에 대한 훈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보다 수학을 못 할 거라는 어른들의 생각은 정확하지 않은 근거에서 시작된 거야.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인 차이가 수학 성적을 좌우하진 못해.

넷째 손가락이 길면 수학을 잘 한다?

성별이 아닌 외형적인 차이가 수학 실력을 좌우한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의 연구팀은 7세 어린이 75명의 손가락 길이를 잰 다음 수학과 언어능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넷째 손가락이 긴 어린이는 수학 능력이 뛰어나고, 짧은 어린이는 어학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엄마 뱃속에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많이 노출되면 넷째 손가락이 길어지고, 적게 노출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크게 받아 둘째 손가락이 길어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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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 허라미
  • 글 및 사진

    권오남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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