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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할머니와 엄마의 수학시간


 
세월에 따라 변하는 건 강산만이 아니다.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한다.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다루는 수학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만의 수학교육이 시작된 지도 60년이 지났다. 그 옛날, 할머니와 엄마는 어떤 수학을 배웠을까?
 
 



 
오늘 수학 시간엔 미터법에 대해서 공부했다. 선생님은 새 나라의 어린이는 미터법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외국에선 미터로 거리를 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오랫동안 1자를 길이의 단위로 써왔다. 1m는 1자의 3배 정도다. 미터를 이용해 넓이를 재는 법도 배웠다. 우리가 쓰는 평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돼 있어, 나란히꼴 같은 모양의 넓이를 계산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터를 쓰면 복잡한 모양의 넓이도 쉽게 넓이를 알 수 있다.

집으로 돌아오니, 막내 삼촌이 뚫어져라 신문을 읽고 있었다. ‘소련이 발사한 인공위성’이란 제목의 기사였다. 인공위성은 달처럼 지구 주위를 도는 로켓이라고 쓰여 있었다.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건 소련이 처음이란다. 삼촌은 소련 사람들이 수학을 잘 하기 때문에 스푸트니크도 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소문대로였다. 집합이란 녀석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칠판 위엔 처음 보는 외계어가 가득했다. ∈, ∉, ⊂,⊅, ∩, ∪, …. 산수 100점을 놓치지 않던 진숙이도 당황한 눈치였다. 선생님은 대한민국에서 집합을 배우는 중학생은 너희가 처음이라며, 어려운 게 당연한 거라고 위로해 주셨다. 내 새로운 교과서를 본 오빠도 자기 때보다, 훨씬 어렵고 기호도 많다며 혀를 내둘렀었다.

곧 배운다는 2진법과 5진법도 걱정이다. 10이 1010도 되고 20도 된다니…. 과외 선생님이 있는 진숙이는 미리 배웠는지 그건 자신 있다는 눈치다. 올해부터 고등학교 입시가 없어졌다지만, 웬만한 집 아이들은 몰래 과외를 받는 거 같다. 나도 과외를 받고 싶지만, 언니와 오빠가 모두 대학생인 우리집 형편에선 어려운 일이다. 그나저나 오빠가 자꾸 데모인지 뭔지에 나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삼미가 또 졌다. 벌써 18연패다. 전생에 무슨 죄가 있어 삼미팬이 됐는지 모르겠다. 종범이처럼 해태로 갈아탈 걸 그랬다. 삼미 슈퍼스타즈에게 필요한 건 문제해결력이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지고 치지 말고, 상황에 맞는 야구를 해야 한다.

문제해결력이라는 단어는 아까 수학시간에 처음 들었다. 선생님 말씀이 앞으로는 어떤 문제든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문제해결력이 중요하단다. 무작정 공식부터 찾지 말고, 뭐가 필요한지부터 차근차근 따져보라는 말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나도 문제만 보면 어떤 공식에 넣을지부터 고민했던 거 같다. 삼미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무작정 휘두르다 보니 맨날 병살이나 치고 지는 거다.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


 

얼마 전 엄마가 휴대전화를 샀다. 삐삐만 해도 신기했는데, 이젠 걸어다니면서 전화를 한다니 과학기술의 발전이란 참으로 놀랍다. 이렇게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데, 수학 수업은 답답하기만 하다. 교과서에는 분명 계산기를 쓰라고 돼 있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써 본적이 없다.

선생님한테 왜 계산기를 안 쓰냐고 물어봤지만, 쓸데없는 소리 말란다. 친구들도 계산기를 쓰면 무슨 시험을 보냐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열린교육이라면 무의미한 계산을 반복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자유롭게 창의력을 길러야 하는 거 아닌가? ‘√ ’같은 기호까지 직접 구해야 하니 나오는 문제마다 답이 비슷하다. 주관식은 0아니면 1이라고 찍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거다. 계산기를 쓰면 훨씬 더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있을 텐데 아쉽다.

그나저나 아빠의 얼굴이 어둡다. 회사가 안 좋은가 보다. 뉴스를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걸 바꿔야 경제가 살아난단다. 내가 보기엔 수학도 비슷하다. 컴퓨터나 계산기 같은 도구가 나왔는데도, 아직 20~30년 전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 답답하다.





교실은 이미 졸업파티 분위기다. 선생님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내 마음은 편치 않다. 내년이면 교과서가 또 바뀌기 때문이다. 벌써 3번째다.

초등학교까진 언니랑 똑같은 교과서로 공부했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오니 2007년에 새롭게 만들어진 교과서를 받았다. 수학 선생님은 우리가 함수도 안 배우고 올라왔다며 투덜댔다. 교과서가 달라져서 못 배운건데 억울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가면 이번엔 2009년에 만들어진 교과서로 공부를 해야한다.

배우는 사람 입장에선 헷갈릴 수밖에 없다. 어디에 맞춰서 공부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장 믿음이 가야 할 교과서가 왜 자주 바뀌는지 궁금할 뿐이다.





시대가 변하면,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문제는 기준과 신뢰다. 전국수학교사모임에서 교육과정을 연구해온 김보현 교사는 어떤 기준으로 수학교육이 달라졌는지 묻는다.

“2009년에 바뀐 교과과정으로 가르친 지가 이제 겨우 2년이 넘었어요. 교육과정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장단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기엔 한참 부족한 시간이죠.”

백석윤 서울교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학교가 수학교육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수학교육은 입시제도나 교육현장 밖의 입장에 따라 변해왔습니다. 앞으로는 학교가 중심이 돼서 수학교육이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7차 교육과정과 2007년 교육과정, 두 번의 교육과정 개편에 교사로 직접 참여한 최수일 수학교육연구소 연구소장의 이야기를 새겨봄직하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학생들의 수학적 사고력을 키울 것인가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을 배울지보다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2015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이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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