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기경 그리스 수학자 디오판토스는 자주 쓰는 미지수를 기호로 간단히 표현하려고 노력했지. 그는 '수'를 뜻하는그리스 문자를 αριθμσς를 줄여 ς'라고 썼어. 7세기경 인도의 브라마굽타는 미지수를 'ya'라고도 썼대. 디오판토스의 책은 중세시대까지 아주 적은 수의 사람에게만 알려졌어. 그러니 미지수를 표현하는 방법도 잘 알려질 수 없었지. 15세기 중반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유럽 전체에 옛날 책들이 대량으로 인쇄됐어. 많은 사람들이 디오판토스의 책을 읽고 미지수를 기호로 표현하는 방법도 배우게 됐어. 하지만 각 나라에서 미지수를 서로 다르게 사용하다 보니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겠지. 적당한 방법으로 미지수를 통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1637년 프랑스의 수학자인 데카르트도 그 중 한 명이었어.
데카르트는 수학과 관련된 많은 글을 쓴 사람이야. 그 중에는 '미지의 그 무엇'이라는 표현이 많았어. 데카르트는 자기가 쓴 글을 인쇄소에 맡겨서 책으로 만들곤 했어. 어느 날 인쇄공이 데카르트를 찾아와 '미지의 그 무엇'이라는 말을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 지 물어 봤었나 봐. 그러면서 인쇄활자 중에 x가 많이 남아 있으니 이걸로 쓰는 건 어떠냐는 의견을 내놓았다는 거지. 오래 전 일이라 나 역시 정확한 사정은 알지 못해. 중세시대에 미지수를 뜻하던 아랍어 'shai'는 'xei'라고 읽히는데 이 때 첫 자가 x여서 이걸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말야. 또 독일에서는 미지수를 'radix'로 표시하는데 첫 글자인 r과 마지막 글자인 x를 붙여서 Ie를 사용했대. 이것이 x와 닮았다는 해석도 있거든.
미지수를 x로 표현한 데카르트의 글은 그 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미지수를 x로 쓰는 것이 편리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았어.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처럼 내가 수학에서 x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지. 아무렴 어때. 이제 난 수학계의 영웅이 돼버렸거든.
x 친구들의 탄생
데카르트 이전 사람인 프랑스의 수학자 비에트는 16세기 초부터 미지수뿐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수도 문자로 표현했다고 전해지고 있어. 그는 미지수를 알파벳의 모음 대문자를 써서 A, E, I, O, U로 표현했고, 이미 알고 있는 수는 알파벳의 자음 대문자 B,C,D 등으로 표현했어. 미지수 A의 제곱은 Aq, 세제곱은 Ac로 나타내기도 했지. 데카르트는 미지수는 x, y, z로, 알고 있는 수는 a, b ,c로 표현하기로 했어. 미지수 x의 제곱과 세제곱을 ${x}^{2}$, ${x}^{3}$으로 표현하는 규칙도 만들었지. 데카르트의 방법이 훨씬 쓰기에 편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문자와 숫자를 함께 쓰는 전략은 당시로서는 탁월한 생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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